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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게임?소셜?...블록체인의 아마존은 어디에

중앙일보 2018.10.26 10:16
1995년 8월 9일. 넷스케이프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웹브라우저 기업이다. 공모가는 14달러. 딱 두 배인 28달러에 첫 거래가 시작됐다. 장중 한때는 7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땐 누구도 몰랐다. 5년 뒤에 돌아보니 이날은 닷컴 버블의 서막을 알린 날이다.
 

UDC2018 결산…⑩블록체인의 고릴라를 찾아라

출처: 타임

출처: 타임

설립자 마크 안드레센은 24살의 나이로 억만장자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와 비교됐다. ‘타임’은 이듬해 2월 19일자 표지로 안드레센을 선정했다. 왕좌에 앉아 거만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메인 기사 제목은 ‘황금 괴짜들(The Golden Geeks)’이다.  
 
‘옛날 사람’ 인증…넷스케이프를 아십니까
인터넷이 처음 개발된 것은 1960년대다. 군사용이었다. 이후 TCP/IP 프로토콜이 정착되면서 인터넷이 민간에 전파됐다. 그리고 1991년, 월드와이드웹(WWW)이 탄생했다. 개발자는 팀 버너스 리. 하지만, 지금처럼 직관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인터넷은 아는 사람들만 쓰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안드레센은 미국 일리노이대 재학 중 부설 연구소인 NCSA(National Center for Supercomputing Applications)에서 시급 12달러짜리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맡았다. 그곳에서 월드와이드웹, 즉 인터넷을 접했다. 충격적이었다. 텍스트만으로 구현된 브라우저에 이미지와 아이콘 등 그래픽을 덧붙이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3개월 후 동료 에릭 비나와 웹브라우저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지금의 인터넷 창에 가까운 형태다. 모자이크가 나온 1993년 한 해에만 인터넷 이용자가 34만2000% 증가했다. 미국의 전기 공학자 로버트 메트칼프는 1995년 정보기술(IT) 전문잡지 인포월드에 기고한 글에서 “1세대 웹은 팀 버너스 리가 개발한 URL, HTTP, HTML을 통해 몇몇 사람에게 웹이 ‘고퍼 프로토콜’보다 낫다는 것을 알게 했고, 2세대 웹은 마크 안드레센과 에릭 비나가 개발한 모자이크를 통해 수백만 명에게 웹이 섹스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재학 중 개발했으니 학교 재산이라는 NCSA 주장에 안드레센은 졸업하자마자 정규직 제의를 뿌리치고 학교를 떠났다. 실리콘밸리로 가 스탠포드대 교수였던 짐 클라크를 만났다. 모자이크의 가능성을 알아본 클라크는 전 재산을 털어 440만 달러의 자금을 그에게 지원했다. 그래서 탄생한 회사가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다. 초기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조타수의 역할을 해준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를 탄생시켰다.
출처: 기즈모닷컴

출처: 기즈모닷컴

 
1994년 10월 출시 후 시장은 네비게이터 위주로 재편됐다. 전성기 시절 웹 브라우저 시장의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자랑했던 모자이크는 사실상 아버지(안드레센)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됐다. ‘인터넷=네비게이터’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인기를 끈 덕에, 넷스케이프는 돈 한 푼을 못 벌었지만 1995년 화려하게 나스닥에 데뷔했다.
 
원숭이들 무리에서 고릴라를 찾아라
미국의 벤처 전문가인 제프리 A 무어 등이 쓴 『고릴라 게임』은 닷컴 버블이 달아올랐던 1998년 출판됐다. 첨단 기술주 투자로 돈 벌 수 있는 원리와 기법을 소개한다. 
 
투자 전략은 간단하다. 코스닥이나 나스닥 같은 시장에는 한 마리의 새끼 고릴라와 수많은 새끼 원숭이들이 모여 있다. 지금은 고릴라인지 원숭이인지 구분이 안 간다. 하지만, 남보다 한 발 앞서 고릴라를 알아보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고릴라는 ‘불연속적인 혁신(Discontinuous innovation)’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곧, 점진적인 개선을 이뤄낸 기술이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이 고릴라다.
출처: 아마존

출처: 아마존

 
고릴라 게임은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초고속 성장세로 접어든 기술시장을 발견하라.
둘째, 그 시장에서 고릴라가 될 만한 후보 종목 모두를 바구니에 담아라.  
셋째, 확실한 고릴라가 나타나면 바구니 전체를 그 고릴라에 집중시켜라.
넷째, 매입한 고릴라를 어떤 시장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장기간 보유하라.
다섯째, 대체기술과 제품이 등장하면 바로 고릴라를 팔아라 등이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은 고릴라 서식지, 곧 ‘초고속 성장세로 접어든 기술시장’이었다. 인터넷 시대, 웹브라우저 분야는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이 기대된다. 그 가운데 넷스케이프는 확실한 고릴라였다.
 
그런데 컴퓨터 운영체제(OS)를 만드는 MS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빌 게이츠는 인터넷이 ‘1981년 IBM의 PC가 도입된 이래 가장 중요한 발전’(1995년 5월 게이츠가 핵심 간부에게 쓴 메모)이라고 봤다.
 
1995년 12월 7일, 기자들도 참석한 MS의 인터넷 전략 워크숍이 열렸다. 일본공군이 진주만을 공격한 날로부터 꼭 54년이 되는 날이다. 빌 게이츠는 인터넷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MS의 역할 변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MS가 웹브라우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며, 후발 주자이지만 OS 시장의 장악력을 무기로 웹브라우저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연설 직후 넷스케이프 주가는 17%나 떨어졌다. 그리곤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브라우저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안드레센은 1999년 결국 넷스케이프를 42억 달러에 AOL(아메리칸온라인)에 넘겼다.
 
넷스케이프가 없었다면 익스플로러나 크롬, 파이어폭스 등 같은 브라우저가 쉽게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넷스케이프는 인터넷 대중화의 밑거름이 됐다. 분명히 고릴라는 맞았지만, 대체 제품의 등장에 경쟁력을 잃었다. 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빌 게이츠가 인터넷 전략을 발표한 그날, 바로 고릴라 게임의 다섯 번째 단계 전략을 썼어야 한다. 넷스케이프가 여전히 고릴라라고 믿고 네 번째 단계 전략에서 멈췄다면, 그 투자자는 게임에서 진 거다.
 
그나마 더 늦기 전에 회사를 팔아 거금을 손에 쥔 안드레센은 벤 호로위츠, 팀 하워즈 등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2000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라우드클라우드(LoudCloud)’를 설립했다. 2002년엔 회사 이름을 옵스웨어(Opsware)로 바꾸고, 데이터 센터 자동 관리 솔루션 같은 IT 솔루션을 개발했다. 2007년에는 휴렛팩커드(HP)에 16억 달러에 매각했다.  
 
옵스웨어를 정리한 이후, 안드레센은 벤처 캐피탈 ‘안드레센 호로비츠’를 설립한다. 이들에게 투자를 받아 성공한 벤처 기업은 페이스북ㆍ포스퀘어ㆍ기트허브ㆍ핀터레스트ㆍ트위터 등이다. 한때 고릴라를  직접 키워냈던 경험 덕인지 안드레센은 새끼 원숭이들 가운데 고릴라를 골라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2018년 현재 만 46세의 나이로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블록체인의 고릴라는 누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인류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로 보는 이도 있지만,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강준 두나무앤파트너스 대표는 후자에 속한다.
 
지난 9월 14일 제주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에서 이 대표는 ‘투자자의 시각으로 보는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라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강준 두나무앤파트너스 대표. 출처: 업비트

이강준 두나무앤파트너스 대표. 출처: 업비트

 
“인터넷처럼 블록체인은 가능성이 큰 유망한 기술입니다. 구글ㆍ아마존ㆍ야후 등 인터넷 서비스가 성장한 모습을 비춰봤을 때 블록체인 프로토콜 또한 비슷한 가치 상승을 보일 것입니다.”
 
이 대표가 보기에 블록체인 서식지에서 고릴라가 될 만한 후보들은 소셜ㆍ공유서비스, 결제, 자산의 토큰화, 그리고 게임 등 네 가지다.
 
먼저, 소셜ㆍ공유서비스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성공하기 위해선 이해 관계자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중앙화된 서비스는 이해 괸계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생태계의 성장에 기여했던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글을 쓸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프로토콜 단계에서는 기존의 인센티브가 없는 프로젝트보다는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젝트가 훨씬 매력적이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그래서 탈중앙화 인센티브 기반 소셜네트워크 프로토콜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TTC프로토콜에 투자했다. 하지만, 서비스(혹은 애플리케이션) 단계에 있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았다.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쓰던 사람이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제 분야는 라이선스 사업이다. 기존 사업자들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발전이 더딘 분야다. 블록체인은 불필요한 중간자를 없애는 것이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결제 분야의 프로토콜 단계에서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테라에 투자했다. 하지만, 카드사처럼 실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여러 관련 규제 때문에 이들이 라이선스를 들고 있는 기존 사업자를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자산의 토큰화는 증권형 토큰에 해당한다. 지금의 증권은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 흐름을 유동화시킨 장치다. 굳이 몇백 년 전 만들어진 거래소 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비효율적이다. 부동산 또한 한 사람이 소유해야 하고, 등기소 같은 곳을 거쳐야만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최선인지 의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산을 토큰화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물론 국가별로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거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길게 보고 프로토콜 단계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월렛 서비스 전문 기업인 루트원에, 서비스 단계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투자은행 플랫폼인 핀헤이븐에 투자했다.
 
그리고 게임은 소셜ㆍ공유서비스, 결제, 자산의 토큰화 등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가지는 강점을 종합한 분야다. 가장 주목해야할, 성공 가능성이 큰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프로토콜 단계에서는 코드박스에, 서비스 단계에서는 나부스튜디오ㆍ달콤소프트ㆍ메모리 등에 투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이 글은 9월 13~14일 제주도에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총 10개의 시리즈 글이 업데이트 됩니다. 전체 보고서는 https://www.upbit.com/service_center/press?id=596 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UDC2018 강연 동영상 및 발표자료는 ‘https://udc.upbit.com/2018’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①블록체인, 이제는 서비스다(feat. 개발자)  
②거래소, 도박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의 심장으로  
③성공한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확장성을 해결하라  
④‘신뢰’의 블록체인을 지켜라: 보안과 보호  
⑤쇼핑몰 뒤엔 카페24가 있다: Platform for DApp  
⑥살아남는 DApp의 조건…블록체인 정신을 구현하라  
⑦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필수 요건, 스테이블 코인  
⑧The Rise of Tokenization  
⑨DApp들이여, 루니버스에 올라타라  
⑩블록체인의 고릴라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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