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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 효과 있지만 … “정부 개입 전례 없다”

중앙일보 2018.11.07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당정 협의를 열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뉴스1]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당정 협의를 열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뉴스1]

6일 당정이 발표한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에 따르면 협력사업형·마진보상형·인센티브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게 된다.
 

정부 마진보상형 등 3개 유형 검토
보잉, 이익공유 뒤 제작기간 단축

“중기 육성 대기업에 미루지 말고
대기업이 낸 세금으로 지원해야”
기업들, 협력사 해외서 찾을 수도

협력사업형의 경우 제조업을 중심으로 공동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제품 판매 실적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미국 항공기제작사 보잉이 787기종을 만들면서 대규모 투자와 제품 개발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약 50여 개 공급자와 협력이익을 공유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 협력사업형이다. 이익을 공유하자 기존 비행기 조립에 30일이 소요되는 기간을 3일까지로 단축하기도 했다.
 
또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 제약업체 일라이릴리 역시 인도의 위탁연구업체 NPIL과 위탁연구 계약과 협력사업형 이익 공유 계약을 체결했다. 대신 NPIL에 인도와 인접국에서 신약 판매권을 제공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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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보상형은 정보기술(IT) 혹은 유통 플랫폼 사업자가 공동의 협력사업을 통해 달성한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IT 플랫폼 기업이 공동의 협력사업을 통해 달성한 이익을 콘텐트와 광고 조회수 등에 따라 공유하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협력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논의하거나 정보를 공유한 적은 없다”며 “우리가 시행하는 중소기업 협력 모델과는 다른 것 같아 향후 입법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인센티브형은 대기업의 경영 성과 달성에 함께 노력한 협력사에 성과보상(인센티브)을 부여하는데 협력사의 근로자에게도 준다. 예를 들어 협력사의 실적·고용 등 지표를 평가해 상위 중소기업과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협력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하고, 도입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중심이며, 대·중소기업 모두 혁신을 유도하는 원칙에 따라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에 참여한 대기업에 주는 인센티브 중 대표적인 것은 세제 지원이다. 공유한 협력 이익을 손실 비용으로 인정하고, 법인세 세액공제 한도를 높여줄 계획이다. 동반성장평가와 공정거래협약 평가에서도 우대해 준다.
 
그러나 대기업이 인센티브를 대단한 ‘당근’으로 생각할지는 미지수다. 이익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경영 정보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부담을 지면서 받는 인센티브가 작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화학업종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도 이익이 나야 협력사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익을 낼 수 있는 건 정부가 규제로 틀어막고 있으면서 세금을 얼마 깎아주겠다고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헌법 제119조 제1항에 있는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되고, 재산권이라 할 수 있는 이익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준선(법학)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에 발생한 이익은 주주의 몫으로 협력사에 재분배하라는 것은 주주 동의가 없이는 안 된다”며 “반시장적 이익배분 방식은 기업의 혁신 활동과 효율성 제고, 신상품 개발과 같은 모험정신의 싹을 자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제도 때문에 대기업이 해외에서 협력사를 찾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익을 공유하는 국내 협력업체보다는 이런 의무가 없는 해외 협력업체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 기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골고루 나뉘어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난감한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회원사 의견을 들어보니 중소기업은 도입해야 하고, 대기업은 부담을 느낀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있다”며 “다만 자율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건데 입법으로 인해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강제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김도년·하선영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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