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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미러 보면 안다···40초 만에 털린 강남 고급차

중앙일보 2018.10.31 12:01
6일 오전 3시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 주차장.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이 3대 주차돼 있었지만 그는 사이드미러가 펼쳐진 검은색 외제차량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주차장 한 켠 빈 공간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 그는 주차장 밖으로 나갔다.
 

현금·양주·가방 등 2400여 만원치 훔쳐
자택에서 범행 장소까지 자전거로 다녀

하지만 10여 초 뒤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갑자기 주차장 앞 도로에 행인이 나타났다. 마치 주민인양 도로를 살피는 척 하더니, 그는 다시 차량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서는 살며시 차량 뒷문을 열었다. ‘찰칵.’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차량에서 노트북과 상품권을 훔쳤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40초 가량이었다.
 
31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달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17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서초구와 용산구 한남동 등에서 ‘차량 털이’를 해 2400여 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김모(40)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기간에 한 차례 ‘부축 빼기’(주취자에 접근해 금품을 훔치는 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가 차량 털이를 해 훔친 물건은 현금뿐 아니라 상품권·양주·노트북과 명품 가방·신발 등으로 다양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사이드미러’가 접혀있지 않은 차량만을 노렸다. 최근 많은 차량이 문을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았다면 문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또한 김씨는 인적이 드문 오전 시간대를 노렸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사는 영등포구 자택에서 범행 장소까지 움직일 때 자전거를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10여㎞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다녔다”고 말했다.
 
경찰에 의하면 김씨는 절도·사기 등 5범이다. 그는 “지난 6월까지 대리운전 일을 하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방배서 관계자는 “훔친 현금·상품권은 스포츠토토로 탕진했고, 팔려고 남겨둔 명품 지갑·신발, 양주 등 20여 점은 압수했다”며 “앞으로 여죄 추궁과 장물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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