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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여직원 날아간 구두 집어온 톰 크루즈 “Are you OK?”

중앙선데이 2018.10.27 01:00 607호 21면 지면보기
 호텔리어J의 호텔에서 생긴 일 : VIP와 호텔② 스타 
 그래픽=이정권 기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VIP와 호텔’ 두 번째 이야기는 스타, 즉 연예인이다. 호텔과 가장 어울리는 직업은 역시 연예인이다. 화려한 그들의 모습은 화려한 특급호텔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에피소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훈훈한 미담도 있고, 어처구니없는 소동도 있다. 부정적인 사례인 경우 부득이 익명을 사용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하나 더. 호텔이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들이고 때로는 불이익까지 감수하며 VIP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들 덕분에 호텔의 명성과 신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호텔은 고객에 의해 수준이 결정된다. 이 명제는 당신에게도 유효하다. 당신이 이용하면 당신의 호텔이 되는 것이다. 
 
 샐러드용 아몬드 개수도 지정한 모델  
 그래픽=이정권 기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연예인이라고 다 같은 연예인이 아니다. 연예인도 장르에 따라 호텔이 긴장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호텔리어에게 가장 까다로운 연예인은 공연을 위해 내한하는 외국 가수다. 그들에게 목 상태는 생명과 같은 것이어서 호텔 서비스도 고객의 목 상태에 초점이 맞춰진다. 
 
가수라면 모두 습도에 예민하다. 객실에 가습기가 몇 대가 있어야 하며, 정확히 어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따지는 가수도 있다. 에어컨 성능과 객실 온도도 필수 확인 사항이다. 생수 온도도 따졌던 가수가 있다. 영국 가수 스팅이다. 스팅은 자신이 마시는 생수의 온도를 일정하게 맞춰 달라고 요청했고, 스팅이 머무는 동안 호텔 직원들은 온도계를 갖고 다니며 생수 온도를 쟀다. 반면에 스팅은 만찬에서 한 병에 200만원짜리 와인을 주문해 호텔을 기쁘게 하기도 했다. 
 
유럽의 여성 가수 A는 정말 까다로웠다. 자신이 원하는 꽃의 종류와 색깔은 물론이고 그 꽃을 객실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지도 미리 통보했다. 하루 세끼 식단과 주요 메뉴, 생수와 음료의 종류도 포함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는 욕실 어메니티를 전혀 손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비누고 샴푸고 피부에 닿는 제품은 자신이 갖고 온 것만 사용했다. 
 
가수 못지않게 호텔리어를 피곤하게 하는 직업이 있다. 모델이다. 가수에게 목이 중요하듯이 모델에게는 몸이 중요하다. 따라서 호텔 주방에 비상이 걸린다. 한 유명 모델은 방한 전에 4장짜리 문서를 보내왔다. 문서는 음식이나 재료 명단이 아니었다. 레시피였다. 이 샐러드에는 어떤 오일을 얼마나 써야 하며, 아몬드는 몇 개를 넣어야 하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요즘엔 뜸해졌지만, 방한 모델의 병원 방문을 도와주기도 했다. 솜씨가 좋다는 피부과를 수배해 알려줬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병원을 예약하고 들어오는 사례가 늘어 일손을 덜었다. 방한 모델의 화장품 쇼핑을 돕는 건, 호텔리어가 은근히 반기는 서비스다. 모델이 건네는 쇼핑 리스트에는 제품 번호도 적혀 있다. 놀랍게도 대부분이 한국 화장품이다. 리스트 그대로 화장을 따라 하는 호텔리어가 여럿 있다. 
 
호텔 직원이 ‘문 워크’를 하며 스위트룸 문을 열어 마이클 잭슨이 웃음을 터뜨렸다는 일화는 VIP를 응대하는 일종의 레전드로 통한다. 호텔은 서비스를 판다.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
호텔리어 입장에선 배우가 제일 고맙다. 배우는 대체로 친절하고 매너가 좋다. 홍콩 배우 서기(舒淇)가 객실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긴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막상 호텔에서는 유쾌한 태도를 유지했다. 
 
할리우드 배우가 방한할 때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 개봉 앞둔 영화를 홍보하러 들어오면 극장과 가까운 호텔이 우선순위에 오른다. 여의도 IFC몰에 자리한 콘래드 호텔에서 할리우드 영화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린 까닭이다. 할리우드에는 매니저끼리 어느 나라는 어느 호텔이 좋다는 리스트가 돈다고 한다. 각자의 경험을 공유한, 일종의 ‘족보’인 셈이다. 족보에 오른 호텔이 글로벌 체인 호텔 중심이라는 게 한계라면 한계다. 
방한한 할리우드 스타와 기념사진을 찍은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구유회 부장. 사진 배경이 된 장소가 주방이다. [사진 안나푸르나]

방한한 할리우드 스타와 기념사진을 찍은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구유회 부장. 사진 배경이 된 장소가 주방이다. [사진 안나푸르나]

호텔리어가 사랑하는 정치인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라면, 호텔리어가 사랑하는 할리우드 스타는 단연 톰 크루즈다. 톰 크루즈가 그랜드하얏트 서울에 머물렀을 때 일화다. 톰 크루즈가 탑승할 차량을 준비하던 한 여직원이 그만 톰 앞에서 넘어졌다. 얼마나 세게 넘어졌는지 구두가 멀리 날아갔다. 호텔 직원들이 일순 동작을 멈췄을 때, 톰이 얼른 달려가 구두를 가져왔다. 그리고 건넨 한마디. “Are you OK?” 이날 이후 톰 크루즈는 “톰 왕자님”으로 통했다. 
 
톰 크루즈가 등장하는 미담은 넘친다. 톰은 기념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고, 호텔 아이스링크에서 다른 고객과 어울려 스케이트를 탔고, 주방 직원이 초콜릿 맛을 봐달라고 하자 기꺼이 응했다. 영화 홍보를 위한 행사장에서는 책상이나 의자를 손수 날랐다. 호텔에서 이동할 때는 다른 고객의 불편을 우려해 직원 출입구를 이용했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홍콩 스타 청룽(成龍)과 저운루파(周潤發)도 경호원 없이 호텔을 활보하지만, 톰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특급 스타가 방한하면 호텔에 사전 통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함께 전달된다. 이것저것을 해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인데, 정반대의 요청을 한 스타가 있었다. 최근에 내한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다. 밥 딜런이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에 요청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제발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 밥 딜런은 환영 행사는 물론이고 객실에 꽃이나 선물을 두는 것도 사양했다. 노벨상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닌가 보다. 
 
 룸서비스 시켜 먹고 달아난 걸그룹도
 그래픽=이정권 기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스타는 자유분방하다. 호텔에서도 그들은 거리낌 없이 행동한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아이리시 펍 제이제이 마호니스에는 전설의 두 스타가 전해온다. 클럽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 바로 공항으로 떠난 브루스 윌리스와 흥을 주체하지 못해 무대에 뛰어올랐던 패리스 힐턴이다. 
 
DJ나 힙합 가수가 투숙하면 호텔은 일단 긴장한다. 객실에서 종종 밤샘 파티를 벌이기 때문이다. 유명 DJ일수록 객실에서 은밀한 파티를 즐긴다. 밤에는 룸서비스가 수시로 투입되고, 낮에는 하우스키핑팀이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역을 치른다. 그들의 흥청망청 파티가 한편으로는 고맙다. 미국의 한 유명 래퍼는 호텔이 보유한 돔 페리뇽 샴페인을 모두 주문했다. 참 고마운 일이다. 
 
매직 존슨을 비롯한 NBA 농구선수들이 방한했을 때 일화다. 호텔 주방이 정성껏 만찬을 준비했는데 그들이 주문한 건 OO브랜드의 치킨과 콜라였다. 호텔 셰프가 만드는 치킨은 사양했다. 호텔과 기획사 직원들이 일대 치킨집을 뒤져 거인들을 위한 엄청난 양의 치킨을 대령했었다. 
 
몇몇 국내 연예인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한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마음에 안 든다며 주먹을 휘두른 연예인, 컴플레인을 한다며 여직원을 객실로 부르는 연예인 등이 관리 대상이다(누구누구인지 호텔리어들은 다 안다). 
 
호텔에서 화보를 촬영할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여자 연예인은 언제나 지각한다. 평균 2시간은 늦는 것 같다. 늦게 와서는 한다는 말이 “몇 시까지 가야 하니 서둘러 주세요”다. 다른 고객의 투숙이 예정돼 있어 촬영장으로 쓰인 객실을 비워야 하면 호텔리어는 발을 동동 구른다. 한 여성 아이돌 그룹은 화보 촬영 중에 룸서비스를 주문해 실컷 먹고 그냥 가버리기도 했다(몇 달이 걸려 다 받아냈다). 물론 촬영에 성실히 임하는 스타도 있다. 지진희와 배두나는 늦은 적이 없고, 촬영장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스타는 대부분 매너가 좋다. 수입 생수에 목욕한다는 둥 해외 토픽에 나오는 이상 행동은 실제로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그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다른 호텔은 비싼 샴페인은 있지만 알아서 저를 챙겨주지는 않아요. 저는 당신의 그 터치를 기억합니다.’ 미국으로 돌아간 패리스 힐턴이 호텔에 보낸 감사 편지다. 호텔리어는 이 맛에 산다. 
 
 호텔리어J talktohotelierJ@gmail.com        
 특급호텔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호텔리어. 호텔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일화를 쏠쏠한 정보와 함께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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