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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는 시간이 부담스럽다, 우리 부부만 그럴까?

중앙일보 2018.11.09 13:01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35)
바로 옆자리에서 한 무리의 아주머니, 아저씨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퇴 후 갑자기 늘어난 배우자와의 시간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 길어진 인생에 은퇴 후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부부생활은 결혼 만큼이나 큰 이벤트일 것이다. [사진 pixabay]

바로 옆자리에서 한 무리의 아주머니, 아저씨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퇴 후 갑자기 늘어난 배우자와의 시간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 길어진 인생에 은퇴 후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부부생활은 결혼 만큼이나 큰 이벤트일 것이다. [사진 pixabay]

 
점심시간 식당 바로 옆자리에서 한 무리의 아주머니가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은퇴를 코앞에 둔 남편과의 관계가 눈 앞에 음식보다 더 맛있는 수다거리입니다. 서로 조언을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조용했던 동네 커피숍에 한 무리의 아저씨가 들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듣지 않으려 해도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힙니다. 은퇴 후 갑자기 늘어난 아내와의 시간이 고민입니다. 한숨을 푹 쉬던 아저씨들은 맥주나 한잔 더 하러 가자며 일어섭니다.
 
백세시대 길어진 인생, 은퇴 후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부부생활은 몇십년 전 결혼 만큼이나 큰 이벤트입니다. 알콩달콩 꿈으로 가득 찼던 신혼 시절과 다른 점은 많지만 한 바퀴 시곗바늘이 돌아 신혼 아닌 신혼 같은 시절이 다시 돌아온 셈입니다. 함께하는 물리적 시간은 늘었지만 마음의 거리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2009년 통계청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에게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물었을 때 60대 이상의 44%가 여행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정말 여행을 즐기는 부부의 경우는 전체의 6.9%였습니다. 가장 많은 답변인 TV나 비디오 시청은 66%였습니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배우자와 함께하는 활동 1위는 77%를 차지한 TV 시청이다. 때때로 배우자와 함께 있는 것보다 TV와 둘만 있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사진 pixaba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배우자와 함께하는 활동 1위는 77%를 차지한 TV 시청이다. 때때로 배우자와 함께 있는 것보다 TV와 둘만 있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사진 pixabay]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여가활동, 베이비부머 여가활동 조사에서도 여전히 TV 시청이 51.4%, 뒤를 이어 인터넷 사용이 11.5%로 함께 있지만 서로가 마주 보는 시간보다 기계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2016년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활동 1위는, 함께하는 시간 4시간 10분 가운데 77%를 차지한 TV 시청입니다. 불행하게도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결과입니다.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셈입니다. 때때로 TV와 둘만 있는 게 더 편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은퇴 후 부부생활에 고민은 있지만 정작 내 남편, 내 아내와 생각을 나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하신 생각을 아내(남편)와는 얘기해 보셨어요?”라고 물으면 “뭘 그런 걸 얘기해~ 그냥 그렇다는 거지” 하고 얼버무립니다.
 
식당에서 만난 아주머니, 아저씨 무리처럼 그냥 끼리끼리 얘기하고 말아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죠. 오히려 낯선 사람 앞에서는 고민을 토로하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가서는 입을 열지 않습니다. 괜히 입을 열어 싸움으로 번지는 것보다 그냥 침묵하는 것이 낫다고도 합니다. 어떠세요? 내 생각을 내 아내, 내 남편과 이야기하고 계신가요? (혹시나 드리는 말입니다만) 당연히 일방적인 나의 상황, 나만의 이야기 말고 서로가 오가는 대화여야 하겠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입을 여는 연습이 필요한데 부부 상담은 그 연습을 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행복이 아닌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나와 내 배우자의 관계는 서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관계인지 생산하는 관계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freepik]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입을 여는 연습이 필요한데 부부 상담은 그 연습을 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행복이 아닌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나와 내 배우자의 관계는 서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관계인지 생산하는 관계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freepik]

 
요즘엔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상담이란 단어가 지금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꺼리게 됩니다. 상담은 한쪽만 마음먹어서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담이란 것이 꼭 문제가 있어 찾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은 무릇 행복하길 원합니다. 지금까지보다 더 배우자와 관계가 중요해지는 은퇴 후. 둘만이 어색하다면 여러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입을 여는 연습이 필요한데 바로 그 연습을 하는 겁니다.
 
사실 매번 칼럼을 쓰면서 가장 많이 돌아보고 매번 다시 배우게 되는 건 저입니다. 어제도 회식 후 돌아온 남편에게 맛있게 먹었냐는 말 대신 “삼겹살 먹었어? 어휴~ 냄새! 옷 그냥 두지 말고 세탁기에 넣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는 또 아차 합니다. 배우자는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관계구나 생각합니다. 우스갯소리로 그래서 ‘배우자’인가 하는 말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나부터 생각해 봅니다. 나와 내 배우자의 관계. 서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관계인가요, 생산하는 관계인가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대표 voivod70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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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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