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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고‧아내폭행‧음주운전까지…개인방송 ‘도 넘은’ 일탈

중앙일보 2018.11.11 09:00
#팝콘TV BJ 임모(26‧여)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 강남 논현동에서 술을 마신 뒤, 차를 직접 운전해 인근 숙박업소까지 이동했다. 700m 정도를 음주 상태로 운전했고, 이 과정은 실시간으로 방송에 내보냈다. 시청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목격담을 토대로 강남구청역 숙박업소 8곳을 조사했고, 임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당시 임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86%으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찰은 임씨와 동승자 염모(29)씨를 각각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방조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유튜브에서 1인 방송을 진행하는 김모(48)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일부러 난동을 부리고 이 과정을 생중계했다. 당시 김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거나 “XX놈아” “경찰 옷 벗긴다”는 등의 폭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공무집행방해, 특수상해 미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8월 “시청자를 죽이러 가겠다”고 살인 예고한 뒤 이 과정을 생중계하다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었다. 
 
 임씨가 음주운전을 하면서 생방송을 진행한 차량. [사진 강남경찰서]

임씨가 음주운전을 하면서 생방송을 진행한 차량. [사진 강남경찰서]

1인 방송 진행자의 일탈이 도를 넘고 있다. 광고수익과 비례하는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1인 방송은 올해 들어 81건(8월 기준)으로 26건이었던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4월 BJ철구가 “미친 XX”등의 욕설을 섞어 방송을 진행하다 방통위로부터 ‘이용정지 7일’ 처분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라는 말이 돌 정도로 개인방송의 영향력은 매년 커지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구독자가 10만명을 넘는 국내 채널은 2015년 368개에서 2017년 1275개로 2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1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채널도 100개가 넘는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인터넷 개인방송이 TV 프로그램 못지않게 재미있다고 답했다.
 
1인 방송에서 욕설을 했다가 방통위에서 '이용정지 7일' 처분을 받은 Bj 철구 [연합뉴스]

1인 방송에서 욕설을 했다가 방통위에서 '이용정지 7일' 처분을 받은 Bj 철구 [연합뉴스]

하지만 학부모 중에는 1인 방송이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폭력, 음란 동영상에 여과 없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초1 딸을 둔 김모(35‧서울 마천동)씨는 “아이가 함께 유튜브를 보면 성인이 보기에도 민망한 영상이 많다”며 “이런 영상은 아이들이 볼 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4살짜리 아들을 둔 박모(37‧서울 신림동)씨는 “아이 혼자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마다 옆에서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이나 채널을 차단하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인터넷 방송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통합방송법 제정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인 방송 규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트는 뇌에 강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며 “유튜브 이용자가 매년 증가하는 만큼 동영상의 질을 공영방송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방송을 법으로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도 있고, 실효성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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