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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10% 할인” … 티맵, 카카오 추격전

중앙일보 2018.11.06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택시 기사가 티맵 택시를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티맵 택시를 이용하는 자사 고객에 택시비를 10% 깎아준다. 또 택시 기사 3만명에게 버튼식 콜잡이를 무상 제공한다. [사진 SK텔레콤]

택시 기사가 티맵 택시를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티맵 택시를 이용하는 자사 고객에 택시비를 10% 깎아준다. 또 택시 기사 3만명에게 버튼식 콜잡이를 무상 제공한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의 ‘티맵(T맵) 택시’가 카카오의 ‘카카오 택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덩치만 놓고 보면 다윗(티맵 택시)과 골리앗(카카오 택시)의 싸움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사이트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전체의 96%, 티맵택시 이용자는 6%(복수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주행 방향 상세히 알려주고
기사에겐 핸들 부착 응답기 제공
“빅데이터 축적한 AI택시가 목표”
카카오는 앱 미터기 서비스 계획

하지만 최근 철옹성 같던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카카오가 카풀 사업을 추진하면서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SK텔레콤이 택시 기사와 승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SK텔레콤은 5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연말까지 티맵 택시를 이용하는 SK텔레콤 고객에게 택시비 10% 할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티맵 택시 앱으로 택시를 부른 SK텔레콤 고객은 하차 시 앱 결제(11페이)를 통해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단 이용 횟수는 월 5회, 할인 금액은 회당 최대 5000원으로 제한된다. 21일 하루 동안엔 택시 요금을 50% 할인해준다. 할인된 금액은 SK텔레콤 측이 부담한다.
 
택시 기사들이 고객의 호출 장소가 차량 진행 방향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위치 측정 기능도 고도화했다. SK텔레콤은 “택시 기사들의 편의는 물론, 역방향에서 오는 택시를 타야 하는 고객의 번거로움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을 위한 선물 보따리도 마련했다. SK텔레콤 측은 “연내 택시기사 3만명에게 핸들에 부착하는 ‘버튼식 콜(Call)잡이’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콜잡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터치하지 않고도 고객의 호출을 받을 수 있어 안전 운행이 가능하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SK텔레콤이 택시 사업을 강화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차량 분야가 빅데이터 수집, 인공지능(AI) 개발 등 미래 먹거리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여지영 SK텔레콤 상무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고,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 시장을 방치하면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생각해 사업을 재정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자사의 인프라를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사 가입 고객과 내비게이션 앱인 티맵, AI 기술 등이다. 티맵은 월간 실사용자가 1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여기에 차 안에서 음성을 통해 AI 비서인 ‘누구’를 사용할 수 있는 ‘T맵X누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AI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가 진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용자가 많은 SK텔레콤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택시’를 만들겠다는 게 SK텔레콤의 목표다. 여 상무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통신사의 이동통신 빅데이터와 티맵이 가진 교통 관련 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AI 택시’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택시에 AI 기능이 접목되면 택시기사에게 실시간으로 택시 수요 밀집 지역 정보가 공유돼 기사와 승객의 대기시간이 줄고 택시 기사의 수익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여 상무는 “AI택시의 궁극적 목표는 플랫폼을 통한 자동 배차”라며 “자동배차가 되면 개인뿐 아니라 전체에 최적화된 차량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여러 방식으로 수성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17일 내비게이션 앱인 ‘카카오내비’에 AI 플랫폼인 ‘카카오아이(i)’를 적용했다. 카카오내비에서 카카오아이를 호출하면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 음악 추천, 날씨·뉴스·주가 등 생활 정보 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카카오내비는 카카오 택시·대리뿐 아니라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등 다방면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어 차량을 통한 빅데이터 수집량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택시에도 앱 미터기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미터 요금을 계산하고 앱 내에서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승차 공유가 자리 잡지 않은 국내 시장에선 택시가 거의 유일한 차량용 빅데이터 정보 수집 수단”이라며 “교통 상황, 사람들의 이동 성향 등 차량용 AI 개발에 필요한 복합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이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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