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샴푸·향수 사러 백화점 가니? 난 특급호텔로 간다

중앙일보 2018.10.30 00:01 종합 20면 지면보기
JW메리어트 서울의 에머니티는 라벤더 향이 특징이다. [사진 JW메리어트 서울]

JW메리어트 서울의 에머니티는 라벤더 향이 특징이다. [사진 JW메리어트 서울]

첫 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 이는 공간도 마찬가지.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의 이미지는 결정된다. 이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향(香)이다. 사람의 오감 중 후각이 가장 민감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매력적인 향은 좋은 기억을 만든다. 여행지에서 호텔에 들어섰을 때 맡은 향은 그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한다. 최근 국내 특급 호텔들이 앞다퉈 향에 정성을 쏟는 이유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맥주와 커피 원두 등을 출시했던 호텔들이 요즘 자신들만의 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급 호텔들은 몰튼 브라운·아베다·록시땅 등 유명 브랜드를 강조한 어메니티를 사용해 다른 호텔과의 차별점을 강조해왔는데 최근엔 그 분위기가 바뀌었다.
해비치에서 자체 제작한 어메니티. 이탈리아 조향사가 직접 제주를 방문해 곶자왈 숲과 현무암, 감귤 향이 어우러진 향을 만들었다. [사진 해비치]

해비치에서 자체 제작한 어메니티. 이탈리아 조향사가 직접 제주를 방문해 곶자왈 숲과 현무암, 감귤 향이 어우러진 향을 만들었다. [사진 해비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해비치)는 이탈리아의 유명 조향사 실레노 켈로니에게 의뢰해 호텔만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했다. 그는 해비치가 있는 제주도를 직접 방문해 곶자왈 숲, 현무암, 감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우디 계열의 고급스러운 향과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한 향을 만들었다. 해비치는 이 향을 담은 샴푸·컨디셔너·보디클렌저 등의 어메니티를 선보였다. JW메리어트 서울도 지난 8월 재개관하며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재배한 라벤더 향을 담은 샴푸·컨디셔너·보디워시·보디로션 등의 어메니티를 선보였다. 

호텔들, 조향사들과 자체 향 개발
개성 있는 어메니티·향수·향초 제작
일상에서 여행의 추억 느끼려 해
희소성 때문에 선물로도 인기

글래드는 장미 향을 담은 어메니티를 제작해 판매중이다. [사진 글래드]

글래드는 장미 향을 담은 어메니티를 제작해 판매중이다. [사진 글래드]

글래드도 지난 7월 자연주의 코스메틱 브랜드 뷰디아니와 함께 장미향을 담은 샴푸·컨디셔너·보디워시·보디로션 등을 제작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호텔들은 객실에 비치해두는 어메니티 외에 판매용도 제작했는데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왼쪽부터 레스케이프의 룸스프레이, 향수, 향초. 장미 향이 특징이다. [사진 레스케이프]

왼쪽부터 레스케이프의 룸스프레이, 향수, 향초. 장미 향이 특징이다. [사진 레스케이프]

향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보다 충실한 향수·향초·디퓨저 등을 내놓은 호텔도 늘고 있다. 레스케이프는 펜할리곤스를 만든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네가와 함께 로맨틱한 장미 향의 시그니처 향을 만들고 이를 향수와 향초, 룸 스프레이로 만들어 판매 중이다. 포시즌스 서울도 한옥에서 영감을 받아 청량함과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어우러진 향초를 제작했다. 6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2개월 만에 완판됐다. 가장 먼저 향 프로젝트를 시작한 호텔은 더 플라자다. 2016년 호텔의 개성 있는 향을 담은 디퓨저를 출시했고,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자 잇따라 차량용 디퓨저도 선보였다.  
포시즌스 서울 호텔의 향초. 판매 2개월 만에 완판됐다. [사진 포시즌스 서울 호텔]

포시즌스 서울 호텔의 향초. 판매 2개월 만에 완판됐다. [사진 포시즌스 서울 호텔]

특급 호텔이 향에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프루스트 현상’을 노린 것이다. 해비치 윤지숙 홍보팀장은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도 향을 통해 호텔에 있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이후에도 같은 호텔을 찾도록 충성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글래드같은 체인 호텔들은 같은 향의 어메니티를 공유함으로써 호텔 이미지를 통일하고 있다.   
더 플라자는 2016년 호텔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디퓨저를 출시했다. [사진 더 플라자]

더 플라자는 2016년 호텔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디퓨저를 출시했다. [사진 더 플라자]

고객 입장에선 호텔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인증하고 이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대형마트 제품과 비교하면 비싸지만 호텔이라는 프리미엄을 더하면 가심비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기존 호텔이 사용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비교적 저렴하다. JW메리어트 서울의 임수연 홍보팀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값에 소비되는 비용을 제품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투자하면 훨씬 좋은 사양과 고유의 향으로 우리 호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어메니티를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