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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진술이 증거냐"vs"2차 가해"…혜화역 두 목소리 집회

중앙일보 2018.10.27 18:06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집회 손팻말(왼쪽)과 남함페(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손팻말.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동시에 열린 두 집회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조한대 기자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집회 손팻말(왼쪽)과 남함페(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손팻말.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동시에 열린 두 집회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조한대 기자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두 집회가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한 측은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측은 일관된 진술은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당당위 집회 모습. 조한대 기자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당당위 집회 모습. 조한대 기자

“사법부는 각성하라.” “날림재판 필요없다. 헌법을 준수하라.”

400여m 거리두고 '곰탕집 사건' 상반 목소리
당당위 참가자, "명확 증거 없는데 삶 무너져"
반대편에선 "'꽃뱀' 몰아세우면 피해자 위축"

 
이날 오후 마로니에공원 옆 4개 차로에 모인 100여 명은 같은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든 팻말에는 ‘헌법 수호! 유죄 추정 반대’라고 적혀 있었다. 남성이 많은 편이었지만 여성도 곳곳에 앉아 있었다. 이 집회는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이하 당당위)가 주최한 집회였다.
 
이 곳에서 혜화동로터리 방향으로 불과 400m 떨어진 곳에서는 당당위 집회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하 남함페)이 주최한 이 집회에는 참가자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 들도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팻말에는 ‘꽃뱀추정 중단하라’ ‘2차가해 규탄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2차 가해 댓글’이라고 적힌 푯말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며 집회를 이어나갔다.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남함페 집회 모습. 조한대 기자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남함페 집회 모습. 조한대 기자

두 집회 참가자들은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거 능력을 놓고 첨예한 대립 목소리를 냈다.
 
당당위 측 집회에서는 피해자 진술은 피고인의 범죄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집회에 참가한 직장인 김모(28)씨는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한 판결은 이뤄져서는 안 된다. 곰탕집 사건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피고인에게 죄가 있다고 추정한 상태에서 판결이 이뤄졌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남함페 집회 참가자인 대학생 김모(26·여)씨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 외에 물적 증거가 있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피고인을 좇아가는 게 보이는데도 증거가 없다는 논리는 공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피해자 진술에 의존한 판결이 ‘무고한’ 가해자를 만들어낸다는 목소리와 이런 시각이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박이 부딪히기도 했다.
 
당당위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강모(21·여)씨는 “성범죄 신고를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매장 당한다. 하지만 뒤늦게 아니라는 게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며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도 아버지·오빠의 삶이 한 순간에 무너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반면 남함페 집회에 참가한 기모(25)씨는 “성범죄는 물적 증거를 내놓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피해자가 일관된 주장을 하는데도, 증거가 없다며 되레 ‘꽃뱀’으로 몰아세우면 많은 피해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집회는 주최 측이 예상했던 것 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했다. 당당위 측은 1만5000명 가량을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00여 명 수준이었다. 남함페 측도 2000명으로 집회 인원을 신고했지만 30여 명이 모였다.
 
하지만 당당위 측은 2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남함페 관계자는 “당당위 측이 집회를 연다면 이에 따른 맞불 집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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