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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30일 강제징용 판결, 한·일 관계 대형 폭탄 터지나

중앙선데이 2018.10.27 00:32 607호 6면 지면보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한 강제징용 판결을 6일 앞둔 2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관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한 강제징용 판결을 6일 앞둔 2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관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일제 강제징용자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을 한다.
 

1·2심 기각 → 파기 환송 … 18년 논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 소멸 여부가 쟁점

한·일 과거사에 재판거래 의혹까지
미·중 등 국제사회도 결론 주시

배상 인용 땐 끝없는 한·일 갈등
파기하면 국내 강력한 여론 역풍

2000년 소 제기 이래 18년 만의 결론으로, 그 사이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 한·일 정부가 얽혀 1·2심 기각(2007~2009년)→대법원 파기·환송(2012년)→환송심 배상 판결(2013년)→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올 7월)란 과정을 거치며 강제징용 판결은 한·일 관계의 ‘뇌관’이 됐다.
 
여기에 과거사와 피해자 보상 등 한·일 관계, 국내법과 국제법의 충돌 이슈 등이 뒤엉켰다. 최근엔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에 재판을 늦추도록 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까지 더해졌다. 미국·중국 등 국제적인 관심사도 됐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 출범 이후 대법원의 성향이 바뀐 데다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어떤 결론을 낼지 오리무중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① 1965년 한·일 협정과 보상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엔 양국 정부 간의 청구권만 아니라 양국 국민(법인 포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고 돼 있다. 당시 일본이 “피해자 개인에 대해선 일본이 직접 지불하는 건 어떤가”라고 물었으나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후 한국 안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개인청구권의 보상 주체가 한국 정부란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이는 72년 중·일 공동성명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전쟁 배상의 청구를 포기한다고 규정해 중국인 개인의 청구권이 포기되었는지는 논쟁으로 남았다.
 
박정희 정부는 70년대 대일민간청구권 신고를 받고 보상금을 지급했다. 신고 건수 10만9540건 중 8만3519건에 대해 91억8769만원을 보상했다. 이 중 인명은 8522명에게 25억6560만원이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② 개인들의 소송 제기
 
2000년 5월 국내에서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시작됐다. 박창환씨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시초다. 1997년 여운택씨 등이 일본에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1965년 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최종 패소 판결했다. 박씨 등의 국내 소송도 초반엔 청구인들이 패소했다.
 
외교부는 이 과정에서 “65년 협정 체결 이래 개인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8월 국무총리 산하 한·일회담 문서 공개 민관공동위에서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에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도 포괄적으로 감안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일도 있다.
 
이 무렵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특별법이 제정됐고 2008~2015년 강제징용 피해자 22만여 명이 정부에 피해신고를 했다.
 
 
③ 2012년의 대법원 인용 결정
 
2012년 5월 대법원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박씨 등의 소송과 여씨 등의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강제동원은 타국민에 대한 감금 등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1965년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는 취지다. 2013년 파기환송심에서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곧 후지코시·요코하마고무·스미토모석탄광업·히타치조센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이었고 하급심 법원은 2012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따라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④ 일본의 반발과 박근혜 정부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13년 7월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이 재상고했다. 이 무렵부터 강제징용 재판은 한·일 간 쟁점이 됐다. 게이단롄 등 일본 경제 3단체가 “일·한 양국 간의 무역투자 관계가 냉각되는 등 양호한 일·한 경제 관계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의중도 작용했다는 게 한·일 관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청한 지한파 일본인은 “총리실에서 직접 주한 일본대사관에 연락해 진척상황을 챙길 정도”라고 전했다. 공교롭게 이 해부터 일본의 투자가 크게 줄었다. 2012년 외국인 직접 투자액 중 일본 비중이 27.9%이었던 게 이듬해 18.9%로 줄어들었고 올해 5%대로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3년 9월 외교부가 대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일 협정이란 국제법에 대한 대법원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국가적 중대판결에 대해 정부 의견을 사전에 청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외교부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2015년 1월 28일 민·형사 소송규칙을 개정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2016년 9월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외교부를 찾아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고 외교부는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상정하는 근거가 됐다.
 
외교가와 법학계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판결을 지지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물밑에선 비판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이근관 서울대 교수는 2013년 논문에서 “개인의 인권 존중이란 원칙에 입각한 것이지만 국내법적 사고를 무비판적으로 국제적인 차원에 투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며 “한국 사법부가 외교 문제, 특히 한·일 간의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사법 자제의 원리에 비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국제법적 사안이기도 한 것을 지나치게 국내법적 시각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본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개인 청구권이 한·일 협정에서 해결됐다는 게 한·일 정부 간 국제법적 함의”라며 “우리가 경제자금이 필요해 그 몫(개인청구권)까지 달라고 했다. 결국 우리 국가와 피해자 사이의 문제가 더 큰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제법 교수도 “대법관들이 한·일이 어떤 논의를 거쳐 어떤 방식을 통해 결론냈는지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판결문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 목소리들이 공론화되긴 어려운 구조다. 이른바 ‘친일 프레임’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이런 걸 다 알지만 공개적으로 얘기했다가 죽는 게 아니냐는 게 있다. 침묵의 나선”이라고 했다.
 
⑤ ‘재판거래’ vs ‘정당한 의견개진’
 
가뜩이나 미묘한 재판에 ‘재판거래’ 의혹까지 맞물렸다. ‘적폐청산’의 김명수 사법부 버전이다. 법원 내 움직임이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외교부와 법원행정처의 움직임이 2014년 하반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실장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종섭 행자부 장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논의된 방향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전직 외교관은 “강제징용 건은 국가이익을 위해 행정부의 입장을 법원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교 당국자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외교 문제에선 행정부의 견해를 대체로 따른다”고 말했다.
 
 
⑥ 판결 이후
 
이처럼 미묘한 정황 속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정을 한다. 만일 환송심 결정을 파기한다면 대법원으로선 강한 국내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순 있다. 대신 한·일 관계는 한숨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한·일 관계에 ‘폭탄’이 터지는 격이다. 아베 정부는 이미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권이 자동발동되긴 어렵다. 지구전이 벌어질 수 있다.
 
다른 조치도 가능하다. 한 국제법 전공 학자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으니 일본이 한국에 대해 지고 있는 국제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론한 게 한·일 간 투자보장협정이다.
 
일본 기업들이 피해를 봤다면 워싱턴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나 유엔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등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 전문가는 “강제분쟁 절차로 3년 안에 결론난다”며 “우리가 이길 가능성도 있지만 분쟁이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로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신각수 전 일본 대사는 “만일 대법원에서 배상 쪽으로 판결 난다면 과거사 문제는 네버엔딩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중국 등도 주시한다고 한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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