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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박원순·김부겸 제치고 이낙연이 떴다는데···

중앙일보 2018.11.06 00:26 종합 27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이낙연(국무총리)은 요즘 일할 맛이 날 게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더 깊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기자들의 귀에 들릴 정도니 그도 모를 리 없다. 그런 마당에 각종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원순(서울시장)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박원순 김부겸 등 여권 경쟁자들 쟁쟁
뜻 있다면 이낙연의 시대정신 보여야

그동안 문 대통령이 보여준 애정은 각별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국회에서 총리추천제를 주장했는데 그랬다면 이 총리 같은 좋은 분을 모실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그다음 달엔 총리의 해외 순방에 전용기(공군 1호기)를 선뜻 내줬다. 정부 출범 직후 시작한 주례회동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책임총리’로서 많은 일을 하는 총리의 역할이 알려지지 않는 게 아쉬울 정도라 한다.
 
대통령의 신뢰에 박원순까지 제친 건 안정적인 정무감각이 큰 몫을 했다. 특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그의 장기가 빛을 발했다. 야당의 공세를 적절히 피하면서 지지자들에겐 희열을 줬다. 지난해 9월 MBC 사태가 시끄러울 당시 야당 의원이 “김장겸 사장을 내쫓을 거냐. 최근 MBC·KBS가 불공정 보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따지자 “(MBC·KBS를) 잘 안 본다”며 “꽤 오래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다”고 답해 질문자의 말문을 막은 게 대표적이다.  
 
여권 한 인사는 “21년 기자 생활에 4선 의원, 전남지사와 총리 등 화려한 이력과 호남의 대표주자라는 점은 앞으로 이 총리의 주가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그늘에선 빛나도 혈혈단신 벌판으로 나갔을 때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고건·정운찬 등 역대 총리 출신들이 대선을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한 사례를 들기도 한다. 여당 내에 그를 따르는 세력도 잘 안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원만한 총리로 인기는 있을 수 있지만 당내에서 그를 대선 후보로 생각하는 이가 드물다”며 “원래 중도 우파로서 시대정신을 아우를 수 있는 파괴력 있는 후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이낙연은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까.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지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경쟁자를 한번 보자. 박원순은 절치부심할 거다.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후 삼양동 옥탑방 살이, 여의도 용산 통합 개발안 제시 등 대선 후보급 행보를 했다 낭패를 봤지만 시정에 전념하는 모습으로 포인트를 쌓아가겠다는 전략을 세워놓았다 한다. 박원순에겐 이낙연에게 없는 세력도 있다. 오랜 인연이 있는 시민사회와 여당 내 지지 그룹이다.  
 
김부겸(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이낙연의 자리를 넘볼 후보다. 김부겸은 장관직을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2년 4선이 보장된 군포를 버리고 민주당 후보로 대구 수성갑으로 가 낙선했지만 4년 후 재도전해 성공한 신화를 갖고 있다.
 
흔히 대선을 세 싸움 또는 구도 싸움이라고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여권의 사정상 친문계의 지지를 얻는 건 중요한 문제다. 현재 친문 구도라면 이낙연이 김부겸보다 나을 게 없다. 김부겸은 친문 좌장격인 이해찬(민주당 대표)과 가깝다. 이해찬은 당 대표 경선에 김부겸이 출마했다면 안 나왔을 것이란 뜻을 비출 정도였다.
 
이낙연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3년 친노 정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때 민주당에 남았다. 정치 이력 상 딱히 친문과 공유할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다. 문 대통령이 신뢰하는 것과 친문의 지지도 별개의 문제다. 친문은 영남 출신 대선주자로 보수 텃밭인 영남표를 공략하고 호남의 절대적 지지로 승리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문 대통령의 경우다. 이 때문에 호남 출신인 그는 친문과의 관계에선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친문과의 관계에선 박원순이 더 불리해 보인다. 박원순은 2017년 대선 레이스에서 문 대통령을 “청산돼야 할 기득권”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어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4일 이낙연은 국회 답변에서 자신이 대선 후보 선호도 1위가 된데 대해 “어리둥절하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지만 조심스럽다”고 했다. 세간에서 이미 그가 대권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고 그의 답변을 보더라도 사정이 허락한다면 그냥 넘기지는 않을 분위기다.
 
그가 대선에 뜻이 있다면 스스로 봐도 채워야 할 게 한둘이 아닐 거다. 당에서 나오는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 스마트하긴 하지만 이낙연의 시대정신이 뭔지 잘 모른다는 대목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일까. 더불어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다.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행여 친문계만 잡는 데 혈안이 돼선 안 된다. 그러다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다. 국민을 보고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친문계가 그를 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새 리더십이다.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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