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칼럼] BMW 화재사태가 남긴 교훈

중앙일보 2018.11.01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윤일수 자율주행차 융복합미래포럼 자문위원

윤일수 자율주행차 융복합미래포럼 자문위원

집 앞 횡단보도에 초등학생들이 길 건너기를 기다리며 옹기종기 서있다. 이 아이들도 내가 어렸을 때처럼 어머니에게 ‘차 조심해라’는 말을 들으며 집을 나섰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올 여름은 다른 의미의 ‘차 조심’을 했던 시간이었다.
 
올해 마흔 대가 넘는 BMW가 도로위에서 불탔고, 사람들은 BMW 엠블럼만 봐도 불안해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하지만 제작 결함에 따른 리콜 유도, 운행정지명령, 안전진단 98% 완료, 제도개선방안 발표가 2개월 내에 진행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리콜이 진행되면서 사태는 이제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회에서도 제작사의 법적 책임, 결함조사 체계,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쏟아내며 향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을 개선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체계화된 법제도는 국민의 방패가 되어주기 때문에 개선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튼튼한 방패라도 이를 뚫는 창이 언젠가 나타난다는데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국민’의 역할이다. 2000년 일본에서는 우유 집단식중독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기업이 소비자 외면으로 파산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신뢰를 저버리는 기업을 가려내어 똑똑한 소비를 하는 국민은 그 어떠한 손해배상보다 강력한 재제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에 정부의 대처가 빠를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 힘 덕분이다. 일주일 만에 8만대에 이르는 리콜대상 차량이 전국에서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안전점검을 받았으며, 민간 전문가들은 힘을 모아 자체 실험을 실시하는 등 BMW라는 글로벌 기업과 소비자의 소송을 자발적으로 지원했다.
 
유례없는 BMW 사태로 매달 1000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수입차 1위를 지키던 520d가 이제는 10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그 대신 2016년 ‘디젤 게이트’로 한때 판매가 중지되었던 아우디폴크스바겐의 A6와 티구안이 그 빈 자리를 자치했다. 2년 전 아우디폴크스바겐은 연비조작으로 미국에서 소비자 피해 배상에 우리 돈 약 17조원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징금 141억원, 소유주 1인당 10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으로 배상을 마무리했다.100만원 바우처만으로도 향후 한국에서의 사업 재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 소비자는 다시 아우디폴크스바겐을 선택했고, 어려움 없이 업계 1위로 돌아왔다.
 
‘디젤 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리콜 미이행 차량들은 전국을 누빈다. 법 제도의 느슨한 곳을 파고 드는 기업을 잘 가려내지 못한다면, 사고는 반복되고 제2의 폴크스바겐은 또 나타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안전의 감시자가 되어, 언젠가 ‘차’가 ‘국민’을 조심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본다.
 
윤일수 자율주행차 융복합미래포럼 자문위원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