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상문 “화끈 섬세하게 거인 조련, 사직 가을극장 열겠다”

중앙선데이 2018.10.27 00:20 607호 22면 지면보기
[스포츠 오디세이] 롯데 지휘봉 다시 잡은 ‘양 박사’
지난 23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만난 양상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롯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지난 23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만난 양상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롯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지난 19일, 야구팬들은 다소 황당한 상황을 접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양상문(57) 단장이 성적 부진(8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잠시 후 롯데 자이언츠가 LG에서 물러난 양상문 단장을 구단의 제 18대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뉴스가 떴다. LG와 롯데 모두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사전 교감설을 부인했다.

LG 단장 물러난 날 고향팀 귀환
욕도 먹었지만 LG 미래 위해 최선

롯데 대규모 인위적 리빌딩 없어
타격훈련 줄여 수비력 다듬을 것

극성팬 부담감, 선수가 이겨내야
가을야구는 기본, 우승 노리겠다

 
어찌 됐든 야구인 양상문은 롯데 감독→LG 감독→LG 단장→롯데 감독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게 됐다. “전생에 나라를 몇 번 구했기에…”라는 부러움과 시샘의 소리가 들린다. LG 시절 5년의 공과(功過)에 대한 엇갈린 평가, 26년 동안 우승이 없는 롯데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걱정도 오간다. 지난 23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양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지인이 야구공을 갖고 들어와 “밖에 기다리는 팬이 사인을 부탁한다”고 했다. 양 감독은 “LG 팬이랍니까, 롯데 팬이랍니까”라고 확인한 뒤에 사인을 했다.
 
 
LG 성적 나쁠 때만 ‘DTD’ 말 나와
 
응원 열기가 뜨거운 부산 사직야구장. [중앙포토]

응원 열기가 뜨거운 부산 사직야구장. [중앙포토]

단장과 감독 중 어떤 게 더 낫나. 현장(감독)보다는 프런트(단장) 쪽 힘이 더 세다던데.
“누가 더 높고 낮고를 비교할 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나이 들면 고향 찾아간다는 말도 있지 않나. 나도 야구인으로서 고향 팀을 위한 마지막 공헌이랄까, 제대로 한번 해 보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 다행히 롯데에서 제안이 왔다.”
 
LG 단장으로서 치렀던 올 시즌은.
“초반은 의욕이 좋고 결과도 잘 나왔는데 타선의 핵인 가르시아와 김현수의 부상으로 모든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초반 8연승도 했는데 결국 가을야구에 못 갔다. 그래서 ‘DTD는 과학’이란 말도 나오는데.(DTD는 Down Team Down의 줄임말로, 떨어질 팀은 언젠가 떨어진다는 뜻.)
“날이 더울 때 창궐하는 전염병처럼 DTD라는 말은 꼭 LG가 못할 때만 나온다. 내가 감독으로 있던 2014년과 16년엔 후반에 치고 나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않았나. LG가 워낙 관심을 많이 받는 팀이라서 그런 말도 나오는 것 같다.”
 
같은 서울팀 두산에 15연패를 당했다.
“그 중 5경기만 이겼어도 포스트시즌에 나갔을 텐데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도 답답했다. 변명을 하자면 우리가 한창 좋았던 4월에는 두산과 경기가 없었다. 5월에 맞붙어 7점 리드하다 뒤집힌 경기도 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연패는 끊어줬어야 하는데 팬들께 죄송했다.”
 
LG에서 젊은 선수를 중용해 팀 리빌딩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베테랑 선수를 괄시했다는 비판도 받았는데.
“감독은 전체를 보고 팀을 보고 간다. LG의 미래를 위해, 우승을 하기 위해 한 거지만 그 과정에서 팬들이 원하지 않은 부분이 나온 게 있다. 그런 것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찬사를 받는 지도자는 없다.”
 
 
양의지보다 ‘수비형 포수’ 육성이 더 중요
 
1985년 롯데 선수 시절 모습. [중앙포토]

1985년 롯데 선수 시절 모습. [중앙포토]

양 감독은 2004, 05 두 시즌 롯데를 맡아 4년 연속 꼴찌였던 팀을 중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당시 신예이던 이대호·강민호·장원준에게 파격적인 출장 기회를 줘 현재의 스타로 키워냈다.
 
팀 리빌딩과 성적은 다른 방향으로 튀는 토끼인가.
“그렇지 않다. 모든 프로 스포츠는 성적이 우선이다. 당장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리빌딩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거지, ‘2~3년간 리빌딩 하겠다’ 이런 건 프로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리빌딩은 매년 해야 한다. 맨유 퍼거슨도 우승하고 리빌딩 하지 않았나. 성적 좋다고 그대로 가면 2~3년 뒤엔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그럼 롯데도 리빌딩을 하면서 성적을 내겠다는 뜻인가.
“성적을 내면서 리빌딩을 하겠다는 거다(웃음). 롯데는 어느 정도 선수층이 만들어져 있고, 라인업도 괜찮다. 인위적인 리빌딩은 안 한다. 다만 가장 큰 문제인 투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젊은 투수들의 기량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신구 조화가 되고 이게 약간의 리빌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럼 마운드 쇄신의 중심축은 누가 될까.
“송승준(38)·노경은(34) 등이 잘 해줬지만 전성기는 지났다. 박세웅(23)은 생각보다 기량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진명호(29)·구승민(28)·윤성빈(19) 등이 한 단계 올라서고 신예 투수가 잘 조련되면 좋을 것 같다. 투수진이 양적·질적으로 풍성하지 않으면 장기 레이스에서 이길 수 없다.”
 
올해는 강민호(삼성)가 빠져나간 포수 공백이 컸다. FA(자유계약)로 풀리는 양의지(두산)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올 시즌 경험을 쌓은 기존 포수들을 6개월간 집중 조련하려고 한다. 포수는 수비가 우선이다. 블로킹이나 볼 배합 등에서 투수들이 믿고 걱정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는 포수가 돼야 한다. 공격적인 면은 나머지 8명이 커버해 주면 된다. 양의지를 데려오고 말고는 구단의 몫이다.”
 
롯데는 어처구니없는 실책, 베이스러닝 미스 등으로 맥없이 지는 경우가 많았다. 팀이 단단하지 않다는 뜻인데.
“롯데 팬들은 화끈한 야구를 좋아한다. 그것도 좋지만 1~2점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디테일한 야구가 필요하다. 투수력과 수비 조직력, 작전 수행 능력 등이 올라와야 한다. 타격훈련 시간의 10~15%를 수비로 돌려 밸런스를 맞출 생각이다.”
 
롯데는 유난히 음주·폭행 등 사건사고에 연루된 선수가 많았다.
“최근 3~4년간은 그런 사례가 없다고 보고를 받았다. 기량보다 멘털·기강이 더 중요하다. 훈련과 별개로 선수들에게 계속 강조할 생각이다. 누구든 시범 케이스에 걸리면 끝장이라고? 아무도 안 걸려야죠.”
 
LG와 롯데는 비슷한 점이 많다. 열성을 넘어 극성스러운 팬이 많다는 점도 닮았는데.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분들이다. 결국 성적으로 보답하는 수밖에 없다. 사직구장은 특유의 뜨거운 분위기에 신예 선수들이 주눅들거나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그걸 이겨내야 스타가 된다.”
 
인터뷰 중에 양 감독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이 “성적”이었다. 그만큼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롯데는 1984·92년 우승 이후 26년째 챔피언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적’이 어느 수준을 말하는지 묻자 그가 답했다. “기본 목표는 포스트시즌 가는 거다. 거기 나갈 정도의 선수단 구성이 돼야 대권도 노릴 수 있다. 가을야구부터 시작하겠다.”
 
고교 때 양상문, 최동원 퍼펙트 깨고 자신은 노히트노런
부산고 시절 역투하는 양상문. [중앙포토]

부산고 시절 역투하는 양상문. [중앙포토]

양상문 감독을 만난 곳은 리베라호텔 중식당이었다. 그 곳에서 2018 최동원상 심사위원 회의를 마치고 인터뷰를 했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를 뽑아 시상(상금 2000만원)하는 최동원상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양현종(1,4회) 유희관(2회) 장원준(3회)이 상을 받았다. 올해부터 외국인 투수도 수상할 수 있어 린드블럼·후랭코프(이상 두산)도 후보로 꼽힌다. 발표는 11월 8일, 시상식은 11월 11일 열린다. (11번은 최동원의 등번호다)
 
2011년 9월 타계한 고(故) 최동원을 기리는 최동원상 제정에 양 감독이 핵심 역할을 했다.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한 양 감독은 경남고-연세대를 나온 최동원의 2년 후배다. 고교와 대학 시절 맞대결을 하며 명승부도 펼쳤다. 롯데에서도 ‘안경 에이스’로 절친하게 지냈다.
 
양 감독은 “내가 고1 때 중앙일보 주최인 대통령배 부산 예선에서 3학년이던 최선배와 맞섰다. 나는 노히트노런을 달성했고, 8회까지 퍼펙트로 가던 최선배는 나한테 안타를 맞아서 퍼펙트가 깨졌다. 결국 9회 0-0 무승부로 끝났다. 대학 1학년 정기 고·연전 때 최선배와 맞대결해 4-1 완투승 한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최선배 아버님이 나를 참 좋아하셨다. 일본 TV로 야구 공부를 많이 하신 그분은 여러 가지 야구 이론도 가르쳐 주셨다”며 “한국 야구 불세출의 스타가 너무 쉽게 잊히는 게 아쉬워 최동원상 제정에 발벗고 나섰는데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돼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