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채인택 기자 사진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대 이슬람 강경파 네타냐후, 중동판 햇볕정책 펴는 까닭은

중앙일보 2018.10.31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신의 과정이 곧 인류의 역사다. 이스라엘의 강점인 혁신경제를 바탕으로 지역(아랍권)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 정치적인 싸움은 이만 접어두고 혁신 경제 부문에서 협력해야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5일 텔아비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레스 평화와 혁신 센터’의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강경책을 주장해온 네타냐후는 평화협력을 강조해온 페레스와 대립했지만 혁신 과학기술 발전과 창업국가 추진에는 한마음이었다.  채인택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5일 텔아비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레스 평화와 혁신 센터’의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강경책을 주장해온 네타냐후는 평화협력을 강조해온 페레스와 대립했지만 혁신 과학기술 발전과 창업국가 추진에는 한마음이었다. 채인택 기자

지난 2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총리 주최 이스라엘 혁신 서밋 2018’ 전야제 행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한 말이다.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에 대한 강경파로 유명한 정치인으로선 의외로 그는 아랍권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 수단으로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혁신기술과 스타트업 문화를 내세웠다. 네타냐후 총리는 “혁신기술은 평화와 글로벌 번영을 만드는 힘”이라며 “전 세계 어떤 나라든 이러한 이스라엘과 손잡는 것이 이제는 불가피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눈부신 첨단기술과 창업문화를 배우러 아랍권이 적대정책을 중단하고 손을 잡으려 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1948년 유대 국가 건국 이래 지난 70년간 교류는커녕 이스라엘을 국가로도 인정하지 않아 온 아랍권을 상대로 ‘혁신기술과 스타트업’을 무기로 ‘네타냐후판 햇볕정책’을 펴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지난 2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총리 주최 이스라엘 혁신 서밋 2018’ 전야제 행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이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왕 부주석은 이날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스라엘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채인택 기자

지난 2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총리 주최 이스라엘 혁신 서밋 2018’ 전야제 행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이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왕 부주석은 이날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스라엘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채인택 기자

 
혁신을 평화 만드는 자원으로 활용   
네타냐후 총리는 유창한 영어로 “이스라엘은 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으며 주변에 온통 적대적인 세력으로 둘러싸여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유일한 희망으로 두뇌를 키웠고 이들은 이스라엘에는 6000개의 스타트업(창업기업)이 활동하며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원천 기술은 물론 군사기술까지 민간에 전달해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고 시장 접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행복한 나라를 더욱 행복하게, 만족스러운 삶을 더욱 만족스럽게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국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중국몽(夢)을 이루기 위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협력이 상호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스타트업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군사기술까지 민간에 제공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노력이 대단하다”라고 평가했다.  
 
정적과도 혁신 경제에선 의견 일치 
다음날인 25일 텔아비브 컨벤션센터에서 ‘페레스 평화와 혁신 센터’의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식을 겸해 열린 본행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정적인 시몬 페레스(1923~2016년) 전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우며 “혁신을 위한 그의 헌신이 오늘날 평화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었다”고 칭송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레스는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기여해 199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59~2007년 48년간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77~92년, 95~97년, 2003~2007년 세 차례 중도좌파 노동당 대표를 지냈으며 77년, 84~86년, 95~96년 세 차례 총리를 맡았다. 2007~2014년 임기 7년의 대통령을 지내고 공직 생활을 마쳤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69) 전 총리는 유대 민족주의 정당으로 팔레스타인 강경책을 주장하는 우파 리쿠드당 대표로서 96~96년에 이어 2009년 다시 총리를 맡아 지금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사람은 정치적 성향과 대팔레스타인 정책에선 상반된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산학연이 힘을 합쳐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을 ‘창업 국가’로 만들어 스타트업을 국가의 주요 경제 ‘전력’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아랍권과 평화적 교류를 확대하는 정책에선 의견이 일치했다.  
지난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레스 평화와 혁신 센터’의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식에서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강연하고 있다. 마윈은 이날 지능지수인 IQ, 감성지수인 EQ와 함께 사랑지수인 LQ가 미래를 여는 데 필수적이라며 인간적인 기술과 경제를 강조했다. 채인택 기자

지난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레스 평화와 혁신 센터’의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식에서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강연하고 있다. 마윈은 이날 지능지수인 IQ, 감성지수인 EQ와 함께 사랑지수인 LQ가 미래를 여는 데 필수적이라며 인간적인 기술과 경제를 강조했다. 채인택 기자

 
사이버 보안부대 8200부대 전역자가 창업멘토로 
이스라엘에서 돌아본 텔아비브·예루살렘·나사렛·하이파 등 각 도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스타트업이 대학·연구소·지역사회·개인 단위로 창업되고 있었다. 심지어 군부대 전역자들이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돕는 일까지 있었다. 그 대상은 유대인에 국한되지 않고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인까지 포함됐다. 나사렛 창업 지원센터의 파디 스위디 사무국장은 “다른 중동국가의 아랍인들이 (이중국적을 이용해)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 여권을 들고 이스라엘에 들어와 투자와 창업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스라엘이 첨단 기술과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그동안 다른 중동 국가에서 금기였던 이스라엘과의 접촉이 조금씩 해빙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안보와 보안이라는 굴레가 씌워졌던 이스라엘군의 고급 군사기술을 민간에 개방해 스타트업을 돕는 조직도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8200 사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나탈리 메이어 이사는 “1988년 창설된 이스라엘군 사이버 보안담당 ‘8200부대’ 전역자를 중심으로 2013년 군사기술의 민간기술 제공과 멘토링을 위해 설립됐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실상 세계적 브랜드가 된 ‘이스라엘 군사기술’의 민간 활용은 이 나라의 창업문화가 아랍국가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혁신경제의 문을 아랍권을 향해 열어젖힐 준비를 마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 아랍국가 오만 전격 방문 
더욱 놀라운 일은 혁신 서미트 직후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5일 모사드(해외정보국) 국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을 데리고 아라비아 반도 동북쪽의 군주국가인 오만으로 날아가 카부스 빈 사이드 술탄(이슬람 군주)과 회담한 것이다. 이집트·요르단·터키를 제외한 이슬람권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22년 전인 96년 페레스 총리가 오만을 한 차례 찾은 적은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20~22일 이 나라를 방문했기에 네타냐후의 이번 방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미 중동판 ‘햇볕 정책’의 본격적인 가동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스라엘이 혁신기술을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을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도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루살렘·텔아비브·나사렛·하이파=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배너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