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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빠 빽 입사 본인이 자랑" 교통公 정규직 전환자 폭로

중앙일보 2018.11.09 01:50 종합 2면 지면보기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가족·친척 재직 현황 문건.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직원의 가족·친척 정규직 전환자는 112명이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가족·친척 재직 현황 문건.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직원의 가족·친척 정규직 전환자는 112명이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의 한 무기계약직 채용 과정에서 목격한 일이에요. 저와 함께 면접을 본 지원자 중에서 관련 경력을 충분히 쌓고 자격증을 보유한 한 지원자는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듬해 관련 경력과 자격증이 없는 또 다른 지원자는 합격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무경력·무자격 합격자’는 교통공사 직원을 친척으로 두었더군요. 서류·면접 전형을 거친 당시 그 직종의 경쟁률은 수십 대 1에 달했습니다. 경력과 자격증이 지원 필수요건은 아니고, 가점 요소였는데 경쟁률을 고려하면 의아한 일이지요.”

 
‘고용세습’ 의혹을 받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자 A씨는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 알려진 것보다 더욱 심각한 실상을 알리고 싶다”며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자 1285명을 대상으로 직원의 가족·친척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무기계약직 채용 때 경력과 자격이 되는 지원자들이 왜 떨어졌고, 무경력·무자격자들은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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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3월 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한 명이다.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교통공사 직원 1만2000여 명 소속)의 노조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을 “지금 몸담고 있는 직종과 관련된 경력을 수년간 쌓은 후 서류·면접 전형을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 당시 교통공사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입사 후 다시 수년간 열심히 일한 후 어렵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자기 입으로 ‘나는 아버지 빽으로 입사했다’는 동료, 어디 역장의 아들이거나 어느 부장의 딸인 동료들을 보면서 허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익명의 인터뷰를 요청했고, 사진 촬영에 응하지 않았다. 또 “자신의 직종과 입사 시점 등 구체적인 정보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다.

 
동료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나는 아버지 빽으로 입사했다’고 말했다는 것인가.
“우리 직종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고, 근무 태도도 좋지 않은 동료가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입사했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버지가 교통공사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빽으로 들어왔다’고 답하더라.”
 
‘누가 누구의 가족’이란 소문을 사실로 확인한 적이 있나.
“내가 아는 동료가 2016년 또 다른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가 목격담을 들려줬다. ‘B의 결혼식에 갔는데 가족사진 찍는 순서가 되자 동료 C가 나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C는 우리 회사 3급 직원의 아들이었다’는 얘기였다. 이 세 사람이 112명 명단(공식 확인된 직원 가족 정규직 전환자 인원) 안에 있더라.”
 
중앙일보가 교통공사 측에 문의한 결과 세 사람은 112명 명단 안에 있었다. 교통공사 측은 B씨는 2016년 결혼했으며, C씨와는 사촌 사이란 점을 확인해 줬다. 또 C씨는 교통공사 3급 직원 D씨의 아들이고, 따라서 B씨와 D씨는 친척 관계라고 확인해 줬다.

 
일각에선 ‘무기계약직 일부 직종은 사람들이 하길 꺼리기 때문에 가족 채용이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서류·면접 전형을 거친 한 무기계약직 직종의 경우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했다. 문제는 이렇게 경쟁률이 높았는데, 관련 경력과 자격증이 전혀 없는데 직원의 가족인 지원자가 합격했다는 점이다. 경력과 자격이 있는 지원자들이 왜 떨어졌고, 무경력·무자격 합격자들은 어떻게 입사할 수 있었는지 집중 조사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 측에 따르면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궤도 보수, 전동차 검수 지원 등 안전 업무직 종사자 682명 중 입사 당시 자격증을 보유한 인원은 456명(66.8%)이다.

그는 ‘매관매직’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특정 직종의 무기계약직들 사이에서 떠돈 말이 있다. ‘저 자리는 400만원짜리, 저 자리는 1000만원짜리’ 이런 말들이다. 면접관 등 입사에 힘을 쓸 수 있는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자리를 산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으로, 진위 여부는 수사 기관에서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이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채용 과정이 뭔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채용 특혜’ 의혹 제기를 공채와 비공채,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공정한 과정’을 원하고 땀 흘려 노력한 사람들이 ‘불공정한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허술한 정책과 불공정 속에서 피해자는 일자리를 빼앗긴 젊은이들과 나 같이 빽 없이 정규직이 된 이들이다. 수사 기관에서 전모를 밝혀야 공정하게 들어온 정규직 전환자들도 떳떳하게 다닐 수 있다.”
 
교통공사 “채용·정규직화 때 철저 검증했다 ”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자 3명과 노조 관계자들이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자 3명과 노조 관계자들이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일보는 A씨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에 해명을 요청했다. 교통공사 측은 “기존 안전 업무직 비정규직에 대한 무기계약직화·정규직화는 철저한 심사와 검증을 통해 이뤄졌다. 특혜와 공정성 시비 방지를 위해 시험과 외부 전문가 심사 등도 실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구내운전 직종은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필수요건으로 채용했고, 모터카 및 철도장비 직종의 경우 철도차량 운전면허나 관련 분야 국가기술 자격증을 필수 요건으로 채용했으며 법적으로 자격·면허가 필요하지 않은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나 전동차경정비·역무지원·궤도보수 등에 대해선 자격증을 가점 요건으로 부여했다”고 했다. 또 교통공사 측은 “경쟁률이 높았던 도시철도공사(교통공사 전신) 전동차보수원·궤도보수원 등 직군의 경우 필기시험(자격증 가산점 부여)을 통해 채용 인원의 1.5배를 뽑아 면접 대상자를 선발했고, 필기시험 점수와 면접 점수를 각각 50% 반영했다”면서 “필기시험 점수가 우수할 경우 자격증이 없어도 선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저 무기계약직 자리는 400만원짜리다’는 등의 소문에 대해선 “인터뷰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근거 없는 소문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정규직 전환자 3명은 8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매도와 비난을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전동차를 12년째 정비하는 한모씨는 “나는 부당하게 입사하지 않았는데 친척이 재직 중이란 이유만으로 매도당하는 것 같아 힘들다”고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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