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협력사와 이익 나눠라 … 또 하나의 대기업 압박

중앙일보 2018.11.07 00:11 종합 1면 지면보기
협력이익공유제가 7년여 논란 끝에 다시 추진된다. 정부는 강제가 아닌 자율적 제도라고 주장하지만 대기업은 제도 자체가 시장경제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정, 협력이익공유제 입법 추진
7년 전 논란 많아 흐지부지
정부 “강제 아닌 자율적 제도”
대기업 “시장경제 위배” 반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당정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미 발의된 관련 법안 네 건(조배숙·김경수·심상정·정재호 의원안)을 통합해 입법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 다음달 입법이 완료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이르면 내년 2월 시행된다. 당정에 따르면 협력이익공유제는 협력사업형(제조업)·마진보상형(IT·유통)·인센티브형(근로자에게 보상)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이익을 나누게 된다.
 
이 제도는 2011년 2월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이던 정운찬 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주도한 ‘초과이익공유제’가 모태다. 대기업이 이익을 냈을 경우 그 일부를 협력 중소기업에게 나눠 주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관련기사
 
그러나 대기업과 일부 학계의 반대로 ‘협력이익배분제’라는 명칭으로 바꿔 불러 추진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힘을 얻었고, 지난해 7월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협력이익공유제’로 표현이 바뀌어 재추진됐다. 다분히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협력이익공유제의 존폐가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전삼현(법학) 숭실대 교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국가가 개입해 이익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반시장경제적이며 정치권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중소기업 육성 책임을 대기업에 미룰 게 아니라 대기업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정책을 지원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 등도 협력업체와 성과를 공유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율일 뿐 한국처럼 법이 개입하진 않는다.
 
반면에 중소기업계는 환영이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그간 산업구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관계였다면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수평적 협력관계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정치적 산물이란 점을 의식한 탓인지 ‘자율’이란 점을 강조한다.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이익 공유의 확인과 검증작업도 정부 기관이 아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이익공유제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제도다. 대기업이 연말에 이익을 많이 내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나눠주듯 협력 중소기업으로 대상을 넓혀 시행하자는 의미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