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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맥주에 유리한 현재 주세법 바꿔달라" 수제맥주 반값데이 열린 까닭

중앙일보 2018.11.11 05:00
10일 '수제 맥주 반값 데이'가 열렸다. 하루 동안 전국 수제 맥주 양조장과 펍 36곳에서 맥주를 최대 반값에 판매하자 양조장과 펍이 인파로 가득 찼다. 반값 데이는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세금 체계가 바뀌면 국내 수제 맥주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에서 '수제 맥주 반값 데이' 행사가 열리자 매장에는 수제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로 가득찼다. [사진 한국수제맥주협회]

국내 수제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에서 '수제 맥주 반값 데이' 행사가 열리자 매장에는 수제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로 가득찼다. [사진 한국수제맥주협회]

 
임성빈 협회장은 “주세법이 개정되면 수제 맥주도 수입 맥주처럼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판매가 가능하다"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 중인 국산 수제 맥주 제품(500mL)의 가격이 1000원 이상 내려갔다”고 말했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에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수제맥주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기고 있다. [사진 한국수제맥주협회]

국내 수제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에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수제맥주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기고 있다. [사진 한국수제맥주협회]

수입 맥주에 유리한 세금 체계…편의점 수입 맥주 점유율 60% 
 
현행 주세법은 수입 맥주 업체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표준이 달라서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등 생산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에 이윤을 붙인 다음, 그 가격에 대해 72%의 주세를 매긴다. 반면 수입 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 가격에 72%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수입업체가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 맥주는 소매점에서 ‘4캔에 1만원’이라는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점령했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지난해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를 앞질렀고 올해는 수입 맥주 점유율이 60%까지 치고 올라왔다. 맥주 수입은 급증했지만, 국산 맥주 소비는 줄어 지난해 국내 맥주 생산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대기업 맥주 3사의 시장 점유율도 2013년 95%에서 지난해 82.5%로 추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맥주 점유율은 4.9%에서 16.7%로 빠르게 상승했다.  
 
대기업, 너도나도 맥주 수입…역수입 등장
 
만들어 파는 것보다 수입해 파는 것이 유리하다 보니 기업들은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캔에 1만원’하는 수입 맥주의 상당수는 국내 주류 대기업이 수입한 상품들이다.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와, 호가든, 산토리, 벡스 등 다양한 수입 맥주를 유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기린, 싱하, 크로넨버그 1664블랑을 공식 수입해 판매한다. 롯데칠성음료도 밀러에 이어 블루문을 국내에 들여왔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미국에서 역수입해 업계에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6월 오비맥주는 카스의 러시아월드컵 패키지 중 740mL 캔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왔다. 가격은 국내 기존의 같은 용량 제품보다 12% 낮췄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많이 팔리는 수입맥주들. [사진 롯데마트]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많이 팔리는 수입맥주들. [사진 롯데마트]

수입 맥주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국내 중소 업체가 대부분인 수제 맥주 업계는 속앓이하고 있다. 2014년 54개였던 수제 맥주 업체는 10월 현재 108개로 늘어나는 등 외적 성장은 이어가고 있지만, 경영난을 호소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주세 개편이 안 될 경우 내년에는 수제 맥주 업체의 20~30%가 줄폐업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안 발의…"소주 가격도 오르는 것 아니냐"
 
그나마 국내 맥주 업계는 최근 맥주에 한해 주세법을 바꾸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일 맥주 1L당 세금 835원을 동일하게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맥주뿐 아니라 전체 주류의 종량세 (전환)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세법을 종량세로 바꾸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행 주세법에서는 좋은 원재료를 쓰면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어 좋은 술을 만들기 어렵다”며 “맥주부터 종량세로 전환하고 부작용 등을 살핀 이후 점차 다른 주종의 주세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세법 개정이 소비자들에 ‘득이 아니라 실’이라는 주장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국산 맥주 가격이 높은 것은 세금 때문만은 아니다”며 “밀 같은 생산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서 가격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주류가 종량세로 전환되면 현재 세금이 낮은 소주는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 후생은 후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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