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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금박 공예를 재미있는 현대미술로

중앙선데이 2018.10.27 02:00 607호 25면 지면보기
제12회 설화문화전 ‘포춘랜드-금박’전 가보니
사운던스 x 서동주 x 이현태’의 회전목마 작품 ‘시간이 금이다’(2018)가 설치된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로비

사운던스 x 서동주 x 이현태’의 회전목마 작품 ‘시간이 금이다’(2018)가 설치된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로비

서울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1층은 지금 사방이 금빛으로 번쩍번쩍한다. 이곳에서는 올해로 12회를 맞는 ‘설화문화전’이 펼쳐지고 있는데, 금년도 테마가 금박(金箔)이다. 금박은 금에 은을 약간 섞은 뒤 두들겨 아주 얇게 펴낸 것으로, 갖가지 문양으로 만들어 주로 왕실 예복 위에 새겨 넣는데 사용됐다. 이번 ‘포춘랜드-금박’전(10월 16일~12월 14일)은 전통 예술인 금박을 무형문화재와 현대미술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는데, 보기만 하는 작품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게 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황금빛 회전목마 인기  
큰길 쪽 시티 게이트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아티스트 프루프’가 만든 ‘복(福)길’이 펼쳐진다. 복을 부르는 길상의 의미가 담겨있는 금박의 문양을 형형색색 카펫에 새겨넣었다. 육중한 유리문을 밀면 마치 테마파크에 온 듯한 생각이 든다. ‘사운던스 x 서동주 x 이현태’ 작가의 황금빛 회전목마 작품 ‘시간이 금이다’ 때문이다. “회전목마의 운동성을 시간의 순환성과 금의 영원성에 빗댔다”는 이 작품에는 실제로 아이들이 탑승할 수 있고, 덕분에 로비는 ‘오리엔탈 판타지’ 가득한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관람객 등록을 하면 갖가지 체험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금박 종이를 잘라붙여 현란하게 만든 금색 링에 금색 복주머니를 던져 상품을 탈 수 있게 만든 ‘씨오엠’의 ‘행복행복’과 노란 색 펀치볼을 나란히 설치한 ‘푸하하하 프렌즈’의 ‘금까기’를 지나면 문 리의 의상 ‘골드 블라썸’이 걸려있다. 상상 속 한국 여왕의 이미지를 금박 문양이 박힌 예복과 이브닝 웨어로 만들어 허공에 걸어놓았다. 그 옆에 있는 ‘시지엔 이’의 ‘우리 옛 것에서 현대를 보다’는 모시 원단을 현대 스타일로 풀어낸 의상들이다.
  
2018 설화문화전에 나온 김덕환의 ‘홍원삼’과 김기호&박수영의 ‘면사 1,2’

2018 설화문화전에 나온 김덕환의 ‘홍원삼’과 김기호&박수영의 ‘면사 1,2’

그 뒤에 있는 공간이 이번 전시의 중심을 잡고 있는 전통금박공예공방 금박연의 자리다. 조선 철종 때부터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곳인데, 금박장 명예보유자 김덕환의 아들 김기호 중요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이 자신과 부친이 만든 ‘홍원삼’과 ‘면사 1, 2’를 바람벽에 시원하게 걸쳐 놓았다. 홍원삼(紅圓衫)은 왕비의 법복으로 순금으로 봉황을 시문하고 금박 용보를 단 옷이다. 면사는 머리부터 온몸을 덮어쓰는 일종의 사각형 보자기로 예식용으로 활용됐다.  
'쾅코믹스 x 부흐'의 ‘포춘카드’(2018)

'쾅코믹스 x 부흐'의 ‘포춘카드’(2018)

 
이와 함께 금실을 뽑아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둘셋’의 솜사탕 제작 코너 ‘허니테일 하이브’와 금박을 만화적으로 풀어낸 ‘쾅코믹스 x 부흐’의 ‘포춘카드’, 금박 문양이 새겨진 천을 두른 장승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해비턴트’의 미디어 설치 아트 ‘장승’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기간 중 무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문의 www.sulwhasooculture.com 02-6040-2400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2009 설화문화전 포스터

2009 설화문화전 포스터

2012 설화문화전 포스터

2012 설화문화전 포스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문화전’의 기원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잊혀져 가는 전통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계승하고자 4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모여 ‘설화 문화 클럽’을 결성했고, 우리 문화의 가치를 즐길 줄 아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설화 메이븐 클럽’을 만들어 문화 메세나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 발전 기금 마련을 위해 2006년 시작된 자선 행사 ‘설화문화의 밤’은 2009년 ‘설화문화전’이라는 명칭으로 본격화됐다. 
 
2015 설화문화전 포스터

2015 설화문화전 포스터

2014 설화문화전 포스터

2014 설화문화전 포스터

설화문화전은 전통과 현대의 균형과 조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통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전통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고, 전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했다. 2015년부터는 전통 설화를 주제 삼아 현대와의 접목도 시도했다. ‘백일홍 이야기’(2015), ‘견우직녀’(2016), ‘선녀와 나무꾼’(2017)이 그것이다. 설화문화전에서 나온 수익금은 어려움에 처한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원을 위해 쓰인다.  
 
2018 설화문화전 포스터

2018 설화문화전 포스터

설화문화전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기대와 자부심은 인삼 및 한방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雪花秀)가 표방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소명과 같은 맥락에 있다. 지난해 한국·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 시작했고 올해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지평을 넓힌 설화수의 사회공헌 캠페인 ‘뷰티 프롬 유어 컬처(BEAUTY FROM YOUR CULTURE)’은 전통 문화에 대한 지원을 세계로 넓혀 각국의 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통 문화에서 찾은 미학과 지혜는 설화수의 바탕이 되며, 나아가 설화수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가 재조명된다”고 설명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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