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별별마켓랭킹]오디오북 1위 ‘꿀보이스’ 정해인의 ‘오헨리 단편’

중앙일보 2018.11.11 01:11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사람들은 어떤 책을 많이 읽었을까, 아니 들었을까. 
바쁜 일상과 잦은 이동으로 인해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책을 ‘듣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엔 ‘호모 오디오쿠스’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오디오 등 듣기의 즐거움에 빠진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달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 귀를 즐겁게 한 책은 어떤 게 있는지 살펴봤다.  
.

.

네이버의 오디오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 1위를 차지한 오디오북은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선이었다. “델라는 세 번이나 세어보았다. 1달러 87센트. 그리고 내일은 크리스마스였다.”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란 단편 소설의 첫 장면이다. 가난한 부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머리카락과 시계)을 팔아 선물을 마련했지만 결국엔 서로의 선물(고급 빗과 시계 줄)이 필요 없게 됐다는 내용이다. 소시민의 고단한 생활을 그리면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오 헨리의 작가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크리스마스의 선물」 등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이 오디오북은 출시 2주 만에 1000부가 팔렸다. 단편이라 부담 없이 듣기 좋고, 계절에 어울리는 내용이란 점도 작용했겠지만 다른 비결이 또 있다. 바로 배우 정해인이 낭독했다는 점이다. 
배우 정해인이 오 헨리의 단편선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사진 네이버]

배우 정해인이 오 헨리의 단편선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사진 네이버]

정해인은 JTBC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국민 연하남’으로 떠올랐다. 「식탁을 찾아온 봄」 등 ‘달달한(로맨틱한)’ 소설 내용과 정해인의 ‘꿀 보이스(달콤한 목소리)’가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적 순위 기준 판매 1위를 차지한 생텍쥐페리의『어린 왕자』 역시 보이그룹인 ‘갓세븐’의 진영이 낭독해 화제를 모았다.  
.

.

오디오북은  청자뿐 아니라 작가에게도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쓴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책을 직접 낭독했다. 이 책은 지난달 판매순위 5위에 올랐다. 작가가 직접 낭독하는 작품의 경우, 문장의 호흡이나 캐릭터의 감정 등 작가가 작품을 썼을 때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듣게 되는 묘미가 있다. 김영하는 오디오북에 대해 “책은 지금은 눈으로 읽는 매체지만 인류가 오랫동안 귀로 들었던 것”이라며 “독서의 다양한 방식 중 하나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작가가 청자가 돼 자신의 소설을 듣기도 한다. 6위를 차지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그런 경우다. 연극배우인 성수연이 낭독을 한 오디오북을 들은 조남주는 “오디오북을 듣는데 김지영이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맑고 정제된 톤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하는 목소리여서 김지영이 나한테 들려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쓴 정문정 작가 역시 “오디오북은 성우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라며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이건 내 글이되 내글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

오디오북은 지난 7월말 출시 당시에는 소설ㆍ시ㆍ에세이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등의 서적이 약진하면서 장르가 다양해졌다. 지난달 인기 순위엔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2위)』,『신경 끄기의 기술(4위)』,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9위)』 등 자기계발서가 상위 순위를 휩쓸었다. 또 인문학 서적인 『미움받을 용기』가 8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사랑처럼 찾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라는 대목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연극배우인 이철희가 낭독했다.  
새로운 시도로 기존의 오디오북의 틀을 깬 작품도 있다.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저자로 유명한 이영도 작가의 10년만의 신작인 『오버 더 초이스』는 성우 11명이 녹음에 참여한 ‘대하 드라마’급 오디오북이다. 녹음된 분량만 16시간에 달한다. 이때문에 이영도는 처음 오디오북을 제안받고 주인공을 누가 맡을지가 가장 먼저 걱정이 됐다고 한다. 1인칭 시점이다 보니 내레이션과 대사를 주인공이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오디오북의 주인공 역은 BBC 드라마 ‘셜록’에서 주인공 셜록을 맡았던 장민혁 성우가 담당했다. 이 소설은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누적 판매순위 5위를 차지했다.
자료: 네이버

자료: 네이버

네이버가 7월 31일부터 10월 17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의 오디오북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순수 구매자 수는 800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재구매율이 15%에 달하며 총 판매량은 1만부를 넘어섰다. 책을 잘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20대의 이용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디오클립 내 오디오북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20대(26%)는 30대(38%)보단 낮지만 40대(25%)와 비슷한 수준의 이용률을 보였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