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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면접’ 족집게 과외 1시간 60만원, 효과 있을까

중앙선데이 2018.10.27 00:20 607호 8면 지면보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24만원 vs 3360만원 vs 1억1700만원’.
 

강남에 삼성 입사 컨설팅 성행
“합격에 도움 되면 아깝지 않아”

전·현직 임직원들 고개 갸우뚱
“벼락치기론 직무면접 준비 미흡”

가운데 숫자는 우리나라 월급쟁이의 평균 연봉이다. 첫 번째 숫자는 월급쟁이(1774만 명)를 연봉 순서대로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선 사람이 1년간 벌어들이는 돈이다. 마지막은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이다. 남자 직원은 1억27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입사가 ‘변호사 자격증보다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 1년에 버는 돈 차이가 이 정도다. 20년 다닌다 치면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과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게 삶의 질을 다르게 만든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입사 합격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한국 사교육 시장의 대응력은 광속도에 버금간다. 수요가 있으면 바로 공급이 생긴다. 2~3년 전부터 서울 강남 일대에 대기업 면접 학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과 인사팀 출신이 함께 하는 취업 면접’이라고 광고하며 컨설팅 비용으로 최고 시간당 60만원을 받는 곳도 등장했다. 지난 23일 만난 이 학원의 김모 원장은 “삼성전자에서 20여 년 이상을 근무한 컨설턴트들이 1대 1 맞춤 상담을 해 준다”며 “부담스러운 금액이긴 하지만 컨설팅을 통해 합격에 도움만 된다면 아깝지 않은 돈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취준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찍어낸 듯한 면접 스킬을 가르치는 게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면접 일반론을 가르치는 다른 학원들과는 달리 삼성전자에서 채용 과정에 참여했던 인력들이 컨설팅을 맡는다고 한다. 삼성전자에서 주로 인사 업무를 20여 년간 담당하다 지난 2014년에 퇴직했다는 A컨설턴트는 “다른 곳은 인성(임원)·직무역량·창의성면접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심지어 몇 명이 들어오는지조차 모른다”며 “면접의 디테일을 아느냐 모르냐에부터 면접에 임하는 수강생들의 자신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용절차가 매년 같은 식으로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전직 삼성전자 출신이다 뿐이지 현재 채용에 관여하는 인물은 아니다. 만약, 전관예우 차원에서 채용 관련 정보가 사설 업체에 세어 나간다면 공정한 경쟁에 방해가 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인사 담당자는 “채용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외부에 그 어떤 정보도 새나가지 않는다”며 “전직 인사들이 학원을 차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거야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인 거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인사 담당 보안이 철저한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인사 쪽에는 절대 연락을 안 한다”며 “다른 업무를 맡은 동료나 후배들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조각조각 채용 관련 정보를 입수해 퍼즐 맞추는 식으로 면접 트렌드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해외 마케팅과 세일즈를 20여 년간 담당했던 또 다른 컨설턴트 B씨는 “디테일한 트렌드는 바뀔 수 있어도 ‘삼성맨’이라는 정체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삼성맨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는 삼성맨이 가장 잘 아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시간당 60만원짜리 족집게 과외가 취업에 도움이 될까. 삼성전자 홍보 담당자는 “도움이 된다고 해도, 안 된다고 해도 결국 회사가 욕 먹는 일”이라며 “우리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인재상(끊임없는 열정으로 미래에 도전하는 인재, 창의와 혁신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 정직과 바른 행동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인재)을 보내주며 “우리는 그런 인재를 채용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서 2016년까지 2년간 인턴·대졸·경력 등 수십여 차례 채용 면접에 참여한 한 부장급 관계자는 “안 받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60만 원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며 “특히, 직무면접은 전공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학원에서 족집게로 하루 준비한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에 따르면, 직무역량면접의 경우 해당 업무와 관련한 전공 지식을 묻는다. 면접관은 모두 석사 학위 이상의 전문가이며 전공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은 이상 답하기 어렵다. 단 몇 명의 컨설턴트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가끔 지원자들 중에 비슷한 자기 소개서를 내거나 외워온 듯한 정답을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100% 학원에서 가르쳐준 케이스”라며 “갈수록 일자리가 양극화되고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니 취준생들의 절박한 심정을 노리고 이런 고액 학원이 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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