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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미션의 연속… 모든 '독박 엄마'들에게

중앙일보 2018.11.01 13:01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8)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내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나를 키웠는지 알게 됐다. 세상 모든 엄마는 위대하고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지난달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찍은 사진. [사진 서영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내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나를 키웠는지 알게 됐다. 세상 모든 엄마는 위대하고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지난달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찍은 사진. [사진 서영지]

 
“엄마가 되어 봐야 알지.”
“너 같은 딸(아들) 낳아 봐야 알지.”
 
어떤 엄마든 한 번은 해봤음 직한 말이다. 어떤 딸(아들)이든 한 번은 들어봤음 직한 말이기도 하다. 맞다. 어른 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엄마가 되고 나니 우리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연년생 두 딸을 키웠는지, 자식 하나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살얼음 위에 있는 것 같은 일인지 절절히 느끼고 있다. 둘도 물론이지만, 셋, 넷을 키우는 부모는 저절로 존경하게 된다.
 
지난번 글(관련 기사: "우리 엄마 집에 있다~" 복직을 망설이게 한 한마디)은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다녀야 하는 엄마(혹은 아빠)들의 죄책감을 덜고자, 또 늘 아이 곁을 지킬 수 있다는 엄마로서 최고라는 점을 깜빡하고 자존감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전업주부인 엄마(혹은 아빠)의 자존감을 회복해보고자 쓴 글이었다. 일해도, 안 해도 괜찮다는 토닥임이 되고 싶었다. 공감해준 독자도 많았지만 악성 댓글도 많아 놀랐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사연 중 뜻이 통한 듯한 반가운 메일이 있어 소개한다. 아래는 임민애(경북 안동시 태화동)씨가 보내온 사연이다.
 
여름에는 특히 시간을 내기 힘든 아이들 아빠가 어렵게 시간을 내 당일치기로 다녀온 근처 바닷가. 아이들은 아빠와 유대가 좋아 아빠와 놀 때는 거의 엄마를 찾지 않는다. [사진 임민애]

여름에는 특히 시간을 내기 힘든 아이들 아빠가 어렵게 시간을 내 당일치기로 다녀온 근처 바닷가. 아이들은 아빠와 유대가 좋아 아빠와 놀 때는 거의 엄마를 찾지 않는다. [사진 임민애]

 
요즘처럼 아이가 있는 엄마면 ‘벌레(蟲)’라는 구분표를 서슴없이 붙이는 시대에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자그마치 셋을 그것도 두 살 터울로 낳아 이런저런 사연으로 지금의 독박육아 자리까지 꿰차고 앉았다. 한동안 나는 정말로 홀로 시대를 퇴행하는 것은 아닌가, 한 번뿐인 삶을 되는대로 살아(1년마다 하나씩 임신하고 출산하다 보니 6~7년은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대로 살게 됐다) 죽은 뒤마저도 영화에 나오던 ‘나태 지옥’에 빠져 고통받는 것은 아닐까 심각한 걱정을 하던 때도 있었다.
 
이제 막내가 세 돌이 지나고 내 삶에도 여유라는 것이 스멀스멀 들어와 가끔 돌아보면, 틀린 길을 가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기다리던 첫 아이를 품에 안아 온갖 생명의 신비를 맛보고 돌잔치를 거하게 치르고 나니 둘째가 찾아왔고 계획 없던 어느 날 셋째도 선물처럼 찾아왔다. 나는 아직도 셋째의 존재를 알고 친정엄마께 받은 꽃다발의 모양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셋째까지 모든 가족의 축복 속에 무사히 우리 가족에 합류하게 되었다.
 
막내를 낳고 아이가 셋이 되니 심혈을 기울여 산 신혼 침대와 아기 침대는 창고로 사라지고 대형 놀이방 매트 3개가 자리 잡은 큰 방. 드물지만 셋이 한꺼번에 낮잠이 든 기적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찍었던 사진이다. 2015년 6월. [사진 임민애]

막내를 낳고 아이가 셋이 되니 심혈을 기울여 산 신혼 침대와 아기 침대는 창고로 사라지고 대형 놀이방 매트 3개가 자리 잡은 큰 방. 드물지만 셋이 한꺼번에 낮잠이 든 기적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찍었던 사진이다. 2015년 6월. [사진 임민애]

 
삼 남매가 완성되고 보니 이제 길을 나서는 감기며 유행을 시작한 전염병을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앞다퉈 받아와 가족에게 나누는 날이 늘었다. 또 나를 조금만 더 봐달라며 삼 남매가 엄마의 손과 발을 나눠 잡고 울며 긴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아졌다. ‘너무너무 졸리지만 먼저 울음을 그치면 저 애들보다 내가 엄마를 덜 사랑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라고 겨루듯이 말이다.
 
감기나 전염병 같은 전자야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후자는 여운이 남아 소싯적부터 좋아하던 만화책, 소설책이 있던 자리는 이제 아동심리서, 육아지침서가 대신한다. 좋아하던 시사회, 뮤지컬 공연보다 인기 있는 강사의 부모 교육 강의 예매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삼 남매는 내 지식의 방향과 규모를 조금 더 넓혀주었다. (고… 고맙다.)
 
게다가 나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렇게 몸과 마음을 격렬하게 소비하며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만큼 하루하루가 치열하다. 삼 남매를 모두 씻기고 재우는 매일 저녁 느끼는 체력의 한계, 비상 상황을 온전히 혼자 해결해야 할 때의 중압감, 그리하여 결국 해결하지 못할 때 오는 자괴감, 제대로 훈육하지 못할 때 오는 좌절감, 아이들이 순진하게 벌인 사고를 처음 마주할 때 느끼는 극한의 분노….
 
적다 보니 너무 어둡기만 한데 그 바닥의 깊이만큼 아니 그보다 더 하늘을 나는 순간도 많았다. 내 몸에서 아이가 분리되고 처음 젖을 물린 날, 처음 뒤집은 날, 앉은 날, 이가 나온 날, 처음 밤잠을 푹 잔 날 말고도 세 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처음 카네이션 만들어 온 날(99% 어린이집 선생님의 손으로 만든, 아마 내 아이가 풀 칠 정도 한 듯한…. 그걸 다 알고도 눈물이 나던 날)….
 
 여름에는 물 분수대 개방 날, 겨울엔 얼음 호수 개방 날을 지역신문에서 체크해 열심히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분수대에서 몸을 식히고 매점 가는 길. 이제 엄마 손은 아무도 잡지 않고 서로의 손을 찾아 잡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게 된 삼 남매. 엄마가 오는지는 보지도 않고 수다 떠는 뒷모습이 흐뭇해 한 방 남겼다. [사진 임민애]

여름에는 물 분수대 개방 날, 겨울엔 얼음 호수 개방 날을 지역신문에서 체크해 열심히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분수대에서 몸을 식히고 매점 가는 길. 이제 엄마 손은 아무도 잡지 않고 서로의 손을 찾아 잡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게 된 삼 남매. 엄마가 오는지는 보지도 않고 수다 떠는 뒷모습이 흐뭇해 한 방 남겼다. [사진 임민애]

 
가족사진을 찍던 날, 내 엄마·아빠를 진심으로 이해한 날, 내 엄마·아빠가 너무너무 보고 싶던 날을 지나 나는 지금도 하루에도 몇 번씩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고 큰 계획은 없지만 당장 해내야 할 오늘의 미션을 모두 해결했음에 감사하는 겸손까지 장착하게 되었다. 낮술 밤술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일곱 번 회식하고 돈만 모이면 여행 가기 바빴던 내가 말이다. 
 
그랬던 내가 큰 우울감 없이 지금의 현실에 안착할 수 있었던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실은 육아에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한 내 가족이었다. 잦은 귀가를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신랑은 존경과 감사와 걱정의 메시지를 아침저녁으로 쏟아낸다. 항상 당신의 손자들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고 배려해주시는 시부모님, 일을 못 하고 집에 있는 딸이 아까워 죽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은 엄마라는 자리에 오롯이 서 있는 것이 네가 가져야 할 사명이라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주시는 친정 부모님.
 
아이들이 일찍 잠을 깬 어느 주말 오전 실내놀이터를 찾았더니 한참 동안 우리 신발만 덩그러니 있었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해체할 것을 알기에 오늘도 소중한 한 자리 네 켤레. 힘내자 4인조! [사진 임민애]

아이들이 일찍 잠을 깬 어느 주말 오전 실내놀이터를 찾았더니 한참 동안 우리 신발만 덩그러니 있었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해체할 것을 알기에 오늘도 소중한 한 자리 네 켤레. 힘내자 4인조! [사진 임민애]

 
생각해보니 모두가 아이들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나’를 응원해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렴풋이 흔들리지 않는 가족의 중심을 내가 지탱하는 것은 아닌지, 실은 내가 꽤 중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다자녀 독박맘일지라도 그 나름 잘 사는 인생이 아닌가 싶다.
 
세상 모든 부모에게 존경을, 세상 모든 아이에게 축복을 내리게 되는 밤이다. 지금은 부모이지만 예전엔 아이였던 미숙하지만 ‘잘 하고 있는’ 나의 동료들에게, 세상 어딘가에 움츠려있을 독박 엄마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밤이다.
 
※ 사연을 받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때는 이름과 연락처를 꼭 알려주세요. 사진과 사진 설명을 함께 보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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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서영지 더,오래 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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