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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밑창 푹신할수록 좋다? 실험해보니…

중앙일보 2018.11.06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31)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고 발목이 뻐근해진다면 신고 다니는 신발을 확인해보자. [사진 pixabay]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고 발목이 뻐근해진다면 신고 다니는 신발을 확인해보자. [사진 pixabay]

 
선생님, 저는요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고, 발목이 뻐근해져요. 그래서 걸을 때 충격을 줄이려고 항상 쿠션이 좋은 운동화만 골라서 신거든요. 그런데도 별로 효과가 없는 같아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가끔은 쿠션이 너무 좋은 신발이 더 불편할 수도 있어요.
 
네? 신발의 쿠션이 좋아야 충격을 잘 흡수하는 것이 아닌가요? 쿠션이 많이 들어있는 신발을 신으면 착용감이 좋거든요.
물론 충격은 좀 더 잘 흡수할 수 있겠지만, 그 대신 발목은 안정성이 떨어져요. 그래서 집 앞 편의점을 가는 정도의 거리는 더 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래 걸으면 피로가 빨리 옵니다. 푹신한 깔창을 신고 걸을 때를 분석해 볼까요?
 
 
너무 푹신한 밑창은 걸을 때 발 뒤꿈치가 무너져 쉽게 다칠 수 있다. [사진 유재욱]

너무 푹신한 밑창은 걸을 때 발 뒤꿈치가 무너져 쉽게 다칠 수 있다. [사진 유재욱]

 
잘 보면 발 뒤꿈치가 바닥에 닿을 때 깔창이 한쪽으로 발목이 안쪽으로 휘청하고 무너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러면 발목을 잡기 위해 주위 근육이 수축하면서 이것을 바로잡는 일을 반복하게 돼요. 그러니 오래 걸으면 발목 주위 근육이 피로해지고 뻐근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거죠.
 
딱딱한 밑창의 경우 발바닥에 충격은 커지겠지만 발목의 안정성이 좋아져 피로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사진 유재욱]

딱딱한 밑창의 경우 발바닥에 충격은 커지겠지만 발목의 안정성이 좋아져 피로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사진 유재욱]

 
반면 쿠션이 없이 딱딱한 밑창은 발바닥에 충격은 커지겠지만, 발목의 안정성이 좋아져서 피로하지 않게 걸을 수 있어요. 오래 걷기에 가장 특화된 신발이 뭘까요? 트레킹화나 군화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두 신발 모두 쿠션이 그리 좋지는 않아요. 대신 밑창을 두껍게 만들어 충격을 흡수하고, 발뒤꿈치와 안쪽 면이 견고하게 만들어져서 발목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재욱의 한마디
쿠션이 좋은 신발을 피해야 하는 세가지 이유
사진 속 키높이 깔창의 경우 발목이 휘청거려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사진 유재욱]

사진 속 키높이 깔창의 경우 발목이 휘청거려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사진 유재욱]



첫 번째, 발목을 잡아주는 근육이 항상 긴장하게 된다. 걸을 때마다 발목을 바로 잡기 위해 근육이 일을 해야 하므로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곤해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발목 근육이 발달해 두꺼워지고, 종아리와 발목의 두께가 비슷해져서 아톰 다리처럼 보인다.

 
두 번째, 발목을 자주 삔다. 쿠션이 많은 신발을 신으면 쿠션의 중심보다는 좌우로 찌그러들면서 발목의 안정성이 떨어져 발목인대를 다칠 위험성이 높아진다.
 
세 번째, 일반적으로 인간은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려는 경향이 있어 쿠션이 일정하게 찌그러지는 것이 아니라 안쪽으로 무너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발목에는 안쪽으로 회전하는 내회전 토크가 걸린다. 인간의 발에 걸리는 충격은 하루 100t 달한다고 하니 하루에 100t의 힘이 발목을 안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런 충격은 다리를 안쪽으로 회전시켜서 휜 다리를 유발하고, 무릎 안쪽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나친 쿠션은 충격을 흡수하지만, 안정성은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야구장에서 나누어주는 공기방석은 처음 앉았을 때는 편한 것 같지만 의외로 오래 앉아있기는 힘들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을 허리가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래 걷는 목적의 신발을 원한다면 쿠션이 좋은 신발보다는 단단한 지지대 위에 약간의 쿠션이 있는 신발 밑창이 유리하다. 물론 실내에서라든지, 오래 걷지 않는 경우에 신는 신발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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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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