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완전자율주행차 시대오면 운전면허 안 따도 될까?
강갑생 기자 사진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완전자율주행차 시대오면 운전면허 안 따도 될까?

중앙일보 2018.11.07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30여년 전 국내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제목은 ‘전격 Z작전’이었는데요. 인공지능(AI)을 갖춘 완전자율자동차 ‘키트’가 주인공 마이클을 도와 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키트는 주인공이 목적지만 말하면 알아서 각종 정보를 취합해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고, 주행 중 나타나는 위험요소도 미리미리 파악해 대비합니다.
 
영화 ‘토탈리콜’속 로봇 택시 기사. 목적지를 말하면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간다. [영화 캡처]

영화 ‘토탈리콜’속 로봇 택시 기사. 목적지를 말하면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간다. [영화 캡처]

1990년에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미국 영화 ‘토탈 리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요. 무대는 2080년대로 주인공(아널드 슈워제네거)이 택시를 탑니다. 그런데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묻는 기사는 인간이 아닌 로봇입니다. 이 로봇에게 목적지를 말하면 최적의 경로를 찾아서 운행을 시작합니다.
 
‘키트’나 ‘로봇 택시기사’를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분류로 따지면 최고 등급인 ‘레벨 5’라고 할 수 있습니다. SAE는 자율주행단계를 레벨 0~레벨 5까지 6단계로 구분하는데요. 레벨 0은 자동화 기능 없이 운전자가 알아서 운전하는 단계입니다. 레벨 1은 사람이 운전 대부분을 하되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시스템(AEB) 등 한 가지의 자동화 장치가 이를 보조해주는 수준입니다. 레벨 2는 두 가지 이상의 자동화 장치가 운전자를 지원해주는 단계인데요. 현재 대부분의 제조사가 판매하는 차량은 레벨 1~2에 해당합니다. SAE는 레벨 0~레벨 2까지는 운전의 중심을 ‘인간’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레벨 3부터는 자율주행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레벨 3은 고속도로 등 특정 환경에서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레벨 4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입니다. 평소에는 운전 대부분을 자율주행시스템이 담당하고, 유사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수준인데요. 가장 높은 레벨 5는 모든 환경에서 시스템이 스스로 운전하고, 사람이 전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정도입니다. 레벨 5는 아예 핸들(스티어링 휠)이 없다고 하네요. 현재 적지 않은 자율주행차 제작사들이 레벨 3~4를 시험 중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0~2025년에는 레벨 3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이후 레벨 4와 레벨 5차량들이 속속 등장할 것 같은데요.
 
9월 초 경기도 판교에서 운행을 시작한 11인승 자율주행버스‘제로셔틀’은 운전대가 없다. [연합뉴스]

9월 초 경기도 판교에서 운행을 시작한 11인승 자율주행버스‘제로셔틀’은 운전대가 없다. [연합뉴스]

그런데 자율주행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법과 제도의 개선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다닐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인데요. 자율주행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 보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많은 숙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시급한 것이 ‘운전면허’일 겁니다. 면허를 사람에게 줘야 할지, 아니면 자율주행차에 줘야 할지가 논란이 되는 건데요. 레벨 2까지는 사람에게 운전면허를 줘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레벨 3부터는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물론 특정 조건이 아닌 경우 사람이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면허’는 사람에게 줘야 합니다. 문제는 종전 방식 그대로 필기·기능시험을 거쳐 운전면허를 줘야 하는가인데요.
 
레벨 3의 경우 운전자는 자율주행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관련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과거식의 필기와 기능시험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능력인 겁니다.
 
레벨 4~5로 올라가면 더 복잡합니다. 대부분의 운전을 자율주행차량이 스스로 하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사람이 아닌 차량에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해당 차량이 일정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는지를 확인해 일종의 ‘운행인증’ 또는 ‘운행허가’를 내주는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등에선 시험 주행하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테스트를 거쳐 주행 면허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실상 ‘운전자’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여기서 문제는 사람입니다. 레벨 4~5의 차를 타는 사람은 운전면허가 없어도 될까요? 사실 이들 차량은 평소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운전면허 안 따도 되냐?”는 질문들이 곳곳에서 오가는데요. 아직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람도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 시대의 운전면허 제도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이 도로교통공단인데요. 이곳에서 최근에 나온 자료를 보면 ‘완전자율주행자동차에서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해방은 가능할지 몰라도 자동차를 이용 혹은 운행하기 위해 분명 사람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사용 혹은 운행면허 등으로의 면허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완전자율주행차라도 유사시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도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때 따는 면허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겁니다. 운전능력도 능력이지만 자율주행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비상 대처법 등 어찌 보면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고 높은 수준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아직은 논의 단계입니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완전자율주행차 시대, 차근차근 그러나 늦지 않게 다양한 측면에 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바퀴와 날개

바퀴와 날개

배너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구독하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