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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강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습격

중앙일보 2018.11.01 00:27 종합 29면 지면보기
천권필 환경팀 기자

천권필 환경팀 기자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서울의 젖줄인 한강도 예외는 아니다. 3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담수 내 미세플라스틱 분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에서 ㎥(t)당 0~2.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농도 자체는 높지 않지만, 오스트리아 다뉴브 강에서 평균적으로 0.3개가 검출된 것과 비교하면 절대로 적지 않은 양이다. 탄천 하수처리장의 유입수에서는 t(톤)당 323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렇게 유입량 자체가 많다 보니, 하수처리 과정에서 99.99% 이상을 걸러내도 여전히 t당 14.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방류수에 섞여 한강으로 흘러갔다. 박태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한강 본류보다 중랑천, 탄천 등 지류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았다”며 “생활하수에 섞인 미세플라스틱이 하수처리장을 통해 하천이나 강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인 플라스틱 조각이다. 버려진 플라스틱 제품이 잘게 부서지며 생성된다. 한강의 미세플라스틱을 성분별로 분석해 보니, 옷감 성분인 폴리에스터가 가장 많았다. 빨래후 나오는 옷 먼지 입자가 한강에 유입된 것이다. 프라이팬 코팅제로 쓰이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과 비닐 성분인 폴리에틸렌(PE)도 많았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이 한강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이 한강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이렇게 강이나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다시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다. 오스트리아환경청이 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전원의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최근에는 국내산 천일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섭다. 미세플라스틱에 환경호르몬인 가소제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을 수 있고, 다른 유해물질을 흡착할 수도 있다.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 흡수돼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역시 0.1~0.3㎜ 크기의 작은 입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현재로써는 하수처리나 수돗물 정수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철저히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수한 수돗물에서도 L(리터)당 평균 0.0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먹는 물이나 식품에서부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리 기준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제2의 미세먼지’가 되지 않으려면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권필 환경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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