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노벨평화상 수상한 인권단체 "교황 방북 반대한다"

중앙일보 2018.11.01 17:52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은 1일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교황이 북한에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정현 기자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은 1일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교황이 북한에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정현 기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에 가선 안 됩니다."
세계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를 이끄는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분명한 목소리로 교황의 북한 방문을 반대했다. 잘못하면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스 총장은 또 북한의 인권문제를 잘 거론하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태도도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1일 만났다. HRW는 인권수호에 앞장선 노력을 인정받아 199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국제적 인권단체로 꼽힌다.      

독재 정권 미화에 악용될 수 있어
인권 거론해도 북핵 역주행 안해

북한 내 성폭력 일상화 큰 문제
강간 폭력 아니라는 인식 퍼져

 
-북한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를 폭로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관리에 의해 일상적으로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이 다수 존재한다. 또 북한 주민들을 보다 인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결코 고치기 어렵지 않다. 우리는 선거, 공론화, 독립 같은 혁명적인 걸 원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하기만 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끝낼 수 있으며 그러고도 여전히 북한의 통치자로 남을 수 있다.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는 얘기다."
- 성적 학대는 거의 모든 분쟁 지역에서 일어난다. 북한만의 특별한 점이라면.
"전쟁터나 감옥에선 성폭력이 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내 희생자들은 시장에서 일하며 경찰과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여성들이다. 놀랍게도 북한 여성들은 성폭력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대부분이 성적 학대를 당하고도 이를 강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강간을 형법으로 다스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강간은 폭력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잘 나서려 하지 않으며 자신이 당한 일을 폭로하면 위험에 빠지게 마련이다. 북한처럼 성폭행이 시스템의 일부가 된 곳은 없다."  
- 최선의 해결책은
 "그리 어렵지 않다. 김 위원장이 내일부터 강간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된다. 북한 내에도 강간을 금지하는 법이 존재하며 상급자가 부하와 성관계를 갖지 못하게 돼 있다. 어떤 의미에선 상당히 진보적인 법이다. 한편으로는 관련법을 강력히 집행하는 동시에 이런 행동은 범죄이니 묵인해선 안 된다는 공교육을 여성들을 상대로 실시해야 한다." 
- 김 위원장을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북한을 상대로 단면적인 접근을 하는 데 이것이 문제다. '지금은 비핵화가 우선이니 다른 건 나중에 하자'는 입장인데 이는 크게 잘못됐다. 문 대통령이 용기를 내 성폭력 이슈를 꺼낸다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에서 역주행하겠는가. 문제는 문 대통령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비핵화와 성폭력 방지를 한꺼번에 다룰 순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다. 
- 핵 문제부터 해결하고 북한 인권은 나중에 다루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다.
"문 정부는 북한과의 전쟁 위협이 임박하자 이런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해결되지 않았나. 이들은 이제 절친한 친구가 됐다. 결국 우리는 원래 위치에 되돌아온 셈이다. 만약 북한에 인권이 보장됐다면 지금의 핵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빈곤한 상황에서 소중한 자원이 핵 개발로 전용되는 걸 보고만 있었겠는가. 아울러 북한 인권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돈만 벌 수 있으면 북한 같은 곳에 투자할 회사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만약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가 인권유린 등에 연루된 게 밝혀지면 무사할 최고경영자(CEO)는 없다."
-문 대통령이 최근 교황에게 북한에 초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했다. 교황이 북한에 가는 게 옳은가 
"교황은 북한 내 교회와 종교적 자유를 축복할 수 있다면 가는 게 좋다. 하지만 그저 독재 정권을 축복하는 데에 그친다면 옳지 않다. 현재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으니 가지 말아야 한다."  
- 북한 내 인권 유린의 특별한 점이라면    
"북한은 그들이 사는 곳이 세계 최고라는 주장을 주민들에게 펴고 있다. 이것이 통하려면 주민들이 외국에 대해 전혀 몰라야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유심 카드를 불허하고 발견되는 즉시 부숴버린다. 한국 드라마가 담긴 DVD도 그래서 위험하다." 
- 북한의 성폭력 문제 이후 다루고 싶은 이슈는
"잘못된 구금 문제다. 수용소에 갇힌 주민들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도 몹시 우려스럽다."
-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하지는 않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만나 우리 생각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지만 실망스럽게도 거절당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을 방문하면 그 나라 정상과 만난다. 우리는 정상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만나려 하지 않았다. 몹시 중요한 이슈에 대해 그가 이야기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의미다."
- 한국 정부에 바라는 바는 
 "우리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임에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 다른 지역 내 인권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제네바의 유엔 기구에서 잘 활약하고는 있지만, 아시아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남정호 논설위원 nam.jeongho@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