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엄마 이 스타킹 왜 구멍 있어?"…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

중앙일보 2018.11.11 08:00
“성인샵이 뭐임?”  
“헐. 변태들 가는데 아님?”
서울 동대문 두타몰 지하에 있는 P쇼핑 내 성인용품점 앞. 매장 안에 출입문을 만들어 공간을 구분하고 있지만, 외설적인 속옷 등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곳에서 판매 중이었다. 전민희 기자

서울 동대문 두타몰 지하에 있는 P쇼핑 내 성인용품점 앞. 매장 안에 출입문을 만들어 공간을 구분하고 있지만, 외설적인 속옷 등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곳에서 판매 중이었다. 전민희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타몰 지하에 있는 P쇼핑 성인용품점 앞. 교복 치마에 후드티셔츠 차림을 한 여학생 2명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성인용품점은 따로 출입문이 있어 버튼을 눌러야 입장이 가능했지만, 사람이 드나들 때마다 자동문이 활짝 열려 그 사이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훤히 보였다. 남성의 주요 부위 모양을 한 상품 등이었다. 매장 안에 상주한 직원이 미성년자들의 출입을 관리 중이었지만 사람이 몰릴 때는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주요 상권에 속속 들어서는 성인용품점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성인용품점 못지않았다. 신체 주요 부분에 구멍이 뚫린 전신 망사스타킹을 입혀 놓은 마네킹 옆에는 T팬티‧코끼리팬티 등 외설적인 디자인의 속옷이 벽면을 빼곡하게 채웠다. 맞은편 선반에는 망사로 된 속옷뿐 아니라 학생‧간호사‧하녀 등으로 변장할 수 있는 복장도 걸려 있었다. 
 
고교 1학년인 이모(16)양은 “이런 게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충격적”이라며 “왠지 성인 남자들이 다 변태일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초등 2학년 딸을 데리고 방문한 김민정(35‧서울 가락동)씨는 “아이가 ‘스타킹에 왜 구멍이 나 있느냐’고 물어봐서 무슨 소린가 하다가 속옷판매대를 확인하고 기절할 뻔했다”고 전했다.
성인용품점 문이 열릴 때마다 안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 보였다. 전민희 기자

성인용품점 문이 열릴 때마다 안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 보였다. 전민희 기자

최근 들어 강남‧명동‧이태원‧홍대입구 등 주요 상권마다 성인용품점이 들어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은 성인용품점에 드나들 수 없지만 얼마나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외설적인 속옷이나 성인 코스튬 복장은 청소년 유해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진열‧판매하는 게 문제가 안 된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성문화가 급격히 개방되면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은 물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잘못된 성인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자녀교육 부정적 영향 우려하는 학부모들 
일부 학부모들은 성인용품점이 있는 것 자체가 자녀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성인용품점은 유리 전체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투명한 유리로 돼 있는 곳이 많다. 또 콘돔이나 가터벨트 모양의 스티커로 외부를 꾸민 곳도 있다.
 
학부모 장모(40‧서울 공덕동)씨는 “얼마 전 초등 1학년 아들이 성인용품점에 붙어 있는 콘돔 모양을 가리키며 ‘오이같이 생긴 거 뭐냐’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이런 문화를 접하는 게 아이가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태원‧홍대입구 등 전국에 15개 매장을 운영 중인 성인용품업체. 외부 유리에는 가터벨트, 콘돔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 레드컨테이너 홈페이지]

서울 강남‧이태원‧홍대입구 등 전국에 15개 매장을 운영 중인 성인용품업체. 외부 유리에는 가터벨트, 콘돔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 레드컨테이너 홈페이지]

"제대로 된 성교육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성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진 만큼 개방적인 성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과 양성평등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에 무지한 상태에서 자극적인 문화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왜곡된 성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성인 중에도 성인용품을 사용하거나 외설적인 속옷을 입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인데, 마치 모든 사람이 그런다고 착각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도 “청소년들의 성 경험이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하지만 일부의 얘기일 뿐이고, 아직 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성을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극적인 문화에 일부러 노출시킬 필요도 없다”고 조언했다.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 사회 건강해진 증거"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과 별개로 과거 으슥한 곳에서 은밀하게 판매되던 성인용품의 위상이 달라진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만큼 성인용품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유진(23‧여)씨는 “음지에서 이뤄지던 일이 양지로 나오게 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회가 건강해졌다는 증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여대에 재학 중인 장모(25)씨는 “남성을 위한 제품만 있으면 불쾌했을 텐데 여성을 위한 게 더 많아 보이더라. 과거와 달리 여성도 성을 즐기는 주체적인 존재가 된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