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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암스트롱이 달에 몰래 두고온 것은

중앙선데이 2018.10.27 02:00 607호 30면 지면보기
영화 ‘퍼스트맨’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의 장르는 오랫동안 공포물에 머물러 있었다. 영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SF 호러 시리즈로 꼽히는 ‘에이리언’의 영향이 컸다. 1979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대로 외계 생명체 에이리언이다.  
 
‘우주에서는 아무도 당신의 비명을 듣지 못한다’는 포스터의 문구대로, 우주로 나간 화물선이 한 행성에 불시착했다가 사람 몸에서 부화하는 에이리언의 습격을 받는다. 미지의 세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우주 공간의 폐쇄성은 공포물에 제격이었다. 혹은 ‘아마겟돈’(1998)처럼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행성을 격파하며,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우주를 그려내기도 했다.  
 
최근 개봉하는 우주 영화의 궤도는 조금 다르다. 미지의 세계에 발 내딛는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어찌보면 우주는 인간 본연의 고독함을 묘사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 한가운데 홀로 남은 인간의 고독함을 명징하게 그려낸 ‘그래비티’(2013), 화성 탐사 중 홀로 남은 과학자의 생존기를 담은 ‘마션’(2015)에 이어 지난 18일 개봉한 ‘퍼스트맨’은 아예 실화를 다뤘다.  
 
영화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디딘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1930~2012)의 이야기다. 당시 전세계 5억 명의 사람들이 그의 달 착륙 순간을 실시간으로 봤다. 암스트롱이 달에 첫걸음을 내딛으며 한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라라랜드’(2016)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재결합한 영화는 SF라기보다 다큐멘터리이고, 드라마에 가깝다.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이 달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 길고 어려웠던 실패의 과정을 조망했다.  
 
그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는 많다. 뇌종양을 앓던 어린 딸을 잃었고, NASA에 들어가기 전 미 항공우주산업체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일하며 동료들도 숱하게 잃었다. 테스트 파일럿은 어디에서 기체 결함이 생기는지 알기 위해 시험 비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NASA의 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도 이웃 간에 장례식은 끊이지 않는다. 불시착으로, 때로는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이웃이자 동료였던 비행사들이 죽어나갔다. 
 
이 무모한 도전에 대한 여론이 좋을 수 없다.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야 했던 탓에 반대 시위는 나날이 격렬해졌고, 암스트롱은 늘 기자회견장에 서야 했다. 성공보다, 늘 실패의 이유를 해명해야 했던 그를 향해 비수처럼 꽂히는 질문은 이랬다.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요.”  
 
암스트롱은 달 착륙 이후 신시내티 대학에서 공학 교수로 재직하며 사실상 은둔자 생활을 했다고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을 전혀 밝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살아생전 자신의 삶을 영화화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의 둘째 아들 마크 암스트롱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던 한 남자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아버지는 가장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각각의 상황을 살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옳은 방법을 찾아라’는 것이 아버지의 규칙이었다”고 소회했다.  
 
이런 과정을 조명한 덕에 지극히 개인적인 그러면서 굉장히 디테일한 우주 영화가 탄생했다. 그 무모한 과정의 기록이 여느 다큐멘터리 못지 않은 감동을 준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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