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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은 예고편, 더 뜨거운 해양·우주 패권 다툼

중앙선데이 2018.11.03 00:20 608호 29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 중국 방문 당시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절실한 행동을 취해 중국 시장 진입 문제 등 무역 왜곡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 중국 방문 당시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절실한 행동을 취해 중국 시장 진입 문제 등 무역 왜곡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대선후보 시절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뇌리에 중국은 환율 조작국, 수출품에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여 공정한 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나라, 죄수들의 강제노동을 통한 초저임금으로 경쟁력 높은 수출상품을 만드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설득력 있게 깊이 각인한 사람이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코스피 지수를 6일 동안 2000선 아래로 떨어뜨린 원초적 원인 제공자라고 하겠다. 백악관 통상위원장 피터 나바로 교수(UC 어바인)이다.
 

미국, 무역 적자 줄이기는 1차 목표
중국의 해군·우주굴기 견제 노려

중국 2007년 인공위성 파괴 실험
미군 위성중계 작전 무력화 노려

현대전은 해상·공중·우주서 결판
남중국해, 동아시아 새 화약고로

중·일 신밀월 오래갈지는 미지수
아·태 국가들의 외교 상상력 필요

나바로가 2008년에 출판한 저서의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다가오는 중국 전쟁(The Coming China Wars)』. 전쟁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Wars)로 된 점이 주목된다. 200쪽 조금 넘는 이 책에서 나바로는 중국 경제정책의 불공정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상세히 소개한다. 책의 긴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 중국은 엄청난 크기의 날개를 퍼덕거려 전 세계에 각종 에너지·환경·정치·사회·군사적 태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바로는 국가 간 교역은 자유·공정·상호성·균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중국은 이 네 가지 원칙을 모두 위반한다고 고발한다.
 
나바로의 고발이 중국의 무역 불공정 행위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트럼프가 지난 7월 중국 수출품 340억 달러어치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여 중국과의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9월 들어 급기야 트럼프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5056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대미 수출 절반이 관세 폭탄을 맞는 것이다.
 
 
“중국 엄청난 날개 퍼덕거려 전 세계에 태풍”
 
중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교토=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교토=연합뉴스]

나바로의 가장 충격적인 고발은 군사, 그 중에서도 우주 무기 부분이다. 중국은 2007년 1월, 10년 동안 860m 고도에서 지구 위를 남북으로 돌던 인공위성 펑윈-1C(風雲: Fengyun)가 지평선 위에서 기상 데이터 전송을 마치는 순간 스촨성 시창 미사일 발사장에서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탄도미사일(kinetic kill vehicle)을 펑윈-1C와의 충돌 코스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 탄도미사일과 펑윈-1C의 잔해는 우주에 뿌려져 민간 각국의 민간 위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정찰위성을 파괴하여 미군의 위성 중계 통합 작전 능력을 마비시킬 목적으로 한 성공적인 실험이었다. 이후 10년이 더 지난 지금 중국의 위성 파괴(anti-satellite) 미사일 기술은 훨씬 정교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피터 나바로의 여기까지의 설명만으로도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세계적으로 인기 없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 둘은 중국의 해군 굴기와 우주 굴기를 견제하는 것이다. 중국군 수뇌부는 군사작전을 위성과 인터넷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미군의 아킬레스건이라고 간파했다. 2007년 펑윈-1C를 파괴하기 위해 위성공격용 운동 에너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동시에 발사된 레이저파로 우주를 선회하던 미국의 위성들이 잠시 ‘까막눈’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시 미군의 통합작전 능력을 마비시킬 사이버 무기와 레이저 무기 개발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 일 사이 경제논리로 극복 못할 ‘과거’ 있어
 
미 해군·공군·해병대가 참가한 ‘밸리언트 실드 2018’. B-52 폭격기와 로널드 레이건함이 보인다. [사진 미 국방부]

미 해군·공군·해병대가 참가한 ‘밸리언트 실드 2018’. B-52 폭격기와 로널드 레이건함이 보인다. [사진 미 국방부]

미국과 중국처럼 멀리 떨어진 나라 간의 현대전에서는 육군과 해병대에 의한 적 영토 상륙은 의미가 거의 없어졌다. 전쟁의 승패는 해상, 공중, 우주에서 결판난다. 지금의 남·북·미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 평화를 가져온다면 미·중 간에 남은 대결장은 대만과 남중국해다. 대만에 관한 한 중국은 서두르지 않고 조건이 무르익을 때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중국해는 다르다. 미국은 이미 태평양 전략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확대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가 공동으로 중국이 남중국해를 ‘중국의 지중해’로 만들려는 야심을 견제하는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큰 그림이다. 중국도 이미 동아프리카의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파키스탄의 인도양의 과다르항을 43년간 임대하여 군사적 교두보를 구축하려고 450억 달러 투자하는 3000㎞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는 벵골만 남쪽 믈라카해협 가까이 위치한 난다만-니코바르제도에 해군기지에 첨단 무기체계들을 배치하는 것으로 대항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군사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지만, 베트남은 통킹만을 중국과 나눠 가진 처지라 중국을 자극하는 미국과의 군사적인 제휴에는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베트남에는 하나의 트라우마가 있다. 1979년 중국이 20만 대군으로 베트남을 침공했을 때 믿었던 소련이 베트남을 지원하지 않은 기억이다. 그해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같은 이치로 아직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있는 미국이 중국의 물리적 침공을 받는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냐는 회의를 떨칠 수가 없다.
 
남중국해 분쟁지 산호초에서 중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크레인과 선박들이 인공섬을 건설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영상 캡처]

남중국해 분쟁지 산호초에서 중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크레인과 선박들이 인공섬을 건설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영상 캡처]

10월 25~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반자유무역주의에 대한 중·일 공동전선을 예고한다. 아베는 500명의 기업인을 대동하고 가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손을 맞잡고 자유무역의 원칙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트럼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의 선봉에 세운 일본을 중국의 품으로 떠안긴 꼴이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미국이 그어놓은 레드라인을 넘는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정치와 외교의 궁극에는 경제가 있다. 미국이 중국과 일본의 새로운 밀월을 어디까지 인내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경제논리로 극복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있다. 시진핑이 그리는 ‘중국몽’의 큰 그림대로 2050년 무렵까지 미국의 군사적 존재가 서태평양에서 사라지고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이핀란드화(Finlandization) 된다면 결국 중국과 일본은 서태평양에서 일산불용이호(一山不容二虎)의 대결관계로 후퇴하는 것은 예견하기 어렵지 않다. 핀란드화란 주권은 유지하되 중국이 정한 룰에 따른 외교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는 궁지를 의미한다.
 
그때까지는 중국은 인도·태평양에 6개의 항모전단을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의 9개 항모전단은 인도·태평양과 아랍·중동과 유럽, 그리고 서반구와 아프리카 일부에도 전개해야 하는 약점을 안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일부 지역의 안전을 지키는 동안 중국은 이 나라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러시아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복귀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아마도 이란에서 제2의 그랜드 체스게임(2nd Grand Chess Game)에 말려드는 것은 그것 자체가 재앙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의 큰 전략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리적으로 최대의 수혜자는 중국이 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 백악관 수석 전략 보좌관을 지낸 스티브 배넌은 대선 기간부터 일관되게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암초와 산호초에 여러 개의 인공섬을 만들어 군대를 주둔시키고 통신·레이다 시설을 만들어 미군 함정들을 감시하고 있다. 미국과 연안 국가들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것은 인공섬을 기준으로 주변 22㎞를 중국의 영해로 주장하여 외국 선박들의 항행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중국의 영해를 인정하지 않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자주 편다. 그 과정에서 지난 9월에는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사태가 일어났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디케이터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난사군도(Sprately)의 게이븐 암초 인근 해역을 통과할 때 중국 해군 함정 란저우함이디케이터함 전방 41m까지 바짝 다가와 자칫 확전의 위험을 안은 해상 충돌이 일어날 뻔했다. 앞으로 이런 사태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한반도에서 남중국해로 이동하는 것 같다.
 
 
바다 지배자 가려질 때까지 전쟁·휴전 되풀이
 
이렇게 미·중무역 전쟁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응전의 큰 틀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은 부총리 류허(劉鶴)에게 협상을 통한 타협을 지시했지만 일시적인 ‘휴전’은 가능할 수 있어도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무렵 인도·태평양의 강자가 가려질 때까지는 경제 전쟁과 휴전이 되풀이될 것을 관련 국가들은 각오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투키디데스의 함정 위협에 노출된 채 경제적, 군사·안보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21세기형의 상상력 넘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예일대 정치학자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은 1942년 출판한 책 『미국의 정책과 세계 정치』에 이렇게 썼다. “이 바다(body of water)가 영국도 미국도 일본도 아닌 중국의 공군에 장악되는 날을 예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정전략(geostrategy)에 바탕을 둔 스파이크먼의 예언이 멀리 빗나가기를 바란다.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전 중앙일보 대기자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전 중앙일보 대기자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전 중앙일보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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