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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남자' 박정권 "힘 빼고 즐기면 됩니다"

중앙일보 2018.10.28 00:05
"힘 빼고 즐기면 됩니다."
 
박정권(37·SK 와이번스)은 역시 '가을 남자'였다. 어김없이 가을야구에서 한 방을 날렸다. 9회 말 끝내기 홈런이었다.  
SK 박정권이 승리를 확정 짓는 투런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SK 박정권이 승리를 확정 짓는 투런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SK는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에서 9회 말 박정권의 끝내기 투런포에 힘입어 10-8로 이겼다. 양 팀 통틀어 홈런만 7방이 나왔다. SK에선 최정(1회 1점), 김강민(4회 2점), 김성현(5회 3점), 박정권(9회 2점) 등이 대포를 쐈다. 넥센에서는 송성문(5회 2점, 7회 2점)이 2개, 제리 샌즈(7회 3점)가 1개를 날렸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박정권의 홈런이었다. 8-8로 팽팽한 9회 말 박정권이 넥센 마무리 김상수를 상대로 3구째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투런포를 날렸다. 7회 대타로 나왔던 박정권은 뜬공에 그쳤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큼지막한 홈런을 날려 진정한 '가을 남자'임을 보여줬다. 이 홈런으로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최다 홈런(7개)을 기록하게 됐다. 2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한 박정권은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상금은 100만원이다.  
 
박정권은 "포스트시즌에선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넥센 샌즈에게 동점 홈런을 맞고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우려가 됐다"면서 "9회 말 타석에 나갔을 때 1루 주자를 보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쳤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 후배들이 다 좋아하기에 나도 같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SK 박정권 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홈런' [연합뉴스]

SK 박정권 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홈런' [연합뉴스]

박정권은 가을야구에서 유독 강해 '가을 남자'란 별명이 붙었다. 2009년 플레이오프 MVP, 2010년 한국시리즈 MVP, 2011년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그는 "가을만 되면 항상 '왜 가을에 강한지'에 대한 질문은 받는다"고 웃으면 "가을에 잘하는 건 잘 즐겨서 그런 것 같다. 정규시즌처럼 내일이 있는 시합이 아니어서 즐기려고 한다. 주위에선 내가 부담이 클 거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냥 정규시즌 때와 다른 분위기인 야구장에 나와 있는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에서 잘하는 비법을 소개했다. 그는 "대부분 단기전이고 중요한 게임이어서 쓸데없는 힘이 많이 들어간다. 자기 스윙과 플레이가 어떤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템포 쉬는 게 중요하다"면서 "수비, 주루, 타격 등에서 평소보다 좀 느리게, 자기 스윙의 반에 반만 돌려봐야 한다. 그냥 힘을 빼고 즐겼으면 좋겠다. 내가 해결 못하면 다른 선수가 해줄 것이라고 믿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박정권은 올해 힘든 시즌을 보냈다. 1루수 제이미 로맥과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6월에만 7경기에만 나서 타율 0.214(14타수 3안타)을 기록했다. 다시 2군으로 돌아가면서 은퇴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박정권은 묵묵히 퓨처스리그에서 야구를 했다. 7~8월에 타격감을 끌어올려 10월 초에 1군에 돌아왔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다시 가을 남자로 활약했다. 
 
박정권은 "2군에서 힘들었지만, 최대한 나를 놓지 않고 계속 스스로를 붙잡았다. 그러다 보니까 엔트리에 들었고, 마지막에 기회를 얻었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면서 "엔트리에 들 때까지 5~6개월이 걸렸다. 그런 상황에서 엔트리에 꼭 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솔직히 쉽지 않았다. 들면 좋지만, 못 들더라도 시즌 끝까지 완주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K 박정권이 중견수 뒤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SK 박정권이 중견수 뒤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트시즌에서 박정권은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최정이 넥센 선발 제이크 브리검의 공에 얼굴을 맞을 뻔하자 브리검에게 항의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최정이 경고를 받고 마무리 됐다. 그런데 박정권이 바로 선수들이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미팅을 열고 다독였다. 박정권은 "다들 격앙되어서 더그아웃에서 바로 흥분을 가라앉히자고 했다. 단기전에선 흥분하면 안 된다. 냉정하게 차분하게 하자고 했다. 경기 끝나고 나서는 굉장히 차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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