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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은 하노버, 친정은 서울 … 출퇴근 하듯 바쁘게 삽니다”

중앙선데이 2018.10.27 00:20 607호 11면 지면보기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결혼한 김소연 대표
지난 5일 베를린에서 결혼식을 올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오른쪽)와 슈뢰더-김소연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가 25일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제17차 한독포럼에 참석했다. [사진 슈뢰더-김소연]

지난 5일 베를린에서 결혼식을 올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오른쪽)와 슈뢰더-김소연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가 25일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제17차 한독포럼에 참석했다. [사진 슈뢰더-김소연]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지난 5일 베를린에서 결혼식을 올려 독일에 ‘시댁’을 두게 된 프라우(Frau) 슈뢰더-김소연의 신혼생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의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결혼을 전후해 슈뢰더 전 총리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주요 지도자들을 만나고 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오스트리아를 찾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빈방문 리셉션에도 참석했다. 슈뢰더 전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절친’ 사이로 알려져 있다. 2007년 4월 한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았던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전 대통령과는 말을 놓고 지내는 친구 사이가 됐다. 독일에서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오기 직전에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개최된 비즈니스 서밋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슈뢰더-김소연 대표는 “남편의 일정에 동행하면서 세계 정상들과, 유럽 지도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다”며 “그런 기회를 통해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그속에서 한국과 한반도 정세가 갖는 중요성과 위상, 그들의 시각에서 보여지는 한반도 상황 등에 대해 느끼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대전에서 열린 제17차 한독포럼에 독일 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슈뢰더-김소연 대표를 만났다.
 
 
슈뢰더 전 총리 동행, 전 세계 지도자 만나
 
신혼여행지에서 시민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있는 슈뢰더 부부. [사진 슈뢰더-김소연]

신혼여행지에서 시민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있는 슈뢰더 부부. [사진 슈뢰더-김소연]

먼저 슈뢰더 전 총리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한국과 독일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독일과 한국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고, 양국 관계에 부담이 되는 역사가 없어서 항상 우호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저희의 인연이 더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다녀왔나요.
“남편은 독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몰디브 등을 신혼여행지로 제안했습니다. 저는 구동독 지역의 도시로 신혼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독일적인 것이 오히려 가장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동독 지역인 작센 주는 최근 극우주의 테러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 지역이 이런 극단주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문화유산과 전통을 가진 지역이라는 것을 재발견하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독일인들도 ‘한독 슈뢰더 부부’에 많은 축하를 보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드레스덴과 바이마르 등을 방문했는데 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이 우리의 손을 잡고 ‘축복한다’고 말해 줄 때 감동을 받아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바이마르 거리에서는 우리가 지나가자 운전하던 사람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를 보내 주기도 했습니다. 구동독 지역의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과 테러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외국인 부인을 맞이한 슈뢰더 전 총리에게, 그리고 외국인인 저에게 따듯한 행운의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그곳 주민에게 행운의 ‘말발굽’을 선물 받기도 했고,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일어서는데, 우리 근처에 앉았던 누군가가 우리 밥값을 대신 치르고 가기도 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남편과 사진 찍기를 요청하거나 사인 받기를 원하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우리는 그런 시민들의 요청을 일일이 다 들어주었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사람들은 SNS에 올리고, 그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양국 민간 교류에 큰 역할을 해 온 한독포럼의 의미도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한독포럼의 멤버들은 2002년 창립 때부터 함께한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들인데, 매년 만나 양국 현안을 토론하고 양국 정부에 보내는 제안보고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거듭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포럼은 양국 간의 협업 시너지를 높여 상호 경쟁력을 제고하고, 전문가들 간의 인연의 끈을 더 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기념촬영. [사진 슈뢰더-김소연]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기념촬영. [사진 슈뢰더-김소연]

한독협회(회장 김영진)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시형), 독한포럼(공동대표 하르트무트 코쉭)이 공동 주최한 올해 한독포럼은 24~26일 대전에서 열렸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 안보질서의 변화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으며 집약된 정책 건의는 양국 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특히 양국 청소년 교류인 한독 주니어포럼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4년 받은 서울 평화상 상금을 기증해 큰 관심을 끌었다.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로 한독 교류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맡게 됩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가장 큰 도전은 일과 가정의 양립입니다. 말하자면 시집을 독일로 가게 되어 하노버에서 서울로 장거리 출퇴근하듯 살고 있는데, 그 자체로서도 한독 교류의 최전선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그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양국 관계에서 연결고리를 더 잘 이어주고, 상호 시너지가 나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독일에 있으면 한국이 친정인데, 친정 일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남편인 슈뢰더 총리도 한국으로 장가를 오게 된 셈입니다. 제가 그러하듯이 처가인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관심을 갖고, 독일과 한국이 더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애쓰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 한국과 독일의 장거리 출퇴근이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고, 기꺼이 이 길을 계속 가고자 합니다.”
 
NRW 경제개발공사의 한국대표부는 한국 기업이 독일에 진출하여 독일과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과정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김 대표는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독일·유럽 전문가가 모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비영리기관인 우리 대표부는 그런 기업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비록 독일 주정부 기관 소속이기는 하지만 독일과 한국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슈뢰더 부부가 결혼식에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왼쪽) 부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슈뢰더 부부가 결혼식에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왼쪽) 부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은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중소·중견기업이 세계 최강을 자랑합니다. 대기업 위주의 한국이 매우 부러워하는 기업 생태계인 것 같습니다. 독일 중소·중견기업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독일이 강한 중소기업을 갖는 경쟁력의 원천은 혁신 집약도, 전문기술인력 확보, 안정된 노사관계 등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가족기업구조, 전문 분야의 특화된 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중소기업들, 효율적인 사회적 인프라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독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소·중견기업의 역할과 지원과제’라는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가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배울 점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11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언론에 크게 회자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브랜드화되기 이전에 이미 개별기업, 업종별 협회, 산업 클러스터 차원에서 제조업 혁신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독일정부는 이를 발전시켜 2014년 신하이테크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디지털화, 지속가능한 경제와 에너지, 혁신 창출 노동, 건강한 삶, 스마트한 교통과 수송, 안전 확보 분야에 있어서 종합적인 연계성에 기초하여 준비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 기업 중 바스프(BASF)는 범용 화학 비료 및 염료사업은 철수하고, 전기차용 2차 전지분야 진출함으로써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콘티넨탈의 경우 자세제어장치 등 스마트카 시스템과 핵심센서를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은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한 ‘ARENA2036’ 추진에 프라운호퍼, 슈트트가르트대학, 보쉬, FARO, 지멘스, 바스프 등 15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협력 추진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점은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이 참고할 사항입니다.”
 
 
한·독 교류 증진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실천
 
슈뢰더 총리께서는 김 대표가 지금 하는 일에 여러 가지로 외조를 아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매우 잘 도와주십니다. 우선 제가 하는 일을 존중하고, 신문기사 등을 읽다가 정부의 기업지원 정책이나 기업들의 투자동향이 나오면 스크랩하여 전해 주기도 합니다. 또한 남편이 경제분야의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서 수시로 경제동향과 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해 일상적으로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인데, 이런 대화 자체가 서로의 일에 도움이 됩니다. 당연히 저도 내조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남편은 국제 비즈니스 컨퍼런스의 연사로 초청을 자주 받는데, 한국과 중국에 대한 정치, 경제 분야에 대해 유럽 시각에서 알기 어려운 정보나 문화적 측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말하자면 저희 부부는 서로 각자가 속한 나라와 대륙의 인사이더로서 내부 소사이어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 수 있는 지점에 있는 셈입니다.”
 
한독 양국 교류 증진과 협력 증대를 위한 ‘슈뢰더 부부’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남편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의 일상은 대화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대화의 상당 부분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함께 살아갈까’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계획은 아직 진행형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말하기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저희 부부의 계획을 들려드리는 것보다 작은 일이라도 보여 드리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대전=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김소연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독어학, 경제학, 일본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를 맡고 있으며 기업자문회사 유라시아 파트너즈 대표이사다. 한국 대통령의 독일 국빈방문 때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의전 수행 및 한·독 간 주요인사를 통역했다(김대중·이명박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 대통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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