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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안씻는다고? 문화적 이해 필요해요"

중앙일보 2018.11.10 10:43
한국에 있는 많은 중국인에게 방송인 무전(牟珍)은 유명인사다.
2014년부터 매일 저녁 두 시간씩,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 소식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 공부를 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그녀가 진행하는 방송을 듣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0년 전 처음 한국에 올 때만 해도 '안녕하세요' 밖에 할 줄 몰랐다는 그는 이제 한국 소설을 즐겨 읽고 한국어 농담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준 한국인'이 됐다.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인기 직종 중 하나인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그는 수많은 젊은이를 만났고, 또 안타까웠다고 했다.
 
 지난 9월, 서울 상암동에서 방송인 무전을 만났다 [사진 차이나랩]

지난 9월, 서울 상암동에서 방송인 무전을 만났다 [사진 차이나랩]

요즘 후배들은 시작부터 뛰어가려고만 해요. 걷는 것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결국엔 넘어질 수밖에 없어요.
누구보다 바쁜 20대를 살았다고 자부하는 그는 한국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웠을까. 지난 9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방송인 무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됐나
2008년 한국에 왔으니 딱 10년 됐다. 원래 중국에서 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경영진이 한국인이었는데 갑자기 한국에 있는 본사로 발령이 났다. 원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아주 당황스러웠다. 한국어도 전혀 못 했다.
 
고민 끝에 '젊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때 중국에서 한류 문화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한국 문화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연세어학당 시절. 미국에서 군인으로 생활하다 퇴역 후 한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던 동료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출처 무전]

연세어학당 시절. 미국에서 군인으로 생활하다 퇴역 후 한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던 동료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출처 무전]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데
처음에는 한국어가 너무 어려워서 배울 엄두를 못 냈다. 학원 기숙사에서 지냈고 강의할 때는 중국어만 쓰도록 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쓰지 않고도 그럭저럭 생활이 가능했다. 한국에서 머문 지 3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한국어를 배워서 이곳에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1년 학원 강사 일을 그만두고 연세대학교 부설 어학당에 입학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예전에 갖고 있었던 꿈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 영어·중국어 통번역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영어를 남들보다 더 빨리 익혔다.그래서 어학당을 졸업하고 나서 한국어·중국어 통번역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중국어 학원에서 강의하면서 관련 시험을 준비했는데 고3 때보다 더 힘들었다. 하루에 4~5시간밖에 잠을 못 잤는데 갑자기 쓰러져서 과로로 입원한 적도 있다.
 
공부하느라 한국 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겠다
한국에 처음 와서 어학원 강사로 일하던 때는 정말 너무 바빴다.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계속 일하고 쉬는 시간에도 운동하며 기계처럼 3년을 지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한국 학생들과의 시간 때문이다. 말이 학생이지, 대부분 직장인이고 연세가 꽤 있는 분들도 계셨는데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한국으로 온 나를 깍듯이 선생님으로 대해줬다.  
 
수업 후 학생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도 많았는데 모두 겸손하게, 그러면서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인생에 대한 자신의 철학까지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때 가르쳤던 학생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감사할 따름이다.  
 
[출처 무전]

[출처 무전]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이 지금처럼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았다. '지금 중국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여러분이 추측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학생들과 토론도 하고 재미있는 싸움도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나눴다.  
 
남들은 나를 보고 '왜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웃기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때만 해도 '내가 중국의 입장을 전하는 민간 외교 사절'이라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면 꼭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무전]

[출처 무전]

예를 들어 '중국인은 잘 씻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중국의 남쪽 사람들은 날씨가 덥기 때문에 당연히 매일 씻고 머리도 감는다. 하지만 수자원이 부족한 중국 북부지방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먹는 물도 없는데 매일 샤워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중국'으로 모두 묶어서 말할 수 없고 중국에서도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생활 습관이 너무나 다르다. 결국 문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출처 무전]

[출처 무전]

한국 문화 중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한국의 제사 문화를 보며 놀라웠고 한편으로 감동을 받았다. 옛날에는 중국에도 제사 문화가 있었고 한국보다 더 엄격했다. 제사에 쓰는 음식, 접시, 식탁은 남자만 만질 수 없었고 왼쪽과 오른쪽, 큰 것과 작은 것 등 하나하나 지켜야 할 것이 정해져 있었다.
 
이제는 중국에서 제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 문화를 아예 모를 것이다. 한국에서 전통을 지켜가는 모습에 감동 받았고 중국도 우리 고유문화를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항상 고개 숙여 인사하는 한국 문화도 인상 깊었다.  
 
중국도 문화가 빠르게 바뀌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중국인의 특성을 표현할 때 '만만디'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천천히 차분하게 기반을 다지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90년대에 태어난 '주링허우(90后)'나 2000년대에 태어난 '링링허우(00后)'는 걷는 것 보다 뛰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건 중국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걷는 것을 알아야 잘 뛰어갈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넘어질 수 있다.
 
나는 지금 프리랜서로 통역과 방송 일을 하는데, 후배들 가운데 일단 빨리 일을 하고 싶어서 조바심을 내는 이들이 많다. 기초를 잘 다져야 일을 시작할 수 있지, 무작정 시작해서 '하다 보면 배우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도 그럴까'는 별개 문제다.
 
12년째 이 일을 하는 나도 현장에 나설 때는 늘 걱정되고 긴장된다. 운에 기대지 말고 늘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나와 비슷한 업종에 있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출처 무전]

[출처 무전]

젊은이들에게 또 해줄 말은 없나
판단을 너무 빨리 내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한국에 발령이 났을 때 처음 든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어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고,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새로운 기회였고 도전이었기에 이곳에 오게 됐다.
 
급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한 번 더 노력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더 많이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삶의 목표가 있다면
한국은 나에게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무대였다. 이곳에 와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다. 한국어를 배우고 통역과 번역을 제법 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겁이 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문학 번역이다. 한국어로 쓰인 책을 종종 읽고 있는데 고전 문학의 경우 아직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중국에 한국 문화와 문학, 특히 고전문학을 알리고 싶은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나중에 나의 언어로 한국의 책을 번역해 중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차이나랩 김경미, 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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