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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정석, 특별하진 않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것

중앙일보 2018.10.28 12:00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13)
우리나라에는 '정석'을 붙인 책이 수십 권 있다. 정석이란 각종 분야에서 필수적인 이론이나 기술을 말한다. [출처 교보문고]

우리나라에는 '정석'을 붙인 책이 수십 권 있다. 정석이란 각종 분야에서 필수적인 이론이나 기술을 말한다. [출처 교보문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석(定石)’이라는 말을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수학의 정석, 투자의 정석처럼 ‘정석’을 붙인 책이 수십 권이 있다. 심지어는 연필 깎기의 정석, 연애의 정석 같은 책도 있다.
 
정석은 바둑에서 온 말이다. 흑백 쌍방이 모범적으로 두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모양을 정석이라고 한다. 바둑에는 정석 책이 여러 권 있고 웹스터 영어사전만 한 『정석대사전』도 있다. 바둑을 제대로 두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석을 배운다. 정석을 모르고는 좋은 바둑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정석은 중요하다. 한 유명한 사업가는 “마케팅 이론을 모르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정석을 모르고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마케팅의 정석을 알고 사업을 하라는 얘기다. 어떤 철학자는 선배 제현의 철학을 모르고 철학을 논하는 것은 바둑에서 포석과 정석을 모르고 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런 경우 정석은 그 분야의 필수적인 이론이나 기술을 말한다. 수학이나 물리라면 공식을 말하는 셈이다.
 
물론 바둑에서 정석이 만능은 아니다. 정석을 모르고도 바둑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정석을 모르고 두면 무식한 바둑을 두기 십상이다. 바둑돌을 능률적으로 활용하는 법이라든가, 서로 이익을 나누며 거래를 하는 이치를 잘 모른다. 오로지 남이 잡으러 오면 달아나야 한다는 단순한 도식으로 바둑을 두게 된다.
 
은퇴의 기본 정석은 10년 단위 플랜 짜는 것
은퇴 후 가장 기본적인 정석은 미래에 대한 플랜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한 삶이 전개되는 것이니 그에 따른 계획이 필요하다. 단계별로 삶을 설계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사진 pixabay]

은퇴 후 가장 기본적인 정석은 미래에 대한 플랜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한 삶이 전개되는 것이니 그에 따른 계획이 필요하다. 단계별로 삶을 설계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사진 pixabay]

 
분야마다 정석이 있다면 은퇴하는 데도 정석이 있을까. 은퇴 후의 삶에 관한 정석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은퇴의 정석에 관한 책은 아직 못 봤지만, 건강관리, 자산관리, 노후생활 등에 관한 모범적인 해답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알아둔다면 시니어 삶을 영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은퇴의 가장 기본적인 정석은 아마도 미래에 대한 플랜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이 전개될 것이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먼저 자신이 몇 살까지 살 것인가를 예상해 보고, 그 기간을 몇 단계로 나누어 미래의 활동을 설계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60세에 은퇴하는 사람이라면 90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해 10년 단위로 구간을 나눠 볼 수 있다. 70대까지를 활동기로 보고 그 이후를 정리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계별로 삶을 설계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이다. 일 때문에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도 가보고, 하지 못한 일도 계획해 볼 수 있다. 바빠서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는 계획도 세울 수 있다. 미래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계획을 세우는 사람과 세월 가는 대로 적당히 지내는 사람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돌발 사태 대응책도 세워 놓아야
은퇴의 정석에는 돌발사태에 관한 대응책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은퇴한 후 1, 2년 이내에 갑자기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인 중에 4월에 만나기로 했다가 바쁜 일정으로 다음 달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날을 며칠 앞두고 비보를 받았다. 황망한 사망 소식에 깜짝 놀랐지만 가족들의 황당함에는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지금도 페이스북에는 저세상으로 간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라는 메시지가 뜬다.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제작 유솔]

지금도 페이스북에는 저세상으로 간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라는 메시지가 뜬다.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제작 유솔]

 
한 페이스북 친구는 자주 글을 올리곤 했는데 한동안 뜸했다. 그래서 외국에 갔나 보다 했더니 갑자기 저세상으로 갔단다. 지금도 페이스북에는 이 사람의 생일날 축하해 주라는 메시지가 뜬다. 야속한 페이스북을 탓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도 페이스북에 살아있는 사람이 제법 많을 것이다.
 
죽음을 얘기하기 그렇지만 시니어는 항상 대비해야 한다. 누구나 피할 수 없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일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이상이 없게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니어가 고려해야 할 은퇴의 정석을 두 가지 생각해 봤다. 별로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지만 실천하기는 막상 쉽지 않다. 본래 정석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별것 아니다. 미래에 대해 설계를 하는 즐거움과 함께 돌발사태에 대한 차분한 준비도 같이해 두도록 하자.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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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필진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 바둑에 올바른 길이 있듯이 인생에도 길이 있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수가 아닌 꼼수와 속임수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바둑에서 삶의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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