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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0억에 산 스타트업, 한국판 요즈마로 만들 것”

“100억에 산 스타트업, 한국판 요즈마로 만들 것”

중앙일보 2018.11.09 01:50 경제 2면 지면보기
7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그룹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엠텍월드와이드와 100억원 대의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비엠텍은 GE의 제품을 ODM 방식으로 위탁 생산한다. [김경록 기자]

7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그룹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엠텍월드와이드와 100억원 대의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비엠텍은 GE의 제품을 ODM 방식으로 위탁 생산한다. [김경록 기자]

이스라엘을 ‘창업 국가(Start-up Nation)’로 만든 공신 중 한 사람인 요즈마펀드의 회장이 한국 벤처기업을 인수하고, 회장에 올랐다.  
 
7일 방한한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그룹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내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직접 ‘요즈마비엠텍’의 회장이 됐다” 며 “비엠텍은 의료기기 제조와 더불어 한국의 우수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할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즈마펀드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글로벌 벤처캐피털이다. 2014년 한국에 첫 진출해 그간 스타트업들의 투자자 겸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지난 4년간 8개 국내 스타트업들에 총 370억원을 투자했는데, 최근 의료기기 제조 벤처기업 ‘비엠텍 월드와이드(대표 한승무)’와 100억대 인수합병(M&A) 계약을 해 최대 주주가 된 것이다.
 
규모로만 보면 이번 M&A는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수백억대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초기 벤처에 투자해 23개의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엑셀러레이터로서 요즈마의 성과를 고려하면 이 한 발짝은 무게가 있다.  
 
한국의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국내의 기술 기반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글로벌로 진출시킬 ‘한국형 요즈마’로 변모하게 됐기 때문이다.
 
요즈마는 무엇보다 비엠텍의 우수한 인적 인프라를 높이 샀다. 비엠텍은 한승무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교수가 1998년 창업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로, GE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조자 개발생산(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방식으로 자사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초음파 골밀도 진단기·극저온 피부 치료기 등이 주력 상품이다.
 
에를리히 회장은 “경희대를 비롯해 삼성 의료원·아산병원 등 한국의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CEO가 우수한 연구자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비엠텍은 이제 요즈마비엠텍으로 개명됐다. 지금까지 해온 의료기기 생산 수준을 유지하면서, 향후 국내 초기 단계의 기술 기업들을 찾아내 투자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요즈마펀드는 2014년 한국 진출과 투자 계획 발표 이후 한동안 투실적이 저조해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이 1인당 벤처 창업 세계 1위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요즈마가 20년간 공헌을 한 만큼, 한국 언론을 비롯해 스타트업도 우리에 대한 투자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초기 벤처 투자는 성공률이 20%도 채 되지 않는 만큼 한국 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을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요즈마가 이름값만큼 실제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시장의 의심에 대한 해명이다.
 
이원재 요즈마 그룹 한국 법인장은 “한국 진출 후 가장 큰 성과는 전국에 7개 창업 인큐베이터인 ‘요즈마 캠퍼스’를 설립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라며 “이제 요즈마가 손을 뻗으면 닿지 않는 기업들이 거의 없는 만큼 성과는 내년부터”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요즈마는 지난 7월 미래SCI와 손잡고 합작 법인인 ‘요즈마바이오사이언스홀딩스’를 설립한 이후 SCM생명과학에 20억원·톱텍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에를리히 회장은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글로벌 시장은 매년 커지는 추세에 있다”며 “글로벌 기술 트렌드가 스타트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 만큼, 세계 5대 연구소인 와이즈만 연구소의 기술이전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기술·글로벌 역량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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