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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선물 하겠다더니”…‘주차장 살인사건’ 피해자 친구의 후회

중앙일보 2018.10.29 17:40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피살사건의 피해자 친구가 가해자 김모(49)씨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고인의 친한 친구라고 소개한 여성 A씨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690개 여성단체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을 비롯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는 "가해자가 '큰 선물'을 한다더니 친구를 무참히 살해했다"며 사건 전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결혼 당시에는 가정폭력, 이혼 후에는 살해 협박으로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생활하는 친구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봐 왔다"면서 "그런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단지 숨어다니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탄원서를 넣을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그는 "친구의 가족들은 죽기 전날에도 '조심하라'고 말했다"며 "'큰 선물'을 하겠다던 가해자는 결국 친구를 무참히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출소하면 지난 4년간 고인과 고인의 가족들이 당했던 그 무서운 공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늘 조심하라고 말하는 생활이 또다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죽은 친구는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불안하게 산다며 늘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고 밝힌 A씨는 "세월이 흘러 친구가 또다시 미안해하지 않도록, 친구가 한을 풀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A씨는 "가해자 악마가 세상의 빛을 더는 볼 수 없어야 한다"면서 "사법부의 사형이 선고되기를 시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죽이고 쉽게 나올 수 있다고 믿는 가해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가해자가) 법의 무서움을 알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구제하기보다 '가정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명진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전국가정폭력상담소 연대' 준비위원회 위원은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이들 중 99%가 풀려났고 구속률은 0.995%로 1%가 채 되지 않는다"며 제도의 허점을 꼬집었다.  
 
김 위원은 "가해자는 처벌의 대상이지 상담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가정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 현행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김씨와 같은 가해자는 만연하고, 죽음으로 몰리는 제2, 제3의 피해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해당 법을 개정하고, 가해자가 상담이나 교육받는 것을 조건부로 한 기소유예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22일 오전 4시 45분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전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등으로 전 아내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신원을 숨기기 위해 범행 당시 가발을 쓰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25일 김씨를 구속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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