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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책보다 작가가 크다

중앙선데이 2018.10.27 00:20 607호 32면 지면보기
요조의 책잡힌 삶
얼마 전에는 장강명 작가님과 진행하는 도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공개방송이 있었다. 서울 홍대에서 매년 열리는 북페스티벌인 와우북페스티벌과 연계한 행사였다. 이때의 초대손님은 우리의 경쟁 팟캐스트라고 할 수 있는 ‘책읽아웃’이었다. 경쟁, 이라고 써놨지만 사실 그런 것을 할 처지는 못 된다. 도서 팟캐스트 분야에서는 이동진씨가 진행하는 ‘빨간책방’이라는 방송이 너무나 공고해서 우리 같은 풀뿌리 방송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보다 상부상조 정신이다. 그런 마음으로 함께 하는 자리였다. ‘책, 이게 뭐라고’와 마찬가지로 ‘책읽아웃’도 진행자는 두 명이다.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김하나님, 그리고 시인 오은님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장강명 작가님과 나는 매번 함께 진행을 하지만 김하나 작가님과 오은 시인님은 번갈아가며 격주로 방송을 혼자 진행하고 계시다. 혼자 진행하면 어떨까. 적적하지 않을까. 어쩌면 독무대가 주는 주목의 맛이라는 게 있을 지도 모르겠다.
 
김하나 작가님의 책 『힘 빼기의 기술』은 나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였다. 운동, 음식, 예술…. 모든 장르의 마스터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비결로 내놓는 말이 ‘힘을 빼라’ 이듯이 이 책 역시 삶 자체에 힘을 주지 말고 살아보자고 제안한다. 나는 당연히 이날 방송에도 김하나 작가님은 힘을 빼고 편안하고 여유 있게 임하시겠구나 짐작했다. 그런데 방송 시작 전에 만난 자리에서 나는 너무 놀라고 말았는데 왜냐하면 김하나 작가님이 너무 힘을 주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힘 빼라는 책을 쓰신 분이 이토록 힘을 주고 계시다니…. 공개방송이 처음이라는 김하나 작가님은 ‘뜨거운 얼음’ 이라는 시적 표현을 몸소 실천하면서 대기실에 꽝꽝 얼어계셨다. 방송 중 말씀하시는 멘트들도 ‘힘 빼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얼마나 ‘책읽아웃’이 나에게 소중한지, 출연자와 청취자에 대한 애정의 힘이 아주 딱딱하게 묻어나왔던 것이다. 내가 책을 읽으며 예상했던 유유자적 여유만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김하나 작가님이 이제 와서는 책보다 더 인상 깊게 남아있다.
 
나에게 책보다 더 큰 작가를 만나는 기쁨을 안겨주었던 또 한 분은 백영옥 작가님이었다.
 
‘책, 이게 뭐라고’에는 두 번째 방문이셨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라는 책을 들고 나와주셨다.
 
그사이 백영옥 작가님은 라디오 진행자로 변모해 계셨다. 매일 매일 수많은 사연들과 이야기를 접하면서 작가님은 라디오 속에 들어가는 이런저런 코너의 원고를 직접 쓰셨다고 했는데, 이 책은 그중 하나의 모음집이었다. 심야 라디오 방송 특유의 무작정 다정하고 따뜻한 무드를 충분히 느끼기 위해 나도 부러 밤에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작가님과 만날 날을 기다렸다.
 
다시 만난 백영옥 작가님은 많이 달라 보였다. 사실 목소리부터 아예 바뀌어 있었다. 단정하고 안정적이면서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은, 정말 디제이 같은 목소리였다. 바로 옆에서 라디오 진행하는 것을 듣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면서 그의 라디오 생활을 경청했다.
 
정말 멋진 말씀을 디제이 톤으로 많이 들려주셨다. 사람들의 사연이 얼마나 다양하고 또 위대한지, 좋은 디제이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책을 섭렵하고, 신경정신 전문의들을 찾아가 인터뷰했는지.
 
그러나 이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진짜 빛나던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을 때였다.
 
: 저는 사실 자기계발서 진짜 좋아해요. 다 찾아 읽어요.
 
: 그럼 거기 나와 있는 대로 다 실천하면서 사시는 거예요?
 
: 아뇨! 저는 못하고 그냥 남한테 알려줘요.
 
나와 장강명 작가님에게 오래 살려면 탄수화물을 끊어라 잔소리를 하던 백영옥 작가님 본인은 정작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빵을 야금야금 맛있게 드시며 자리를 떠났다. 스스럼없이 자기계발서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대로 또 잘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허심탄회함 때문에 앞서 들려준 주옥같은 이야기들은, 정말 주옥이 되었다.
 
요조 뮤지션 chaegbangmu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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