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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직격탄 경북 “강원 폐광지처럼 특별법 제정 필요”

중앙일보 2018.11.02 00:02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8월 경주시 한수원 본사 에서 울진군 주민들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경주시 한수원 본사 에서 울진군 주민들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경북 울진군청 회의실. 전찬걸 울진군수와 청와대 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이 마주 앉았다. 청와대 비서관이 울진군청까지 찾아온 건 앞서 2개월간 벌어진 집회 때문이다. 울진지역 시민단체와 정치인으로 구성된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는 청와대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벌였다. 집회에서 주민들은 ‘탈원전 유령도시 대안 제시하라’ 등 피켓을 들었다.
 

가동 중인 원전 23기 중 12기 위치
조기 폐쇄, 백지화 손실 9조5000억

주민들 “수년간 불편 감수했는데 … ”
재산권 행사 제한 피해 행정소송도

울진뿐만 아니다.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원전을 품고 있는 경북 영덕·경주도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전의 대체 산업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 중 절반인 12기가 있다. 경주의 월성·신월성 6기, 울진의 한울·신한울 6기다. 여기에 울진에 2기, 영덕에 2기가 추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본격적인 건설을 앞두고 있던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시공이 중단됐다. 영덕 천지 1·2호기도 토지 매입이 한창 이뤄지던 중 백지화됐다.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던 경주 월성 1호기도 조기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신규원전 폐지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지역의 경제적 피해는 9조5000억원 수준이다. 사회경제손실 비용 약 4조4000억원, 못 받게 되는 지원금 5조1000억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현황

국내 원자력발전소 현황

◆영덕=영덕군엔 2027년쯤 완공 목표로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계획돼 있었다. 2012년 9월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가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됐다. 한수원은 2016년 7~12월 전체 부지 중 약 19%를 매입했다. 영덕군은 천지원전 1·2호기 백지화 결정 직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산업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 원전 예정지 주민들이 7년여간 겪은 피해의 보상도 촉구했다.
 
원전특별지원금 380억원도 반환해야 할 처지다. 영덕군은 이 지원금을 환수하는 대신 대안 사업에 투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 년간 토지 매각 등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지주들도 한수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주=월성 1호기는 2022년 11월까지인 수명 연장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폐쇄될 예정이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에 따라 주민들이 받기로 한 지원금은 총 1310억원. 이 중 240억원 정도가 집행되지 못했다. 경주시는 꾸준히 추진해 온 원전해체연구소·원자력안전연구센터 유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9900억원 규모의 원자력 안전 연구단지 조성을 추진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오랜 기간 지방재정이 원전에 의존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고 월성 1호기도 가동 중단돼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울진군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시공사와의 법적 갈등 우려 때문에 건설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진 않았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각종 설비를 사전제작하면서 지금까지 4900여억원을 투입했다. 원전 건설이 백지화될 경우 고스란히 배상해야 할 금액이다. 매몰비용까지 더하면 세금으로 7000억~8000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최근 경북도 국감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대응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용호 무소속 국회의원은 ‘폐광지역지원특별법’처럼 ‘탈원전피해지역지원특별법’ 제정하자고 했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경북도민들이 1000원씩이라도 모금해서 침체해 가는 경북 살리기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덕·경주·울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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