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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Mr. 밀리터리] 폼페이오·김영철 내주 담판…이판 깨지면 퍼펙트 스톰 온다

중앙일보 2018.11.02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국 안보, 다음 주 북·미 고위급회담에 달렸다
한반도에 퍼펙트 스톰(완벽한 폭풍)이 몰려오나. 북한 비핵화가 지연되면서 한·미 공조체제까지 흔들렸다. 미국은 한국이 공조체제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마지막 수단으로 양국의 워킹그룹을 지난달 말 합의했다. 북한 비핵화 실패 때 올 수 있는 퍼펙트 스톰은 상황에 따라 한미동맹 훼손은 물론, 한국 경제까지 송두리째 뒤엎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관망세다. 미국 중간선거 직후 예정된 북·미 고위급회담은 한반도 안보를 가를 전망이다. 지금으로선 북한 비핵화 가닥을 잡을지, 거센 폭풍이 불어올지 예측 불가다.  

북 비핵화 통해 중국 패권 차단
북-이란-중국 한 묶음 처리

북 비핵화, 트럼프 재선 핵심
김정은, 암흑 탈출 마지막 기회

워킹그룹, 북·미회담 정지작업
한·미 공조, 비핵화 성공 관건

  
북·미 간 2단계 비핵화 협상이 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은 북한에겐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회담은 오는 9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서도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내년 초의 북·미 2차 정상회담 기회는 사라진다.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와 키리졸브 연습(2월 말) 재개 등으로 북한을 더욱 옥죄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시한을 두고 “시간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며 늦춰줬지만, 고위급회담 결과가 부정적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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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19일 동안 잠행을 통해 대응전략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잠행 후 나온 김 위원장은 미국에 각부터 세웠다. 그는 최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돌아본 뒤 “적대세력들이 우리를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열수 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비핵화 희망은 실낱같다”고 했다.
 
한·미 워킹그룹 합의는 북·미 고위급회담의 사전 정지작업이다. 미 재무부는 이에 앞서 9·19 평양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9월 20∼21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케이비(KB)국민 등 시중은행을 포함한 7개 은행과 전화회의(콘퍼런스콜)를 열었다. 한국의 은행에 “대북제재를 잘 지켜달라”는 게 미 재무부의 요청이었다. 이어 주한 미 대사관은 방북했던 삼성 등 국내 4대 기업과 산림청이 진행 중인 대북 사업을 지난달 말 파악했다. 실제 산림청은 북한 양묘장 현대화를 위해 내년도 예산 1137억 원을 이미 편성한 상태다.
 
이런 점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방한해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난 것은 일종의 경고다.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남북 협력을 과속하는 데 따른 최후통첩이다. 정부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총수들을 데려간 데 이어 대기업에 대북 투자를 종용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혹여 대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면 미국은 대북제재 조치를 위반한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을 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주가 폭락한 이유도 미 재무부가 북한에 송금한 한국의 은행을 제재한다는 루머가 돌아서라고 한다. 금융당국은 “사실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했지만,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이 북한의 비핵화 속도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그래서 워킹그룹이 가동되면 한·미는 대북사업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사사건건 협의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정부의 대북사업은 대부분 중단될 소지가 크다. 결국 북·미 고위급회담 전에는 한국이 나서지 말고 한·미가 공조하자는 의미다. 그래도 한국이 남북 협력에 과속하면 북한 비핵화는 어렵게 되고 한·미 관계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앞두고 전열을 신중하게 정비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 및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간선거(6일) 이후 남은 큰 정치 일정은 2년 뒤의 대통령 선거다.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려면 북핵과 이란 핵 문제 해결과, 미·중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안보전략의 핵심 고리인 북한-이란-중국 문제 해결의 첫 단추가 북한 비핵화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5월 9일 방북하기 직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가 말해준다. 미국의 돌출 행동은 북한에 미리 경고하는 의미도 있지만, 북핵 해결을 통해 이란을 완전하게 비핵화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인 원심분리기 1만9000대 가운데 2/3를 폐기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나머지는 이란의 원자력 발전용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해 놔둔 것이다. 문제는 북한도 이 원칙을 요구할 우려가 있었다. 북한이 영변 등에 있는 최대 1만8000대의 원심분리기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6000대는 이란처럼 폐기할 수 없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면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미국은 먼저 북한을 완전하게 비핵화한 뒤, 그 영수증을 근거로 이란의 원심분리기도 모두 제거한다는 전략이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장만 막으면 당분간 국제적으로 새로운 핵확산이 발생할 소지는 낮다.
 
미·중 무역분쟁도 북한 핵 문제와 상호작용 관계다.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이 분쟁의 출발점이지만, 중국이 북한 핵을 활용해 동북아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속셈도 있다는 시각이다. 중국이 북한 핵무기로 주한·주일 미군을 압박하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사·유엔사 해체를 유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60∼65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핵 활용전략에 성공하고, 경제·군사 굴기까지 달성하면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는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갈 개연성이 크다. 일본도 위기를 맞는다. 그럴 경우 미국은 궁극적으로 동북아를 잃게 되고 태평양전쟁 이전의 군사태세로 후퇴하게 된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해 8월 “우리 둘(미국과 중국) 중 하나는 25년이나 30년 안에 패권국이 된다. 우리가 쓰러지면 그들(중국)이 패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북한 핵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과 함께 100년여 만에 돌아온 한·미·일·중·러의 동북아지역의 질서 재편에 실마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핵이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실을 보다 폭넓게 역사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평화와 민족도 중요하지만, 자유와 인권이 우선이다. 북한으로서도 지금이 과거 어두운 궤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에서 의미 있는 비핵화 성과를 내야 한다. 한반도에 퍼펙트 스톰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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