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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수확한 음식 이웃과 나눠 먹는, 괴짜와 익살의 도시

중앙선데이 2018.10.27 01:00 607호 20면 지면보기
미국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 로비는 크리에이터들의 집합소이자 사랑방이다. [사진 여하연]

미국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 로비는 크리에이터들의 집합소이자 사랑방이다. [사진 여하연]

요즘의 젊은 여행자는 랜드 마크를 찍으며 여러 도시를 도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물며 현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추세 때문일까. 그야말로 라이프 스타일 하나로 뜬 도시가 있다. 요즈음 미국에서 뉴욕의 브루클린보다도 더 쿨한 곳으로 통하는 도시.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의 포틀랜드(Portland)다. 
 

힙스터의 성지 미국 포틀랜드

자유롭고 독립적인 문화 유지
도시 구호 “독특하게 놔두자”

소박하고 쿨한 라이프 스타일
젊은 예술가와 히피 모여들어

프랜차이즈 보다 로컬 브랜드
커피·맥주·와인, 최고의 물맛

2012년까지만 해도 한국인에게 포틀랜드는 나이키 본사가 있는 도시, 미국에서 백인 비율이 높은 도시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세계 유수의 여행 잡지는 다른 이유로 이 도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힙스터(Hipster)의 성지. 힙스터를 풍자한 미국의 인기 드라마 ‘포틀랜디아(Portlandia)’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다면, 이 낯선 도시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틀랜드는 ‘킨포크(Kinfolk)’ 매거진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킨포크 스타일’이라 불리는 소박하고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포틀랜드도 덩달아 떴다. 
 
 자본주의와 친하지 않은 도시
패달을 돌리며 맥주 투어를 하는 부르 사이클. 포틀랜드에는 이런 익살스러운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 여하연]

패달을 돌리며 맥주 투어를 하는 부르 사이클. 포틀랜드에는 이런 익살스러운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 여하연]

괴짜들이 모여드는 풍자와 익살의 도시, 각자 수확한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는 친환경 도시. 포틀랜드는 언뜻 상반돼 보이는 이 두 가지 색깔을 다 갖고 있다. 인구 65만여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를 유명하게 한 건, 포틀랜드만의 독립적인 라이프 스타일이다. 
 
1960년대 히피의 근거지이기도 했던 포틀랜드는 원래부터 자본주의와 친하지 않았다. 비주류 문화가 존중받고, 대기업보다는 소기업, 유니크한 로컬 문화를 사랑한다. 다운 타운을 조금만 걸어보면 여느 대도시에 도열한 대형 프렌차이즈 상점이 현저하게 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크래프트 맥주, 독립 커피, 아웃도어, 오가닉 제품 등으로 요약되는 힙스터 문화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포틀랜드는 친환경 도시답게 거리에 자전거가 많다. [사진 여하연]

포틀랜드는 친환경 도시답게 거리에 자전거가 많다. [사진 여하연]

포틀랜드의 슬로건은 ‘Keep Portland Weird’ 다. 포틀랜드를 독특하게 유지하자? 도시의 모토처럼, 포틀랜드 사람은 옷차림부터 심상치 않다. 유명 셰프도, 가게 점원도, 지나가는 사람 대부분이 타투를 하고 있다. 홈리스조차 빈티지 레이어드 룩을 멋지게 소화한다. 포틀랜드에는 미국의 여느 대도시처럼 그럴싸한 랜드 마크도 없다. 다운 타운은 여느 대도시와 달리 나무가 빼곡하고, 자전거 이용자가 많다. 
 
 포틀랜드 스타일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 파월 북스. [사진 여하연]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 파월 북스. [사진 여하연]

다운 타운에서 걸어서 15분 걸리는 웨스트엔드는 가장 포틀랜드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포틀랜드의 랜드 마크로 불러도 손색없을 ‘에이스 호텔’과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 ‘파월 북스(Powell’s Books)’가 자리하고 있다. 
 
포틀랜드 사람은 ‘지극히 포틀랜드스러운’ 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Very Portland”라고 말하는데, 이 두 곳은 이 문구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라 할 만하다. 에이스 호텔 로비의 커다란 테이블은 크리에이터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호텔 예약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1층에 위치한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에서 커피를 사서 로비에 앉아 호텔을 감상만 해도 좋다. 
 
파월 서점은 71년 문을 열었다. 2000평(약 6600㎥)이 넘는 규모에, 보유한 책만 400만 권이 넘는다. 중고 책 숫자도 엄청나다.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고 다 읽으면 서점에 되팔 수 있다. 큰 도서관에 온 듯 편안하다. 
 
에이스 호텔 건너편, 나이트클럽을 개조한 쇼핑몰 ‘유니언 웨이’에는 대너 부츠(Danner Boots), 윌(Will)’ 등 로컬 브랜드 스토어가 모여 있다. 포틀랜드에서 좋고 멋진 것은 대부분 ‘메이드인 PDX(포틀랜드 애칭)’다. 
포틀랜드 다운 타운의 파이어니어 코트하우스 앞 거리. [사진 여하연]

포틀랜드 다운 타운의 파이어니어 코트하우스 앞 거리. [사진 여하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싶으면 노스웨스트 23번가로 향한다. 빅토리아풍의 우아한 주택이 늘어선 부자 동네에 레스토랑·카페·부티크 등이 모여 있다. 노스 미시시피 애비뉴는 젊은 예술가와 히피가 모여 산다. 포틀랜드가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꾸준히 독립 문화를 만들어온 터줏대감이 이 동네에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다. 
 
 무엇을 먹어야 할까? 
포틀랜드에서는 크래프트 비어를 마셔야 한다. 펍 로그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사진 Rogue]

포틀랜드에서는 크래프트 비어를 마셔야 한다. 펍 로그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사진 Rogue]

‘포틀랜디아’의 주인공은 레스토랑에서 자신이 먹을 닭이 어느 농장 출신이고, 농장의 면적이 얼마인지까지 확인한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이 지역의 제철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고집한다. 그래도 포틀랜드에서는 먹는 것보다 마시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 물이 좋기 때문이다. 미네랄 함유량이 많고 산도도 적절해서 커피·맥주·와인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스텀프타운을 비롯해 워터 애비뉴, 코아바, 바리스타, 파이브 포인츠 등이 포틀랜드의 독립 커피다. 
 
‘맥주 덕후’에게 포틀랜드는 천국과 같다. 포틀랜드에는 약 65개의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있다. 미국에서 인구 대비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가장 많은 도시다. 브리지포트(Bridgeport), 드슈츠(Deschutes), 로그(Rogue) 등 매일 저녁 다른 브루어리를 찾는 재미가 있다. 커피와 맥주, 와인 그리고 사람들과 사람들이 만든 문화까지, 포틀랜드는 그야말로 ‘물’ 좋은 도시다.
 
여행정보
  그래픽=박춘환 기자

그래픽=박춘환 기자

포틀랜드는 미국 오리건주 북서쪽에 있다. 면적 376.5㎢로 오리건주 최대 도시이기도 하다. 월러맷강 양쪽 연안을 개발하면서 친환경 도시로 발전했다. 도심에서 8.9마일(약 14㎞) 떨어진 비버튼(Beaverton)에 나이키 본사가 있다. 한국에서 직항은 없으며 보통 시애틀을 경유한다. 시애틀에서 포틀랜드까지 비행기로 약 50분 걸린다.  
 
 여하연 더 트래블러 편집장 hani73@nate.com
 여행&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 트래블러’의 편집장.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여기며 매달 어디론가 떠나거나 떠날 준비를 한다. 여행지에서 로컬 맥주를 마시며 골목 구경,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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