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반도 평화공존 어떻게 이뤄낼까

중앙선데이 2018.11.03 00:20 608호 32면 지면보기
책 속으로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
홍석현 지음, 메디치미디어

남한의 일방적 서두르기는 금물
북한의 자발적 변화 이끌어내야

 
홍석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최근 새로 펴낸 책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을 묻는 스무고개』에서 지금 우리가 다뤄야 할 중심 의제는 통일이 아닌 평화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시도해온, 그러나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통일 노력이 아니라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평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날 흡수 통일론, 북한 붕괴론, 북한 민주화론 등 다양한 대북 접근 방식은 우리의 압도적 우위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시나리오 이상이 아니었다. 북한경제를 개발이나 투자 대상으로 상정하는 것 역시 그와 비슷하다. 이러한 관점은 희망적 사고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우리의 이미지로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 방향에서 남북한 평화공존을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결합해야 한다고 보는 진보적 민족주의의 아이디어도 급진성을 담은 이상주의적 관념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점은 냉전을 통해 변형된 한국 민족주의의 분열증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민족 감정은 일민족일국가 원리 위에서 통일국가의 염원을 실현코자 하는 감정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바로 그 힘은 분단과 전쟁을 불러왔던 파괴적 폭발성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늘 남북한 적대관계는 물론 ‘남남 갈등’으로 표현되는 국내의 이념대결을 불러들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본 얼어붙은 한반도. [사진 NASA]

우주에서 바라본 얼어붙은 한반도. [사진 NASA]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평화는 어떻게 획득하고 유지하며 평화공존의 제도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그 해답으로 현실주의적 비전을 제시한다. 평화공존의 기본 원리는, 북한이 그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한국 측의 노력이다. 북한의 비핵화나 개혁개방으로의 전환은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남북한 간 상호이익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확대하는 일이다. 은근슬쩍 미는 ‘넛지’(nudge)의 방식은 호혜적 결과를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평화공존의 과업을 위해 긴 시간의 퍼스펙티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서두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것은 ‘남남 합의’를 경시하는 것이고, 남북한 간 정치, 경제, 국제관계 등의 모든 면에서 극도의 불균형을 무시하는 것이며, 정부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남북 관계의 단기 성과를 이벤트화하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경도되는 것이다. 국제관계의 현실주의는 한미동맹의 중심성은 물론, 한일관계의 중요성 또한 강조한다.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현재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동아시아 국제정치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서도 한국 외교와 안보 정책의 중심축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생각을 가두어온 협소한 이념 틀을 벗어나 지금은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큰 비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에서 저자는 지적 깊이와 사려 깊음을 통해 큰 설득력을 갖는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독자들의 큰 관심 속에 널리 읽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