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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재 사회·기업에 이득 … 노르웨이 경제 기여도 41년간 4511조

중앙선데이 2018.10.27 00:20 607호 16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마리 타이겐 소장

마리 타이겐 소장

15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장사 이사회 여성 쿼터제(40%) 도입, 유리천장지수(GCI) 발표에서 매번 1~2위를 차지하는 나라. 노르웨이를 성 균형의 천국처럼 보이게 하는 지표는 많다. 젠더 관련 지표 만년 열등생인 한국 입장에서 부러운 제도를 갖추고 있다. 튼튼한 복지 시스템은 물론 탄력적인 근무 시간, 노동 유연성, 협력적 노사 문화 등 기업 문화가 그중 일부다.
 

노르웨이 CORE 마리 타이겐 소장
이사회 여성 비율 31%로 올랐지만
재무 등 핵심 임원은 여전히 남성

조직 내 각 부문에서 성균형 필요
사회적으로 보육 문제부터 풀어야

그런데도 “아직 젠더 균형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노르웨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노르웨이 사회과학연구원(Institute for Social Research) 내 젠더 평등연구소(Center for Research on Gender Equality·CORE)의 마리 타이겐 소장은 “쉽게 드러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의 장이 나서고 조직 전체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해 바로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CORE는 매년 정치·사회·산업·학계 등의 영역에서 성균형을 평가하고 이곳의 연구 결과물은 정부 정책에 반영된다. 타이겐 소장은 “잘 짜인 전략과 스케줄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자원도 필요하다”며 “보육 문제의 경우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고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이사회 여성 쿼터 도입 이후 비즈니스 지형은 많이 변했나.
“분명 변화는 있었다. 노르웨이 법은 상장사 이사회의 경영 겸직을 엄격하게 금한다. 이사회 여성 쿼터 40%는 경영진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조직의 다양한 층위에서 여성이 늘어나는 것을 보장하진 못한다. 톱 매니지먼트 층 여성 기용을 위해선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조직 전체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사회 여성 쿼터만 지키고 조직 젠더 균형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성 쿼터를 지키지 못해 실제로 해체되거나 불이익을 받은 기업이 있나.
“없었다. 순차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보다 큰 문제는 비상장사다. 비상장 기업 중 기본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매우 많다.”
 
노르웨이 상위 200개 상장사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 31%다. 쿼터 도입 전인 2003년 9%에서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지만 쿼터 도입으로 목표한 40%는 달성하지 못했다. 경영진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22%로 이보다 아주 낮다. 법이나 규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상당한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경영진 여성 쿼터를 두는 것도 제안이 된 것으로 안다. 쿼터를 이사회로 한정한 배경은.
“당시 논쟁이 많았고 여러 검토 끝에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또 다른 차별 발생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법적 분쟁의 소지도 있었다. 여성 임원 쿼터는 유럽연합 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직업의 자유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복지 시스템이 탄탄하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인데도 왜 목표 달성이 어려운지.
“구체적 행동 플랜이 없으면 그동안 해오던 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 십년간 핵심 역할을 해오던 남성이 자기와 유사한 특징의 멤버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연령대 채용에서 골고루 성균형이 맞아야 한다. 모든 층위에서 균형이 중요하다. 조직내 각 부문에서도 쏠림이 없어야 한다. 결국 의지와 시간, 자원이 필요하다. 또 여성을 기용할 때 남성을 고용하던 방식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고위직을 찾을 때 여성 풀이 제한적인데 후보가 없다고만 하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CORE가 올해 상반기 기준 노르웨이 200대 상장사 임원을 분석한 결과 투자·재무·지역 부문장 등 중요 결정을 하는 ‘라인 포지션’(line position)에선 84%가 남성이었다. 인사·커뮤니케이션 등 지원 직무(Staff positions)에선 남성 52%, 여성 48%로 균형을 이룬 것과 대조적이다. CORE는 “수익과 손실 관련 책임을 지는 직무 경험이 CEO 승진으로 이어지는데, 관련 보직의 남성 지배력이 공고하다”고 지적한다. 200개사 CEO 중 여성이 21명에 그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 여성 임원 비율은 3% 정도로 거의 늘지 않는다.
“사회차원에서 보육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려워 보인다. 노르웨이는 탄력적 근무 형태는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고 남성 육아 참여도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쉽지 않다. 결국 여성이 육아를 더 많이 책임지게 된다. 사회 제도적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커 보인다.”
 
여성 기용이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학계의 합의된 결론인가.
“매우 그렇다. 노르웨이 국내총생산(GDP)의 75%가 인적 자원에서 나온다. 1972년 60만명이었던 여성 노동 인구가 2013년 1200만명으로 증가하는데, 이 기간 여성의 경제적 기여도는 약 33조 크로네(4511조원)로 추산된다. 기업 수익과 여성 임원의 상관관계도 맥킨지 보고서 등 여러 연구에서도 검증된다. 여성 인재 등용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 기업에 이득이 되는 일이다.”
 
오슬로(노르웨이)=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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