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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떨어진 한국 증시, 외국인 '코리아패싱' 불렀다

중앙일보 2018.10.28 16:14
5면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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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미국발 증시 급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어딜까. 이번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미·중 무역분쟁의 당사국 중국일까. 아니면 아르헨티나 등 경제 위기로 힘들어하는 신흥국들일까. 
 

10월 미국발 증시 급락에
주요 증시 중 가장 많이 하락

정답은 한국이었다. 10월 들어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하락률 최상위권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포진해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와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코리아 패싱’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 지수 종가(2027.15)는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9월 28일 종가(2343.07)와 비교해 13.48% 하락한 수치였다. 세계 주요국 대표 지수 중 같은 기간 하락률이 이보다 낮은 건 대만 가권지수(-13.78%) 뿐이었다.  
 
코스닥 지수의 경우 규모가 작아 세계 대표 증시들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하락률만 놓고 보면 단연 1위다. 10월 들어서만 19.36%나 하락했다. 한국의 주가지수들이 세계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하락률은 일본 닛케이 225(-12.17), 홍콩 항생 종합(-11.05), 프랑스 CAC40(-9.58%), 독일DAX30(-8.54%), 중국 상하이 종합(-7.89%), 인도 센섹스(-7.94%) 지수 등 세계 각국의 중요 지수들을 모두 제쳤다. 심지어 경제 위기가 터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급전을 지원받은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12.23%)보다 하락률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의 끝없는 매도 행진 때문이다. 외국인은 10월 들어 26일까지 4조5000억원 이상의 기록적인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3년 전인 2015년 8월(-4조295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신흥국 증시에서는 그나마 믿을 만한 곳으로 분류됐다. 상대적 안전자산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급락장에서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물론 기술적, 대외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중심의 한국은 미ㆍ중 무역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나라로 분류돼 주가가 더 크게 하락하는 것 같다. 한국 증시가 유동성이 풍부해 수시로 팔고 사기 쉽다는 점도 외국인이 부담 없이 매도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기금이 한국 증시 투자 비중을 낮추면서 매도 행진을 동참하고 있다는 점 등 수급이 꼬인 것도 한국 주가지수의 상대적 낙폭 과대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내부적인 요인, 즉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해 느끼는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증시는 투자 대상의 현재 가치가 아니라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각종 지표에서 밝은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2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2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연초에만 해도 달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졌던 3.0%의 성장률 전망치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정부는 전망치를 2.9%로 한 차례 낮췄지만, 이 역시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2.9%는 고사하고 한국은행이 두 번이나 낮춰잡아 설정한 전망치 2.7% 도달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미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장래의 경기를 점칠 수 있는 시금석인 설비투자가 3분기에 전기 대비 4.7%나 감소했다. 내수도 부진하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1%였다. 내수가 성장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도 불안한 상황이다. 9월 수출액은 505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개별 기업들의 실적 부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지표들이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을 높여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패싱’을 완화하려면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려면 결국 증시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이 나오지 않는다면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하는 주식시장에서 기대 심리가 생겨나기 어렵다”며 “경제 정책의 밸런스(균형)가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의 밸런스까지 무너지게 된 만큼, 밸런스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들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 회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진위를 떠나 정부가 남북관계에만 신경을 쓰고 경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식의 인식들이 있는데 이런 인식들이 증시에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구두로라도 증시 활성화 방안 등을 언급해 증시의 기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29일 오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회의 후 주요 논의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진석·이후연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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