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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빛깔 '라 바야데르' 내 안에 담겼죠"

중앙선데이 2018.10.27 02:00 607호 8면 지면보기
13년 만에 전막 발레로 내한하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를 위해 내한한다. ⓒVladimir Fridkes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를 위해 내한한다. ⓒVladimir Fridkes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를 위해 내한한다. ⓒVladimir Fridkes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를 위해 내한한다. ⓒVladimir Fridkes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를 위해 내한한다. ⓒVladimir Fridkes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를 위해 내한한다. ⓒVladimir Fridkes

‘세기의 발레 여신’ 스베틀라나 자하로바(Svetlana Zakharova·39)가 온다. 발레리나로서 이상적인 비주얼과 빈틈없는 테크닉을 겸비한 자하로바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이탈리아 라스칼라 발레단 에뚜왈로 활약중인 ‘자타공인 세계 넘버원’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11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서는 그녀가 전막발레로 한국을 찾는 것은 2005년 볼쇼이발레단의 ‘지젤’ 이후 13년 만이다. 파트너를 맡은 볼쇼이 수석무용수 데니스 로드킨 또한 작년에 ‘라 바야데르’ 솔로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최고의 발레리노라 발레팬들의 기대가 더욱 높다. e메일로 미리 만난 자하로바도 한국 발레단과의 첫 협업에 대해 “유니버설발레단도 세계적 수준의 단체이기에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설렘을 전했다.
 
자하로바는 한국 나이로 불혹이지만 여전히 최고의 기량과 신체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Timur Artamonov

자하로바는 한국 나이로 불혹이지만 여전히 최고의 기량과 신체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Timur Artamonov

1979년생인 자하로바는 한국 나이로 불혹이다. 신체적 제약이 동반되는 발레리나로선 환갑에 가까운 나이. 2011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Vadim Repin·47)과 결혼해 딸까지 낳은 ‘엄마 무용수’지만, 테크닉 면에서나 피지컬 면에서나 당당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더욱 경이롭다. 하지만 그녀는 무용수로서 출산 경험이 핸디캡이 아니라 오히려 보탬이 되고 있다고 했다. “딸의 탄생은 제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달라졌죠. 내부적으로 많은 것들에 욕심내기를 포기하자 제 자신에게 더 자유로워졌어요. 느낌과 감정도 더 밝아지게 된 것 같구요. 그러니 공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죠.”
 
출산 전과는 제반 컨디션에 차이가 있을텐데,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공연 기간에는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좋은 컨디션’이란 단순히 육체적 측면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무용수로서 공연을 위한 관리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 스튜디오에서 종일 리허설과 테크닉 연습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실전 없이 최상의 신체와 마인드 컨트롤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무대에 서는 사람에게 무대 위에서 얻는 경험만큼 좋은 관리법은 없으니까요.”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2005년 ‘지젤’로 내한했을 당시와 지금의 자신을 비교할 수 있나요.  
“한국에서의 첫 공연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지젤’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죠.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는 저에게 항상 흥미로운 캐릭터에요. 학생 시절부터 ‘라 바야데르’ 를 늘 꿈꿔왔거든요. 그래서 니키아를 처음 맡았을 때부터 늘 이미지·감정선·테크닉·공연 스타일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어요.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죠. 2005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제가 발레리나로서 더 성장했고 인생 경험도 더해진 만큼, 이번에 연기하는 니키아에서 확실히 이전과 다른 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고전발레는 춤이 다 비슷하게 보이는데.  
“‘라 바야데르’는 가장 아름다운 클래식 작품 중 하나죠. 저는 이 작품을 일곱 버전 이상 춤췄어요. 버전에 따라 1막과 2막의 안무가 다를 수 있지만, 3막 ‘망령들의 왕국’에서 32명의 군무는 언제나 안무가들이 손을 대지 않는 원형 그대로죠. 가장 어렵고 힘들지만 또한 가장 아름다운 명장면이에요. 니키아도 상당히 다면적인 캐릭터예요. 1막에서 3막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나 무용수의 움직임 혹은 테크닉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그만큼 니키아 역을 맡은 무용수는 때론 섬세하게, 때론 격렬하게, 때론 묵직하고 비장하기까지 한 극한의 감정을 끌어내 무대 위에 오롯이 풀어놓아야 해요. 고난도 테크닉과 깊은 감정연기의 조화가 중요한 역할이죠.”  
 
남편 바딤 레핀과 함께 내년 내한 공연도
ⓒPierluigi Abbondanza

ⓒPierluigi Abbondanza

우크라이나 출신인 자하로바는 15세 때 최연소 참가자로 ‘바가노바 프릭스 콩쿠르(Vaganova-Prix Competition)’에서 2위를 차지해 명문 바가노바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엄격한 교수법으로 유명한 바가노바에서 개교 이래 최초로 월반을 한 우등생이었고,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1년 만에 18세 나이로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2003년 볼쇼이발레단으로 둥지를 옮겨서는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차례 수상했고, 올해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테크닉과 독보적인 유연성에 프로 23년차 연기 내공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어떤 장르와 스타일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정형미와 테크닉을 중시하는 고전발레에서 그녀의 진가가 가장 돋보이긴 하지만, 모던발레 프로젝트 ‘아모레’ 등 개인 활동과 남편 바딤 레핀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프리마 발레리나의 3대 조건은 신체조건, 테크닉, 연기력이다. 세기의 발레리나들이 대부분 이 조건은 갖추고 있지만 자하로바는 테크닉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감정연기가 자유로운 몇 안되는 발레리나이기에 고전 작품에 잘 어울린다”면서 “특히 감정표현이 관건인 ‘라 바야데르’에 현재 자하로바 이상은 없다”고 평했다.  
 
2018 월드컵 개최 축하 콘서트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운데),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오른쪽)와 함께 한 자하로바 [TASS=연합뉴스]

2018 월드컵 개최 축하 콘서트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운데),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오른쪽)와 함께 한 자하로바 [TASS=연합뉴스]

레핀과의 내한 공연도 머지않아 볼 수 있다. 세기의 예술가 커플로 통하는 이들의 협업 무대 ‘투 애즈 원(Two as One)’은 원래 2016년 내한 공연이 취소되었다가 최근 발표된 내년 롯데콘서트홀의 라인업 ‘월드뮤직 & 컨템포러리 시리즈’에 포함되었다. 내년 10월 26일과 27일 레핀의 연주에 합을 맞춘 자하로바의 춤을 만날 수 있다.  
 

발레는 앞으로도 대중예술은 될 수 없어요. 특정한 문화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극장에 와서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상을 잊고 미적인 쾌감을 느끼는 예술이죠.

 
지난 3월 볼쇼이 극장에서열린 브라보 인터내셔널 프로페셔널 뮤직 어워드에서 ‘아모레 프로젝트’로 ‘베스트 발레트로피’를 수상한 자하로바. 뒤는 시상자로 나선 배우 뱅상 카셀이다. [TASS=연합뉴스]

지난 3월 볼쇼이 극장에서열린 브라보 인터내셔널 프로페셔널 뮤직 어워드에서 ‘아모레 프로젝트’로 ‘베스트 발레트로피’를 수상한 자하로바. 뒤는 시상자로 나선 배우 뱅상 카셀이다. [TASS=연합뉴스]

러시아발레 양대산맥인 마린스키와 볼쇼이를 다 경험했는데, 양쪽에서 각각 뭘 얻었나요.  
“마린스키와 볼쇼이 외에도 라 스칼라, 파리오페라, ABT, 잉글리쉬 내셔널 등 많은 단체들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었어요. 제가 경험했던 모든 발레단은 각기 고유한 스타일이 있죠. 단체마다 파트너, 무대의상 등이 바뀔 수 있지만 저는 항상 제 자신을 유지합니다. 늘 새로운 테크닉을 연마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단체에 따라 저만의 스타일을 바꾸진 않아요.”
 
라 스칼라에서 스타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와의 환상의 조합으로 유명한데, 데니스 로드킨은 한참 어린 무용수네요.  
“데니스는 좋은 파트너예요. 정말 훌륭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죠. 우리는 많은 공연들을 함께 하면서 파트너로서 테크닉과 하모니뿐만 아니라 생생하고도 강렬한 감정들을 함께 해왔죠. 저와 데니스는 거리낌없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합니다. 제게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남편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레핀과의 협연에도 적극적이다. [사진 중앙포토]

남편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레핀과의 협연에도 적극적이다. [사진 중앙포토]

마린스키에서 한국인 무용수 김기민의 활약이 대단하다죠.
“김기민씨는 테크닉이 훌륭하죠. 가벼운 점프와 역동적인 회전이 뛰어난 좋은 무용수입니다. 이번에 고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가지기를 바래요.”  
 
최고의 위치에서 늘 꽃길만 걸어온 것 같지만 자신의 인생도 “회전목마처럼 기복이 있었다”고 했다. “구체적인 순간을 기억하긴 어렵지만 저 역시 힘들 때도 많아요. 공연 때도 매 공연 다른 식으로 힘이 들죠. 가끔 리허설 중에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어요. 심한 경우엔 모든 게 쓸모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계속 해야 하는지 회의마저 들죠. 그런데 고비만 넘기면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리는 편이에요.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있죠. 분명한 것은 그런 경험과 깨달음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되어준다는 거예요. 기쁘고 행복했던 경험은 제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요. 힘든 순간이든 기쁜 순간이든, 다양한 경험들은 모두 소중합니다.”  
 
지난 9월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연맹 알렉산더 고르쉬코프 회장(왼쪽)과 푸틴 대통령, 자하로바가 소치의 영재 아동 교육센터인 ‘시리우스’를 방문했다. [TASS=연합뉴스]

지난 9월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연맹 알렉산더 고르쉬코프 회장(왼쪽)과 푸틴 대통령, 자하로바가 소치의 영재 아동 교육센터인 ‘시리우스’를 방문했다. [TASS=연합뉴스]

그래선지 자하로바의 관심은 발레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발레리나인 동시에 정치인으로도 알려져 있는 것이다. 러시아 집권 여당 ‘통합 러시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고향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있어서도 푸틴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해왔고, 푸틴과의 친분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정치적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정치 활동을 하는 목적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하니 “이미 7년 전부터 국회의원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Timur Artamonov

ⓒTimur Artamonov

한국은 무용팬이 많지 않고 전통무용에 대한 관심도 미미한데, 러시아에서는 발레가 ‘국민 예술’이라죠.  
“글쎄요, 발레가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에요. 순수예술이자 엘리트 예술이죠. 그러나 그것이 발레의 매력입니다. 발레는 앞으로도 대중예술은 될 수 없어요. 특정한 문화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극장에 와서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상을 잊고 미적인 쾌감을 느끼는 예술이죠. 예전부터 그래왔고, 우리 시대에도, 미래에도 그럴 거예요.”  
 
글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유니버설발레단·[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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