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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이젠 내 맘대로 나답게 살아보자

중앙일보 2018.10.29 13:01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12)
“너 깨어있니? 한 번도 이렇게 깨어있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모든 게 달라 보여.”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게 달라 보이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사람들
흔히들 ‘시작은 반’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평범한 말이지만 우린 때론 그 앞에서 주저하기도 겁을 먹기도 한다. ‘이 나이에 뭘….’ 혹은 ‘이미 늦어버렸어’라는 핑계와 함께. 하지만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언제부턴가 주위엔 ‘인생 후반전’이라는 숙제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책을 좋아했던 어떤 소녀는 오십이 넘어 동네 책방에 관한 책을 출간하며 작가가 되고 꼼지락거리며 바느질을 하던 아가씨는 규방 공예가가 되어 국내외에 손끝으로 그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오늘의 그림 에세이는 현재뿐만 아니라 다가올 인생 후반전을 위해 차곡차곡 준비 중인 두 사람의 이야기다. 모든 게 달라 보이고 깨어 있을 것이 분명한.
 
국내외 동네 서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오십이 넘은 나이에 첫 책을 출간한 김건숙 작가와 책 속에 등장하는 동네 서점. [그림 홍미옥, 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국내외 동네 서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오십이 넘은 나이에 첫 책을 출간한 김건숙 작가와 책 속에 등장하는 동네 서점. [그림 홍미옥, 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때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매일 책 한권씩 365일 프로젝트’라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행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 말이 쉽지 하루에 한권이라니! 그것도 일 년이나. 만화책도 아니고 말이다. 더구나 그 일은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책값이 수월찮게 들어갈 일이다. 대개는 보나 마나 중도 포기하기 딱 좋을 목표다. 하지만 그걸 이루어 낸 그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 ‘고행’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시작한 일은 전국 구석구석의 동네 책방 탐방이었다. 1970~80년대만 해도 동네에 작은 책방 하나쯤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 책방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대형서점만이 커다랗게 자리 잡게 되었다. 
 
글쓰기와 독서를 사랑하던 문학소녀의 야심 찬 계획은 사라진 작은 책방의 그리움에서 시작되었을까? 남들 같으면 갱년기가 시작되어 어깨도 아프고 매사가 심드렁할 시기인데 그 발걸음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아니! 이런 곳에 책방이 있어? 과연 장사는 될까? 싶은 작은 곳을 잘도 찾아낸다. 일일이 발품을 팔고 취재하고 때론 잠깐 머물면서 마침내 한권의 책으로 태어난 동네 책방 이야기.
 
 한국의 동네 서점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일본 독자들과 북토크 중인 작가. [사진 홍미옥]

한국의 동네 서점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일본 독자들과 북토크 중인 작가. [사진 홍미옥]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동네 서점을 찾아내고 그곳을 집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공간으로 두어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 그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다. 혹자는 이런 일이 가계에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거나 아파트 평수를 늘려주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산이다.
 
책에 대한 열정은 독자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인생이라는 지갑을 두툼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사는 그도 델마와 루이스처럼 분명 모든 게 달라 보이겠지. 인생 후반전을 위해 오늘도 읽고 쓰고 걷는 중년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전통 바느질을 고집하며 느린 손끝으로 규방 공예를 알리고 있는 권의단 작가와 작품들. [그림 홍미옥, 갤럭시노트5 S노트]

전통 바느질을 고집하며 느린 손끝으로 규방 공예를 알리고 있는 권의단 작가와 작품들. [그림 홍미옥, 갤럭시노트5 S노트]

 
“박 참판네 작은 도령이 인물이 제일 훤하긴 하지, 안 그래?” 도란도란 대화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까르르 웃음보가 터질 것만 같다. 이건 순전히 내가 상상하는 생기 넘치는 규방의 모습이다. 간혹 드라마에선 수틀을 앞에 두고 이글이글 분노의 눈빛을 발사하는 별당 마님도 있고 그런 주인의 심기가 신경 쓰이는 중년 침모의 바지런한 손놀림도 나온다.

 
때론 느릿하게 천천히
모든 게 신속해야 대접을 받고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의 화려함이 판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손끝으로 느리고 정성스럽게 바느질하는 사람이 있다. 아직 중년이라고 하기엔 살짝 억울할 듯도 싶지만 어차피 그 대열에 조만간 들어갈 운명이니 뭐.
 
타고난 손끝 감각으로 규방 공예라는 아름다움과 함께하는 그의 손가방엔 바늘쌈지와 실이 노상 자리 잡고 있다. 사각거리는 자투리 천은 소중한 책과 따뜻한 정을 담는 보자기가 되고 작은 조각들은 풍요롭고 평온한 이불로도 가방으로도 태어난다. 한때 유행했던 드라마의 대사 ‘한 땀 한 땀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도쿄에서 한국 전통 규방 공예를 강의 중인 권의단 작가. [사진 홍미옥]

도쿄에서 한국 전통 규방 공예를 강의 중인 권의단 작가. [사진 홍미옥]

 
또한 시간을 느릿하게 즐겨가며 완성한 그의 작품은 소박한 전시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온라인 쇼핑공간에서 주인을 찾아가기도 한다. 때로는 배움의 장을 활짝 열어 사람들에게 규방 공예의 진가를 전하고 있다.
 
지난봄, 도쿄 한복판에서 몸소 한복을 입고 열었던 규방 공예 특강은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그때 참가했던 잡지사 기자는 규방 공예의 매력에 빠져 직접 한국에 와서 따로 취재해가기도 했다. 주부이자 규방 공예 작가로 바쁘게 살아가는 그는 말한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실과 바늘을 곁에 두고 싶다고.
 
조급해하지 않는 손끝 바느질처럼 언젠가는 다가올 인생 후반전을 향해 오늘도 골무와 바늘을 집어 드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시류를 타는 유행도 없고 끈질긴 인내가 필요한 일이지만 최근 들어 규방 공예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니 잘된 일이다.
 
소문나게 큰일을 하는 것도 헉 소리 나게 돈을 버는 일도 아니라지만 분명 그의 어제와 오늘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실과 바늘을 친구삼아 또 다른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발걸음은 인생 후반전이라는 길에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소중한 미래의 ‘시간’을 위한 준비
요즘 매스컴에서는 100세 시대니 초고령화 사회니 하면서 은근히 불안한 미래를 상기시키고 있다. 누구는 부동산, 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또 누구는 운동으로 건강한 미래를 준비한다. 그렇다면 분명히 남아돌듯 싶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시간’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지?
 
마침 중년이라는 시기는 누구의 간섭도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시작할 자격이 충분한 때다. 때론 열정적으로 때론 한 박자 쉬어가며 분명히 흥미진진할 우리의 인생 후반전을 위해 꿈꿔왔던 작은 일부터 지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의 드로잉팁
“해 질 녘 노을이 불타는 장면을 그리고 싶어요.”
불타는 노을의 표현을 드로잉앱을 이용해서 그려 본다.
문지르기 기법을 이용해 그려 볼 동해의 석양. [사진 김현준]

문지르기 기법을 이용해 그려 볼 동해의 석양. [사진 김현준]

 
유화표현이 용이한 아트레이지앱 실행 후

브러시 툴에서 유화 붓이나 튜브를 선택해 팔레트에 물감을 짜듯이 그려주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색을 섞는다. [사진 홍미옥]

브러시 툴에서 유화 붓이나 튜브를 선택해 팔레트에 물감을 짜듯이 그려주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색을 섞는다. [사진 홍미옥]

 
브러시 툴에서 유화 붓이나 튜브를 선택해 팔레트에 물감을 짜듯이 그려준다.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나이프의 크기를 적당히 조절한 후 문지르며 색을 섞어준다. 해 질 녘 타는 듯한 노을이 자연스레 완성되면 밝은색으로 가운데에 포인트를 주어 마무리! 풍경화 배경을 표현할 때 사용하면 유용한 기법이다.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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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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