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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⑨박스카 운명 흔든 효리와 방향지시등 
한국닛산은 2011년 큐브 3세대 모델(Z12)을 한국 시장에서 처음 출시했다. [중앙포토]

한국닛산은 2011년 큐브 3세대 모델(Z12)을 한국 시장에서 처음 출시했다. [중앙포토]

일본 닛산 큐브(CUBE)는 ‘박스카의 대명사’로 꼽힌다. 박스카는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만들어낸 일본식 영어 표현으로 네모난 상자 모양의 차량을 뜻한다. 실제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박스카(Boxcar)는 문을 열 수 있는 기차의 네모반듯한 화물칸을 의미한다.
박스카의 대명사인 닛산 큐브는 2011년 한국 시장에 처음 공식 상륙한다. 그런데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끈 건 한 연예인 덕분이다. 주인공은 걸그룹 핑클 출신의 이효리(39). 지금은 ‘강남좌파’ ‘폴리테이너’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당시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의 전속 모델로 많은 돈을 거머쥔 아이돌로 주목받았다. 그런 이효리가 강남 일대에서 대형차나 스포츠카가 아닌 특이하게 생긴 차량을 몰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가 타고 다닌 차량은 일본에서 개별 수입된 큐브의 2세대 모델(Z11)이었다.
이효리가 타고다닌 일본에서 개별 수입된 큐브 2세대 모델(Z11). 당시 미니홈피에서 화제였다. [중앙포토]

이효리가 타고다닌 일본에서 개별 수입된 큐브 2세대 모델(Z11). 당시 미니홈피에서 화제였다. [중앙포토]

1998년 1세대 모델(Z10)이 처음 나온 큐브는 독특한 디자인뿐 아니라 공간 활용성이 뛰어났다. 동급 차종보다 지붕이 높아 상대적으로 넓은 실내 공간이 나온다. 천장이 높아 옷걸이를 사용하면 긴 옷을 구기지 않고 걸 수 있다. 문짝도 커 타고 내리기 쉽다. 자투리 공간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으로 활용된다. 시트 배열도 남다르다. 뒷좌석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고, 등받이를 뒤로 완전히 눕히면 오토캠핑을 할 때 텐트 대용으로 쓸 수 있다. 의자를 접어 짐칸을 늘리면 자전거와 유모차도 쉽게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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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닛산은 3세대 모델(Z12)을 한국에서도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2011년 여름 판매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객에게 실제 차량이 인도되기까지 생각보다 꽤 시간이 걸렸다. 바로 3세대 모델의 방향지시등 간격으로 생긴 논란 때문이다. 전면부 방향지시등의 간격이 당시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44조 4항에 맞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 조항은 ‘차량 전면부의 방향지시등은 차체 너비(전폭)의 50% 이상의 간격을 두고 설치할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차가 좌우 어느 방향으로 갈지 확연히 나타내기 위해서다. 큐브의 전폭은 1695㎜. 국내 기준에 따르면 간격은 847.5㎜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820㎜로 기준에 못 미쳤다. 
닛산 큐브의 방향지시등 논란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다룬 본지 기사.[중앙일보 2011년 9월 5일자]

닛산 큐브의 방향지시등 논란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다룬 본지 기사.[중앙일보 2011년 9월 5일자]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차량은 원칙적으로 국내 도로를 달릴 수 없었다. 논란 끝에 큐브를 살려 준 건 ‘글로벌 스탠더드 규정’ 덕분이다. 동일 규칙 내 다른 조항인 114조 7항에 ‘외국의 기준에 의한 시험성적서를 이 규칙의 안전기준에 의한 시험성적서로 갈음할 수 있다’고 돼 있었기 때문이다. 
큐브가 구사일생으로 한국 도로에서 질주할 수 있게 됐지만 곧이어 강력한 대항마가 출현했다. 논란 뒤 고객에 전달됐지만 같은 해 11월 기아차가 박스카 레이(RAY)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 것. 가격 경쟁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큐브는 결국 2014년 이후에는 국내 신차 시장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늑대(방향지시등 논란)를 피했더니 호랑이(기아 레이)를 만난 셈이 됐다.  
기아차가 2011년 내놓은 박스카 레이(RAY). 저렴한 경차로 닛산 큐브의 대항마가 됐다. [중앙포토]

기아차가 2011년 내놓은 박스카 레이(RAY). 저렴한 경차로 닛산 큐브의 대항마가 됐다. [중앙포토]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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