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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양념에 떡국 넣어 만든 어머니의 궁중떡볶이

중앙일보 2018.10.31 15:00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9)
 70년대 이후 유명해진 신당동 떡볶이 골목. 떡볶이에 계란, 당면, 어묵, 쫄면, 라면사리는 물론 새우, 치즈까지 들어간 메뉴가 나와 젊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중앙포토]

70년대 이후 유명해진 신당동 떡볶이 골목. 떡볶이에 계란, 당면, 어묵, 쫄면, 라면사리는 물론 새우, 치즈까지 들어간 메뉴가 나와 젊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중앙포토]

 
내가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던 젊은 시절에도 아이들한테 종종 해주던 게 떡볶이다. 아이들이 아빠가 해주는 떡볶이가 최고라면서 해달라고 졸라서다. 요즘은 빨간 떡볶이든 궁중 떡볶이든 아무것이든 잘하는 요리 중의 하나가 되었고 아이들이 출가해 둘만이 사는 지금 아내가 가끔 먹고 싶다고 요청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떡볶이가 지금은 초등학생도 즐겨 먹는 국민 음식이 되었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대학 4학년이던 1979년 어머니가 해준 떡볶이다. 집 근처에 살던 매우 친한 중학교 동기가 졸업을 앞두고 우리 집에 와 나와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 아마도 79년 1월인 것 같다. 공부하고 있으면 어머니가 떡볶이를 간식으로 내왔다. 비교적 잘살지 못하던 때이지만 양력설을 쇤 지 얼마 안 되어 집에 재료가 풍부했던 것 같다.
 
우선 쇠고기가 있었고 떡국을 끓이고 남은 떡국용의 썬 가래떡이 있었다. 어머니가 이를 가지고 불고기 양념을 한 쇠고기를 프라이팬에 볶고 여기에 끓인 떡국용 떡을 넣은 뒤 참기름을 쳐 볶아주다가 후추로 최종 간을 맞춘 것이었다. 궁중 떡볶이였다. 어찌나 맛있었던지 친구가 떡볶이 먹는 재미로 매일 우리 집에 들를 정도였다.
 
어머니의 궁중 떡볶이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친구가 떡볶이 먹는 재미로 매일 우리 집에 들를 정도였다. 지금도 음식을 생각하면 저절로 어머니가 떠오를 만큼 어머니는 음식을 잘하셨다. [중앙포토]

어머니의 궁중 떡볶이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친구가 떡볶이 먹는 재미로 매일 우리 집에 들를 정도였다. 지금도 음식을 생각하면 저절로 어머니가 떠오를 만큼 어머니는 음식을 잘하셨다. [중앙포토]

 
불고기에 떡국용 떡의 전분이 잘 어울려진 데다 참기름과 후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내 기억에는 고등학교 시절 떡볶이를 먹은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요즘 대세를 이루는 빨간 떡볶이는 70년대 이후 널리 보급된 게 아닌가 싶다. 이날 이후로 평소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대해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가 자랑스러웠다.
 
그날의 에피소드를 요즘도 가끔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음식이란 것이 인생과 직간접적으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불효자식이라고 가슴을 치면서 반성하고 있지만 음식을 생각하면 저절로 얼굴이 떠오를 만큼 어머니는 음식을 잘하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농아였다. 엄마는 초등학생 5학년 때 장티푸스를 앓은 뒤 청력을 잃었고 말은 조금 하셨다. 지주의 딸로 공주처럼 살다가 농아가 되었고 그 뒤로 얼마 안 되어 망해버린 외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평생 피터팬 증후군에 사신 분이었다. 엄마와 아버지는 자기중심적인 데다 고집이 대단하셨고 나한테 연필 1 자루 공책 1권을 사주지 않는(못하는?) 등 자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나는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자식으로서의 부양 의무만 다했던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던 것을 탓하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DNA를 물려주어 늘 고맙다고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엄마가 음식을 잘해 가족이 비교적 평온했던 것이 인생에서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할머니가 나와 내 동생에 대한 양육의 책임을 졌는데 엄마한테 음식을 제대로 가르쳐서 빈한한 가정에 살았지만 먹는 것 가지고 한 번도 문제가 일어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지금 음식을 하게 된 것도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요리하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어머니의 궁중 떡볶이를 감히 해볼 생각을 못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빨간 떡볶이를 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손녀를 위해 맵지 않은 것을 해주려고 궁중 떡볶이를 많이 하는 편이다. [중앙포토]

그동안은 어머니의 궁중 떡볶이를 감히 해볼 생각을 못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빨간 떡볶이를 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손녀를 위해 맵지 않은 것을 해주려고 궁중 떡볶이를 많이 하는 편이다. [중앙포토]

 
나와 어머니를 가장 강력하게 이어주고 있는 것이 바로 궁중 떡볶이였는데 처음에는 감히 해볼 생각은 못 했다. 대신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빨간 떡볶이를 해왔다.
 
내가 생각해낸 레시피는 고추 마늘 기름을 내는 것이었다. 4인분 기준으로 다진 마늘 2 큰 술,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각각 반 큰술, 다진 쇠고기 40g을 넣고 살살 볶는다. 여기에 떡국용 떡, 부산 어묵 4장과 소시지 2개, 양배추 1/8 통, 고추장 1큰술, 설탕 1큰술, 대파 1개, 물 2컵을 추가해 끓이면서 국물을 졸여준다. 물 대신 다시마, 황태 등으로 육수를 내면 맛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삶은 달걀을 추가하는 것은 각자 입맛에 따르면 된다.
 
이런 식의 빨간 떡볶이를 해주면 가족들이 너무 좋아했다. 떡볶이 마니아인 딸이 요즘도 친정에 오면 대뜸 떡볶이를 해달라고 한다. 그의 입에는 아빠표 떡볶이가 경쟁력이 있단다.
 
내가 최근에는 궁중 떡볶이를 제법 많이 하는 편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를 위해 맵지 않은 것을 해주려고 배려를 하고 있어서다. 또 빨간 떡볶이를 하면 맛있어서 나도 늘 과식을 하게 되고 살찌는 것을 걱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빨간 떡볶이가 비교적 탄수화물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중 떡볶이를 하면 이런 문제가 많이 해결된다.
 
2인분 기준으로 궁중 떡볶이를 만들려면 우선 쇠고기 200g과 표고버섯 큰 것 3개를 잘게 썰어 불고기 양념을 한 뒤 볶는다. 양파 2개(또는 양배추 1/8통)와 당근 1개를 썰어 간장 1큰술과 참기를 반 큰 술을 넣어 볶아준다. 여기에 물에 끓인 가래떡을 섞어준 뒤 볶아준다. 빨간 떡볶이가 고추장, 어묵, 떡의 전분이 어우러진 감칠맛이라면 궁중 떡볶이는 고소하면서도 도시적인 깔끔한 맛이랄 할 수 있다.
 
아무튼 언젠가 자식을 통해 할아버지의 떡볶이 맛이 손자 대로 전해질 것이고 나도 그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을 것이다.
 
빨간 떡볶이와 궁중 떡볶이 레시피
빨간 떡볶이
4인 기준) 다진 마늘 2큰술, 고춧가루 반 큰술, 참기름 반 큰술, 다진 쇠고기 40g, 떡국용 떡, 부산어묵 4장, 소시지 2개, 양배추 1/8통, 고추장 1큰술, 설탕 1큰술, 대파 1개, 물 2컵
 
1. 고추 마늘기름을 낸다.
2. 다진 마늘 2큰술, 고춧가루와 참기름 반 큰술, 다진 쇠고기 40g을 넣고 살살 볶아준다.
3. 떡국용 떡, 부산 어묵 4장과 소시지 2개, 양배추 1/8통, 고추장 1큰술, 설탕 1큰술, 대파 1개, 물 2컵을 추가해 끓이면서 국물을 졸인다.
4. 기호에 따라 삶은 달걀을 추가한다.
* 물 대신 다시마, 황태 육수를 이용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궁중 떡볶이
2인분 기준) 쇠고기 200g, 표고버섯 큰 것 3개, 불고기 양념, 양파 2개(또는 양배추 1/8통), 당근 1개, 간장 1큰술, 참기름 반 큰술, 가래떡
 
1. 쇠고기 200g과 표고버섯 큰 것 3개를 잘게 썰어 불고기 양념을 한 뒤 볶아준다.
2. 양파 2개(또는 양배추 1/8통)와 당근 1개를 썰어 넣는다.
3. 간장 1큰술과 참기름 반 큰술을 넣어 함께 볶아준다.
4. 물에 끓인 가래떡을 섞어준 뒤 볶아준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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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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