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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국감 스타 백종원이 남긴 것

중앙일보 2018.10.31 00:28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지영 산업팀 기자

최지영 산업팀 기자

지금은 종영됐지만, 한때 빠뜨리지 않고 보던 미국 케이블 프로그램 중 ‘레스토랑 임파서블’이 있었다. 2011~2016년 미국 요리 채널 푸드TV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 에피소드마다 만 48시간 동안 1만 달러(약 1140만원)의 자금으로 망해 가는 미국 동네 음식점 한 곳을 되살린다. 로버트 어빈이란 근육맨 영국 셰프가 대형 망치까지 들고 나와 낡은 음식점을 때려부수고,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가가 투입된다. 자기 고집만 부렸던 동네 음식점 사장들이 어빈의 집요한 설득과 컨설팅에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요식업·프랜차이즈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교육이나 컨설팅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골목 상인들은 제법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전개가 흡사하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의 스타 중 하나다. 국회의원들은 골목상권 침해를 추궁하려 그를 불러냈지만, 오히려 백 대표는 화려한 언변으로 자영업자들의 멘토로 등극했다. 급기야 “(중소벤처기업부가) 백 대표 같은 분을 모시고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거나 “분신이라도 모셔야 할 판”(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국내 자영업 시장은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는 568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 대비 약 2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16.5%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이 중 음식점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의무적으로 받는 교육은 6시간의 한국외식업중앙회 위생교육이 유일하다. 공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 교육은 극히 제한된 숫자에만 제공된다. 나머지는 자영업자 호주머니를 노리는 영리 프랜차이즈들이다.
 
백 대표가 해주는 조언은 그간 아무도 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플라스틱 주걱을 뜨거운 음식 볶는 데 쓰거나, 밥솥에 비닐봉투에 싼 밥을 넣어놓는 것(모두 환경호르몬이 나온다), 냉동 고기를 물에 한참 담가놨다가 맨손으로 양념해 금방 상하게 한 것, 원가율 같은 것들이다.
 
한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을 할 이들이 국내 본사에서 몇 달씩의 교육을 받기 전까진 가맹점을 열 수 없도록 했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파는 업의 경우 기본적인 서비스와 위생교육에 수개월이 걸린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초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보고서도 “정부의 8월 자영업자 대책이 미흡하다”며 “골목 상인들을 위한 교육을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스스로 제대로 못 하겠으면 국감장 발언처럼 백 대표라도 초빙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지영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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