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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대인 죽어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 총기난사 11명 숨져

중앙일보 2018.10.29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트리 오브 라이프’ 인근에서 27일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 날 유대인을 증오하는 40대 백인 남성 로버트 바우어스가 총을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AP=연합뉴스]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트리 오브 라이프’ 인근에서 27일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 날 유대인을 증오하는 40대 백인 남성 로버트 바우어스가 총을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AP=연합뉴스]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
 

40대 백인, 경찰과 교전 끝 투항
갓난아기 명명식 참석한 신도 희생
NYT “범인이 트럼프 옹호 글 올려”

27일(현지시간) 오전 예배가 진행되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정문 앞에 선 로버트 바우어스(46)는 이같이 소리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스쿼럴힐의 ‘트리오브라이프(Tree of Life)’는 잠시후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시너고그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에 예배가 시작된다. 이날은 방금 태어난 아이들의 명명식이 3개의 방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다. 총 신도 1450여 명 중 75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스쿼럴힐은 유대인 밀집 지역으로 주민의 48%가 유대인이다.
 
바우어스는 AR-15 소총 한 정과 3정의 권총을 지니고 있었다. 수분간 방안의 유대인들을 향해 난사했다. 목격자들은 “총격범이 유대인을 비난하는 말을 계속 떠들면서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총을 난사한 지 10분 만에 무장경찰이 출동했고, 정문에서 경찰과 마주친 바우어스는 도망쳐 3층 방에서 교전을 벌이다 총상을 입고 투항했다. 총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6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4명은 교전을 벌이던 경찰이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유대교 회당.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유대교 회당. [로이터=연합뉴스]

총격 당시 ‘아이 이름 명명식’이 진행 중이기는 했지만 희생자는 모두 성인이라고 피츠버그 당국은 밝혔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FBI 피츠버그 지국의 밥 존스 특별수사관은 “총격범은 유대인들이 예배를 보는 토요일 오전을 범행 시간으로 잡았다는 점에서 치밀했다”며 “현재까지는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바우어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21정의 총기를 등록했다. 교통법규 위반 이외에 별다른 범법행위는 없었다. 사건 현장에서 차로 25분 걸리는 지역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그와 얘기를 나눈 이웃이 없을 정도로 사교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는 달랐다. 극우 인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갭닷컴(Gab.com)’에 반유대주의 내용을 수차례 게재했다. 바우어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수주의자가 아닌, 세계주의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열성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CNN 등 일부 외신은 그가 총기 난사 4시간여 전 “나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글도 올렸다고 전했다.
 
‘반 트럼프’ 진영에 폭발물이 든 소포가 배달되면서 정치권 안팎이 발칵 뒤집힌 데 이어 반유대주의를 주장해온 백인이 유대인들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면서 극우 테러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총격범을 비난했다. 그는 “이 사악한 반유대주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처럼 사악한 대량살인은 완전한 악행이며, 도저히 믿기 어렵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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