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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무늬만 남은 '무늬만 회사차' 규제-찬반 양측이 제기한 부작용만 도드라져

중앙일보 2018.10.28 00:02
고가 수입차 법인 판매 비중 다시 증가 … 세제 혜택 찬반 논란도 여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015년 7월 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회관에서 ‘수입차 등 업무용 고가 차량 판매 실태 및 세제 혜택 문제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015년 7월 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회관에서 ‘수입차 등 업무용 고가 차량 판매 실태 및 세제 혜택 문제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기업 오너가 법인 명의로 고가 수입차를 산 후 사적으로 사용하고, 세제 혜택까지 받는다.” 지난 2015년 여론을 뜨겁게 달군 업무용차 사적 사용에 대한 비판이다. 문제가 불거진 후 정부는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과는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뜨거웠던 여론이 수그러든 사이 오히려 찬성·반대 양측이 제기했던 부작용만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비판 여론은 잠잠해졌지만…
2015년 여름, 회사의 임원에게 지급하거나 직원들이 업무 용도로 타고 다니는 법인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업자들이 업무용으로 고가의 차를 산 후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모 대기업 오너가 법인 이름으로 8억원이 넘는 고가 스포츠카를 리스 구매한 후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업무용 차량에 주는 세제 혜택이 이런 폐단을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은 세법에 따라 차 값뿐만 아니라 취득세·자동차세·보험료·유류비 등 유지비까지 전액 경비처리가 가능했다. 그만큼 소득세와 법인세 과세표준 금액이 줄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경실련은 당시 고가 업무용 차량 전체 판매 대수를 토대로 이런 경비처리로 발생하는 세제 혜택이 해마다 최소 2조4651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차량 가격이 비쌀수록 세제 혜택 금액이 많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개인사업자와 법인들이 억대의 고가 수입차를 업무용 차량으로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롤스로이스의 경우 지난해 총 판매금액에서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7.9%에 달했고 벤틀리는 84.8%, 포르셰 76.5%로 집계됐다. 벤츠(63.6%)·아우디(53.4%)·BMW(51%) 역시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이 일반 개인이 아닌 사업자가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2016년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개정 시행했다. 사업자 명의로 업무용 차를 구매할 경우 연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입비 상한선을 최대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또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쳐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고자 할 때에는 운행일지를 작성을 의무화했다. 사용일자와 사용자, 계기판 주행거리, 사용처 등을 기입하도록 한 것이다. 경비로 인정되는 범위를 축소함과 동시에 차량이 실제 업무용으로 쓰였는지도 입증하라는 취지였다.
 
이 같은 개정안이 나오자 찬반 양측으로부터 반발이 쏟아졌다. 규제 강화 반대 측에서는 “실제 현장에선 이 같은 운행기록을 일일이 작성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며 “원활한 기업활동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정을 주장한 측에서는 “규제의 강도가 약해 업무용 차량의 사적 사용을 허용해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개정안을 발표하자 성명을 내고 “사업자들의 경비처리 기간을 연장시킨 것뿐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규제가 변경되고 2년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차 중 법인용으로 판매된 차량은 2015년 1만8370대에서 2016년 1만5103대로 3000대 이상 줄었다. 규제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잠시 움츠러들었던 ‘무늬만 회사차’는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팔린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2만3851대 중 70%가 넘는 1만6831대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1억원 이상 수입차의 법인 판매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고급 스포츠카 중 상당수가 법인용으로 판매되는 관행도 여전하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8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법인용 판매 비중이 개인용 판매 비중보다 큰 브랜드는 롤스로이스(90%)·람보르기니(83%)·벤틀리(79.8%)·마세라티(73.4%)·포르쉐(60%)·랜드로버(54%)·재규어(53%) 등이다. 대당 가격이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이른바 럭셔리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규제 강화해도 법인 구매가 유리
이에 따라 정부의 규제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운행일지 작성 등 까다로운 제재를 고려하고도, 개인 구매보다는 비용처리에서 유리한 법인 업무차로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연간 감가상각액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이를 넘는 금액은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또 감가상각액 총액 한도가 설정되지 않아 10년이 지나면 남은 모든 금액을 감가상각비로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 5년에 걸쳐 처리하던 비용을 10년으로 기간만 늘려 처리하면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고가 수입차의 법인 차량 판매 비중이 큰 것은 판매처별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거나 제도를 우회하는 방법 등이 등장한 것도 규제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법인 리스, 장기렌터카 등 구매시 판매처별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 받으면 비용이 절약된다. 전세 렌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보증금 개념의 초기 비용은 회사의 자산으로 잡히고, 매달 나가는 유지비용은 경비 인정 범위 안으로 축소시킬 수 있어서다. 운행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도 검증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나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과세기준이 강화된 것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오너들의 일탈에서 출발했지만, 막상 현행 제도는 법의 취지와 달리 대기업보다 본연의 업무시간을 할애해 운행기록부 등 세무당국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큰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이 더 과중한 세부담을 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부지방세무사회의 박종렬 세무사는 지난 6월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의 경우 운행일지 작성에 따른 납세비용이 추가 발생되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 대해서라도 작성의무를 면제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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