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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타 셰프가 만든 고추장 파스타, 갈비양념 스테이크

중앙일보 2018.11.06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한식의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10년부터 ‘서울고메’를 열고 있는 한혜정 위원장. [사진 서울고메]

한식의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10년부터 ‘서울고메’를 열고 있는 한혜정 위원장. [사진 서울고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갔는데 현지 식당에서 한식을 만날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어요. 불고기·빈대떡 뿐이었거든요. 한식은 궁중요리부터 사찰음식, 길거리 음식까지 다양하잖아요. 해외에 제대로 한식을 알리고 싶었죠. 그래서 세계적인 셰프들이 직접 한식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초대 행사를 열기 시작했죠.”
 

한혜정 서울고메위원장의 시도
“외국엔 왜 불고기·빈대떡만 있나”
매년 저명셰프 초대, 한식 다양화

한혜정(51) 서울고메조직위원회 위원장이 2010년부터 내로라하는 세계 정상급 셰프들을 한국에 초대해 ‘서울 고메’ 행사를 연 이유다. 본래 그는 롯데자이언츠를 다룬 ‘나는 갈매기’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NHK·BBC·디스커버리 채널 등 해외 언론에 소개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2010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미식은 소수만 공유하는 문화였고 해외 셰프들의 방한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이때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페인의 조르디 로카, 벨기에의 상훈 드장브르, 유기농 계절 요리의 대가 페르난도 델 세로 등 스타 셰프 7명이 함께 서울을 찾았다. 이후에도 프렌치의 대가 피에르 가니에르, 이탈리안의 거장 마시모 보투라 등이 서울고메를 통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 재래시장부터 마트·백화점·사찰·레스토랑을 다니며 한국 식재료와 음식을 경험했다. 한 위원장은 이들이 한식을 경험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2010년 열린 서울고메. [사진 서울고메조직위원회]

2010년 열린 서울고메. [사진 서울고메조직위원회]

 
가장 중요한 성과는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돌아간 셰프들이 한식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를 선보인 것이다. 예를 들어 페르난도 델세르는 오징어순대에서 영감을 받아 오징어 안에 소를 채워 냈고, 상훈은 갈비 양념으로 맛을 낸 스테이크를 선보였다. 이탈리안 셰프 카를로 크로크는 고추장을 넣은 파스타를 만들었다.
 
행사는 매년 성공적이었지만 한 위원장의 고민은 갈수록 커졌다. 유명 셰프를 초청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경제성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다. 게다가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슷한 행사도 생겼다. 결국 한 위원장은 2017년 휴식을 택했다. 그는 “한 해 서울 고메를 쉬면서 본질을 더 고민했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식자재 관련 이슈를 보며 이를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준비한 게 ‘서울고메 2018’이다. 올해는 ‘지구를 살리는 미래의 식탁’을 주제로 셰프뿐 아니라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부·어부·농장주·생태학자 등과 함께 미래 먹거리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계획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북유럽의 숨겨진 작은 섬 페로아일랜드 출신의 미쉐린 스타 셰프  파울 안드리아스 지스카다. 페로아일랜드는 청정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과 100% 방목해 키우는 양 등 친환경 식재료가 풍부한 대신 섬이 고립돼 있어 다른 지역의 식재료를 전혀 구할 수 없었다. 지스카는 섬에서 나는 식재료를 섬 고유의 전통 조리법을 이용해 훌륭한 요리로 만들어 미쉐린 별을 받았고 세계의 이목을 작은 섬으로 이끌었다. 한 위원장은 “한 셰프의 비전이 지역 전체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 사례”라며 “지스카는 발효음식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한국에서 한국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로 아일랜드 출신으로 유일한 미쉐린 스타 셰프인 파울 안드리아스 지스카는 섬에서 내려오는 발효 음식을 선보인다. 사진은 레스토랑 'KOKS' 에 있는 발효장소. [사진 서울고메]

페로 아일랜드 출신으로 유일한 미쉐린 스타 셰프인 파울 안드리아스 지스카는 섬에서 내려오는 발효 음식을 선보인다. 사진은 레스토랑 'KOKS' 에 있는 발효장소. [사진 서울고메]

자연 방사 거위 농장을 운영하는 스페인의 에두아루도 소사도 한국을 찾는다. 이탈리아 최고의 쌀로 꼽히는 아퀴렐라 쌀을 생산하는 움베르토 론돌리노는 재배한 지 7년이 지난 쌀을 숙성시켜 최고의 쌀로 개발한 비결을 공개한다. 이들은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진관사와 제철 해산물이 풍성한 강서수산시장 등을 다니며 한국 식재료를 경험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는 클래스 등에 참여한다. 11일 오후6시부터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선 그랑 갈라도 연다. 한 위원장은 “이번 그랑 갈라에서는 토종 재래돼지, 여물을 끊여 먹여 키운 화식 칡소, 자숙시켜 급랭한 멸치, 120일간 키운 황매, 방목시킨 닭 등 국내 최고의 식재료가 세계적인 셰프의 손에 의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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