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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같이 놀아주던 아내, 어느날 하는 말이

중앙일보 2018.10.27 09:00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31)
황영석(57)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작년에 희망퇴직을 하고 은행을 나왔다. 아내가 알뜰히 살림을 해 재무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라 하고 싶던 일을 하나 둘씩 해보기로 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황영석(57)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작년에 희망퇴직을 하고 은행을 나왔다. 아내가 알뜰히 살림을 해 재무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라 하고 싶던 일을 하나 둘씩 해보기로 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황영석(57) 씨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은행에서도 열심히 일했다. 본연의 은행 업무 외에 주어졌던 카드 실적 채우기, 휴대전화 개통하기, 보험 유치하기 등 많은 일을 정말 잘해냈다. 지점장으로 승진했고,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어 결국 작년에 희망퇴직을 하고 은행을 나왔다.
 
부인과 사이에 자녀 둘을 두었다. 큰딸은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중견 기업의 상품디자인실에서 일하고 있고, 아들은 군대 제대하고 3학년 복학예정이다. 자녀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별 부담이 안 된다. 본인은 은행원이었지만 월급은 모두 아내가 관리하게 했다. 아내가 야무지게 살림을 해 재무적으로 상당히 안정됐다. 
 
서울에 99㎡대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부채는 전혀 없다. 20여년 전 은행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받았던 퇴직금 중 많은 부분을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해 60세 이후 꽤 많은 금액의 연금이 나올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63세부터 150만원 정도 수령할 수 있으니 부부의 기본적인 생활비는 확보한 셈이다. 또 중간에 마련해 둔 오피스텔과 상가에서도 임대료가 꾸준히 나올 것이고 퇴직금도 있으니 살아가는 데 큰 걱정은 없다.
 
먼저 퇴직한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보니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이제까지 은행원으로 생활하다 갑자기 기술 현장에서 일하기가 내키지 않았고, 또 본인이 기계치이기도 했다. 창업한 선배들을 만나보니 기를 쓰고 말리는 것이다. 또 섣부르게 창업했다가 몇 번 실패하고 아주 힘들게 생활하는 선배도 많았다.
 
아내와 상의하니 “당신 학교 졸업하고, 나와 결혼해서 아이들을 위해 너무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퇴직하고 지금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냥 쓰는 거 줄여서 살면 돼요. 이제부터 즐깁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황영석 씨 본인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스페인의 성지순례도 가고 싶고, 에베레스트 트레킹도 하고 싶고,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드럼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


아내 “이제 슬슬 다시 일자리 찾아봐야지”
먼저 아내와 미국 여행부터 다녀왔다. 국내 100대 명산 완주를 목표로 친한 친구들과 서울 근교 산도 다녔다. 사진은 미국 유타주에 있는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중앙포토]

먼저 아내와 미국 여행부터 다녀왔다. 국내 100대 명산 완주를 목표로 친한 친구들과 서울 근교 산도 다녔다. 사진은 미국 유타주에 있는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중앙포토]

 
먼저 아내와 미국 여행부터 다녀왔다. 국내 100대 명산 완주를 목표로 친한 친구들과 서울 근교 산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나름 열심히 지내고 있는데,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가 오고 간 거 같다. 처음에는 같이 놀자던 아내로부터 “이제 슬슬 다시 일자리를 찾을 때 되지 않았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이야기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역시 나이 50세가 넘어 취업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황영석 씨의 하루하루는 편치가 않다.
 
황 씨 사연은 취업이나 창업 등 생계를 위한 일자리보다는 퇴직 후 역할과 관련된 고민이다. 이 경우처럼 구직활동을 해봐야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이 없기 때문에 성과를 이루기 어렵다.
 
먼저 황 씨 본인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퇴직 전에 하던 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50세가 넘어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은행원 출신이라 제2, 3금융권으로 진출하는 방법도 있고 또 채권추심 등 관련된 업무가 있지만, 전직 지점장이라는 퇴직 적 타이틀이 부담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없으면 관련된 일이나 새로운 일을 배워 취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전직이라고 한다. 전직은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퇴직 전 직장생활 할 때만큼 대우를 받기도 어렵다.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직 활동을 해야 한다.
 
전직은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직 활동을 해야 한다. [중앙포토]

전직은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직 활동을 해야 한다. [중앙포토]

 
아니면 수입은 적더라도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이는 내 재능을 활용한 재능기부의 형태로 나타나는 데 사회공헌 지원사업, 해외봉사, NGO·NPO 같은 봉사단체나 사회적 기업에서의 활동 등이다.
 
또한 창업도 일과 관련된 대안이기는 한데,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창업자금은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으로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처음에는 대박을 꿈꾸면서 창업을 하지만 창업자의 절반이 3년 안에 망한다. 이렇게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창업한 사람들 투자한 퇴직금과 노후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결국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귀농·귀촌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귀농은 사회적 이민이라고 불릴 만큼 위험성이 크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귀농을 했다가  본인이나 가족이 정착하지 못해 역 귀농을 할 경우 그 집을 제값 받고 처분하기 어렵다. 귀농·귀촌 종합센터의 도움을 받으면서 적어도 100시간 이상 관련된 교육을 이수하는 등 차분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버킷리스트 만들어 여가 즐기는 것도 방법
일하지 않고 놀고, 즐기는 것도 은퇴생활을 하는 방법이라면 방법일 수 있다. 황영석 씨는 내심 이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 씨는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위해 먼저 한국의 100대 명산 완주를 목표로 몸은 단련하고 있다. 아주 좋은 선택이다.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좋다. 혼자 계획할 수 있고, 아니면 부부가 함께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수도 있다.
 
퇴직 후에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또 시간이 흐르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활동이 서로 융합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은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퇴직 후 나의 역할을 찾는 것이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zang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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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필진

[박영재의 은퇴와 Jobs] 잘나가는 광고인이었다가 IMF때 35세에 강제로 잘려 일찌감치 백수생활을 경험했다. 이른 나이에 험한 꼴을 당한 뒤 월급쟁이에 염증을 느끼고 PC방 창업, 보험설계사 등 자영업 세계를 전전했다. 지금은 저술과 강의를 통해 은퇴의 노하우와 정보를 제공한다. 좋아하는, 평생 할 수 있는 일, 평생 현역으로 사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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